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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두 가지

2018년 09월 12일(수) 제573호
김영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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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가 가능하려면 관련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백악관이 다시 의지를 보인다면 종전선언 채택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8월 말로 예정되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무산되었다(8월30일 현재). 미국 언론에 따르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편지 때문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편지에서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미국이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며 비핵화 협상 무산까지 얘기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 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재개 가능성을 거론했다. 또 미국 당국자들은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반도 앞날이 어두워질 조짐이 보인다. 북한은 과연 미국에게 비핵화 상응 조치로 무엇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요구는 실현 가능할까?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북한 언론 매체가 미국을 향해 내놓은 메시지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언행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첫째는 종전선언이다. 8월9일 <노동신문>에 ‘종전선언 발표가 선차적 공정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이 실렸다. 종전선언을 통해 북·미 사이 신뢰가 만들어지고,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노동신문>은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8월17일 ‘종전선언의 채택은 시대의 요구’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한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행하고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라면서, 미국은 종전을 선언하는 데 마땅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AP Photo
8월1일 북한에서 이송해온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55명의 유해가 미국 하와이 주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한 직후 장병들이 이를 운구하고 있다.


둘째는 제재 완화이다. 김 위원장과 북한의 언론 매체는 대내적으로 경제개발을 독려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미국에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8월17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와 양덕군 온천관광문화지구를 방문해 원산관광지구 건설과 같은 방대한 창조대전은 강도적인 제재 봉쇄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켜보려는 적대 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며 당의 권위를 옹위하기 위한 결사전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북한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8월8일 미국이 대북한 압박을 강화하며 남북 협력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8월13일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은 핵 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 송환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고 있지만 미국의 일방적 요구와 적대적 태도 때문에 양국 관계가 뒷걸음치고 있다’라고도 비난했다. 이 매체는 제재 압박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실천적 행동 조치를 취하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가능성은? 당사국 의지뿐 아니라 관련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북한은 정치적 선언으로서 종전선언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는 미국 상원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는 조약처럼 의회 인준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런 형식의 선언이라면 당사국 지도자들의 의지로 성사가 가능하다.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미국은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염두에 두었으나 북한이 중국을 포함한 4자 종전선언을 주장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이 종전선언은 주한 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도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졌다. 하지만 백악관이 다시 의지를 보인다면 종전선언 채택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백악관의 의지를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더 큰 폭의 비핵화 조치이다. 종전선언에 참여하는 당국자 수준을 정상이 아닌 장관급 인사로 낮추거나, 한·미 동맹에 영향이 없도록 종전선언 내용을 제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예외, 면제, 유예, 제재 해제’ 살펴보면

제재 완화는 의지와 제도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 7개 법안과 7개 행정명령, 그리고 각종 연방 규제로 대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16 대북 제재 이행법안’을 통해 제재 완화나 해제 방법을 살펴보자.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가장 실효성이 큰 제재 법안이라고 평가한다. 이 법안에는 제재의 예외(exemption), 면제(waiver), 유예(sus-pension), 그리고 제재 해제(termination)를 위한 조건과 방법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예외’는 애초 제재 대상이 아닌 것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북한 내 전쟁포로·실종자들과 관련한 제반 활동과 미군 유해 확인 및 복구 활동에 관련된 정부·비정부 기구의 활동 등이다. 미군 유해 송환 시 미국 정부가 북한에 지불하는 비용도 제재 대상이 아니다.

‘면제’는 제재 대상이지만 제재 조치를 한시적으로 면해주는 것이다. 대통령이 인도적 지원을 위해 필요하거나 인도적 목적의 행위를 수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 결정을 서면으로 의회에 제출하고 30일에서 최장 1년까지 제재를 면제해줄 수 있다. 연장도 가능하다. 또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와 제재 면제가 법안 집행에 더 유리하거나 법의 목적에 더 부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의회에 서면을 제출해 제재를 면제할 수 있다.

‘유예’는 북한이 유예 조건 6개를 따랐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의회에 증명하고 취할 수 있는 조치다. 일정 기간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이다. 여섯 개 조건은 미국 달러화 위조 활동 중단, 돈세탁 중단 및 재정투명성 강화, 유엔안보리 결의안 준수의 검증 조치, 납치 억류 중인 외국인 송환, 인도적 지원의 배분과 감독에 관한 국제규약 준수, 정치범 수용소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검증조치 등이다.

법안에는 완전한 해제 절차도 포함되어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형태로 핵·생물화학·방사능 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대량살상무기 운반을 위해 설계된 시스템에 관한 모든 프로그램 폐기에 진전을 이루며,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 전원 석방과 평화적 활동에 대한 검열을 중단하고, 억류 미국인에 대한 해명과 송환 조치에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판단되면 제재의 완전한 해제가 가능하다. 이렇게 미국이 요구하는 많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므로 제재의 완전한 해제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예외와 면제 대상의 확대, 유예 조건의 완화 등은 상황이 허락한다면 백악관이 추진해볼 수 있는 조치이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는 결국 두 나라가 서로에게 원하는 조치에 대한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 것이냐에 달려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견인차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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