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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노래’ 하면 최백호다

2018년 09월 18일(화) 제574호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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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의 계절이 내는 듯한 깊고 절절한 목소리. 최백호는 40년 넘게 많은 히트곡을 낸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다.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 최백호


나에게 가수 최백호에 관한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디제이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선배 뮤지션이 해준 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아왔지만 넋을 놓고 그저 듣게 되는 경우는 최백호 외에 없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 이후로도 몇 사람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던 터라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가수’ 하면 자연스레 나는 최백호가 떠오르게 되었다. 과연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듣는 이의 영혼 깊숙한 곳에 그의 목소리가 닿는 느낌이 든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의 계절이 내는 듯한 깊고 절절한 목소리.

ⓒ최백호 제공


1977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데뷔한 최백호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영일만 친구’ ‘보고 싶은 얼굴’ ‘낭만에 대하여’ 등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으며, 그 대부분을 작사·작곡해온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1980년대 여러 차례 가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그는 2010년대 들어서 아이유나 박주원 같은 젊은 뮤지션과도 꾸준히 작업하며 그의 음악적 면을 새롭게 해왔다. 그가 2012년에 발표한 앨범 <다시 길 위에서>는 전곡을 당대의 뛰어난 재즈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완성해 음악 신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1950년생인 그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일흔이다. 그러나 2017년에도 정규 앨범 <불혹>을 발매하는 등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5년째 대표를 맡아 운영 중인 ‘뮤지스땅스’에서 그를 만났다.



이기용: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최백호:올해 상반기에 전국 투어를 했고 하반기에도 투어가 예정되어서 그 준비를 하고 있다. 공연은 9인조 밴드와 함께하는데 게스트 없이 혼자 두 시간 정도 한다.

이기용:데뷔한 지 40년이 넘었다. 지금도 여전히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드나?

최백호:그렇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두 시간 정도 곡 작업을 하고 노래 연습을 한다.

이기용:오랜 세월을 노래해왔는데도 아직까지 매일 연습하는 이유는 뭔가?

최백호:연습을 안 하면 소리가 달라진다. 매일 어느 정도 이상 연습을 해야 목소리가 유지된다.

이기용:얼마 전 있었던 4·19 기념식에서 ‘봄날은 간다’를 부르는 것을 영상으로 봤다. 현장에서 본 것이 아닌데도 노래가 끝난 후에 남아 있는 깊은 울림 때문에 잠시 다른 음악을 못 들었다. 최백호에게, 좋은 노래란 무엇인가?

최백호:좋은 노래는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가사에 비중을 두는 편이다. 예를 들어 ‘봄날은 간다’ 같은 곡은 정말 가사가 좋다. 그 노래는 나이가 들고 인생을 알게 되니 더 절절하게 부르게 된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낭만에 대하여’를 만든 때가 마흔다섯 살이었다. 그 곡은 서른다섯에는 만들 수 없는 노래다. 마흔다섯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래도 그렇다. 젊었을 때는 젊음의 노래가 있고 나이가 들면 또 나이가 들어야 보이는 인생이 있다. 그 나이의 호흡으로 부르면 된다. 칠십이 되면 그때가 되어야 알 수 있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구십이 되면 또 그때의 호흡으로 인생을 노래하면 된다. 좋은 음악은 나이와 상관없다.

이기용:지금까지 포크, 록, 재즈와 탱고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왔다. 또 트로트도 자주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트로트는 그 음악이 그 음악이고, 음악적 깊이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트로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백호:내가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음악이 트로트다. 원래 1950년대 ‘짝사랑’ 같은 트로트 노래들은 정말 대단한 수준이었다. 가사도 기가 막힌다. ‘굳세어라 금순아’도 그렇고, ‘빈대떡 신사’도 그렇고. 내가 즐겨 부르는 ‘봄날은 간다’도 마찬가지다. 트로트는 감성적이고 깊은 해학과 슬픔을 담고 있는 장르다. 그런데 한국에선 트로트 가수들이 트로트를 망쳐놓았다. 그 청승과 애절함 같은 게 다 없어지고 트로트는 행사 나가서 돈이나 버는 가수들의 음악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내가 트로트를 잘 발전시켜서 좋게 이어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이기용:자신의 노래 중에 가장 몰입해서 부르는 노래는 어떤 것인가?

최백호:‘내 마음 갈 곳을 잃어’다. 1977년에 발표한 데뷔곡인데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를 때 느끼는 감정이 제일 깊다. 어머니가 내가 스무 살 무렵 10월 중순에 돌아가셨다. 아버님도 일찍 돌아가셔서 가난하게 살았는데, 그때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굉장히 힘들었다. 사흘을 울었다. 사흘 동안 의식 없이 눈물만 나더라. 그때 써놓았던 글이 가사가 됐다. 당시에 무명 작곡가였던 최종혁씨가 내가 가사를 쓴 노트를 보더니 자기가 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나에겐 운명 같은 노래다.

이기용:40년 넘게 본인만의 가사를 써오고 있는데 가사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최백호:시인처럼 가사를 쓸 수는 없지만, 시인의 자세로 가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용:자신의 음악의 흐름을 설명한다면?

최백호:특별한 흐름이랄 것은 없다. 나는 특정한 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게 아니어서 가사에 따라 음악의 형태도 변해왔다. 나이가 들면 삶도 달라지니까 노래와 가사도 자연스레 변해왔다. 그게 흐름이라면 흐름이다.

이기용:자신의 음악에 영향을 준 음악은?

최백호:제일 영향을 준 이는 송창식 선배다.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때 그 형님이 정말 좋은 노래들을 만들었다. ‘고래사냥’ ‘왜 불러’ 등등. 1970년대 초반에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대부분의 가수들은 이장희, 송창식, 김민기, 한대수의 영향을 받았다. 나는 그중에서 창식이 형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창식이 형 노래를 많이 카피하려고 했다. 심지어 ‘영일만 친구’는 ‘고래사냥’을 흉내 내서 만든 거다.

이기용:요즘 젊은 음악인들과도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최백호:너무 쉬운 노래만 하자는 건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은 너무 어렵게 곡을 쓴다. 장식이 필요 이상 많다. 오래 남아 있는 노래를 하고 싶은 게 가수들의 다 같은 욕심인데 지금까지 사랑받는 노래들은 좋은 가사에 단순한 멜로디로 되어 있다는 점을 한 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



작년에 발표된 최백호의 ‘하루 종일’이라는 곡은 그의 지인이 갑자기 요양원에 들어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만든 노래이다. ‘요양원으로 가시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하루 종일/ 삶이 그것밖에는 안 된다는 거 알고는 있었지만 하루 종일 하루 종일.’ 가사는 그 이후에 어떻게 상황이 전개 되었는지 설명이 안 된 채로 긴박하게 끝난다. 그래서 더욱 그가 받았을 황망함이 듣는 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뮤지션이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를 나이와 관계없이 음악에 진솔하게 담을 수 있다면,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더 확장될 것이다. 최백호는 그렇게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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