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메니에르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발작적인 어지럼증에 난청과 이명이 동반되는 희귀병이다. 최악의 경우 청신경을 잘라내야 할 수도 있었다. 강문영씨(29)는 그때 처음으로 장애가 삶에서 멀지 않다고 느꼈다. 책을 읽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에게 생각이 미쳤다. 강씨는 자신이 가진 자원들을 떠올렸다. 독립서점 ‘옥탑방책방’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립출판물을 오디오북(읽어주는 책)으로 제작해보고 싶었다. 많고 많은 책 중에 왜 독립출판물일까. “기존 출판물은 기획 단계부터 대중성을 갖추도록 출판사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잖아요. 그에 비해 독립출판물은 기획부터 원고 작성·제작·유통까지 작가들이 직접 하는 출판물이라서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이 있어요.”
프로젝트 ‘인디오(Indie+Audiobook)’를 위해 점자도서관을 비롯한 장애인 도서관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관계자로부터 시각장애인에게 어울릴 만한 독립출판물을 추천받았다. 〈누가 가장 억울하게 죽었을까?〉(김승열·김혜진 지음, 머쓰앤마쓰 펴냄)는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누군가 죽은 사연 열 가지를 방송 진행자가 전하고, 어떤 죽음이 가장 억울한지 독자의 생각을 묻는 내용의 소설이다. 오디오북으로 만들기 적합한 콘텐츠였다.
주변에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걱정했다. 취지를 들은 저자와 김정 아나운서가 뜻을 함께했다. 시중 오디오북과 달리 배경음을 넣지 않고 낭독자의 목소리만 담았다. 시각장애인이 온전히 책 내용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잡음 제거에도 신경 썼다. 시각장애인들은 청각이 예민해 작은 소리에 몰입이 깨지기도 한다. 오디오북은 국립장애인도서관을 비롯한 전국 장애인 도서관 또는 점자도서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독립출판물 오디오북을 제작할 생각이다.
2017년 문을 연 옥탑방책방은 독립서점이자 ‘독립출판문화기획사’로서 독립출판물과 작가들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옥탑방책방’ 채널이 업로드하는 토크쇼 〈독고다이〉도 독립출판물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고 만들었다. 강씨는 ‘1인 1출판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모두에게 책으로 엮어낼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다. 출판이 사양산업이라지만 그는 반대로 생각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도 책을 내는 사람이 많아지면 출판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한 사람당 한 권씩만 내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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