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당신과 당신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족 실태조사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해고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에 주목한 연구는 처음이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와 쌍용차 해고자 심리치유센터 와락의 공동협력 사업으로 실시된 이번 연구는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김승섭 교수, 박주영·김란영 연구원)이 맡았다. 9월4일 연구팀을 만나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쌍용차 관련 기사가 나갈 때마다 댓글이 몇백, 몇천 개씩 달린다. 대다수가 해고자와 가족을 비웃거나 욕하는 내용이다. 당사자 중에는 댓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읽는 이도 있다. 댓글 여론을 무시할 일이 아니다. 그런 여론을 이해해보려고 애써보자면 비정규직·실업 문제가 일상인, ‘좋은 일자리’를 갖기 어려운 시대가 하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을이 을을 비난하면서 얻는 것이 뭘까. 을끼리 싸우는 동안 이 사태를 초래한 권력과 사회구조는 점점 공고해진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향후 몇십 년간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고 믿는 이들은 아마 없을 거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하면 고용 불안이나 정리해고는 한국 사회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의 고통이 남의 일이 아닌, 어느 시점에는 우리가 겪을 수 있고 언제든 이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 ‘오래된 미래’일 수 있다. 연구자 처지에서 이들의 비참한 경험을 굳이 캐묻고 숫자로 만들어 공유하는 이유는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정리해고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고통이 다른 장소, 다른 시점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이 경험을 통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는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에게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정리해고를 당하면 싸우다가도 흩어지기 십상이다. 흩어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연구가 이뤄지기 어렵다.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은 10년이라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줬기 때문에, 이들에게 질문하고 경험을 물어볼 기회를 한국 사회가 갖게 된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 데이터는 한국 사회에서 정리해고가 해고자와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이야기이자 유의미한 대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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