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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2018년 09월 15일(토) 제574호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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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
김미중 지음, 메디치 펴냄

“원래 아파트란 게 이렇게 피해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거공간이 된 아파트. 아파트 입주민들은 독립된 생활을 원하지만 층간소음, 주차 문제 등으로 이웃과 갈등을 겪는다. 일단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모두 관리사무소를 찾는다. 모든 민원이 통하는 곳이고,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장 잘 아는 곳이기도 하다. 1999년 남편의 권유로 관리소장 일을 시작한 저자가 20여 년간 8개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주차 공간을 사적으로 소유하는 사람들, 단지 안에 택배 차가 진입하는 것을 두고 일어나는 의견 충돌, 층간소음과 담배 연기·음식 냄새로 벌어지는 갈등, 쓰레기 무단투기, 반려동물의 용변 처리 문제 등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
피터 콘래드 지음, 정준호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의학적 감시는 심지어 현재 아프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의학적 관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알코올의존증·ADHD·우울증· 수면장애·노화·비만·학습장애· 발기부전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의료화’다. 종전에는 의학적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증상들이 질병이나 질환 같은 의학적 문제로 정의되고 치료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저자는 의료화에 관한 사회학 연구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자로 이 책은 그가 30여 년간 천착해온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눈여겨볼 만한 한국의 의료화 사례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꼽는다. 한국에서 ADHD 관련 진료 건수는 2002년 1만6266건에서 2011년 5만6951건으로 10년 사이 350%나 증가했다. 이밖에도 과잉 의료화가 인간의 다양성을 ‘병리’로 바꾸어놓는 과정을 추적한다.




정치철학 공부의 기초
하비 맨스필드 지음, 이재만 옮김, 유유 펴냄

“정치철학은, 너무 좋아서 거의 존재하기 어려운 정치체제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미국의 비영리 교육기관인 ‘대학연구소’가 펴낸 ‘주요 학문 안내서 시리즈’ 가운데 ‘정치철학’ 편을 우리말로 옮겼다. 불과 100쪽 분량에 고대의 소크라테스로부터 중세의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 르네상스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마키아벨리, 루소, 칸트, 마르크스, 헤겔 등으로 이어지는 정치철학사의 맥락을 깔끔하게 정리해낸다.
저자는 정치학과 정치철학을 선연히 구별한다. 정치학이 본성상 당파적인 정치에서 당파성의 분리로 과학성을 추구한다면, 정치철학은 당파성에 천착하면서 최선의 정치체제를 추구하는 학문이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학문 안내서 시리즈’에 대해 “이 얇은 책들은 그 자체로 작은 크기의 고전에 가깝다”라고 평가했다.




흑설탕이 아니라 마스코바도
엄은희 지음, 따비 펴냄

“당신이 사게 될 공정무역 상품 마스코바도는 생산지에서 구체적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정제된 백설탕이 황설탕이나 흑설탕보다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가공 과정에서 일종의 ‘캐러멜화’가 이뤄진 것이 갈색 설탕이기 때문이다. 진짜 정제하지 않은, 사탕수수가 갖고 있는 영양소를 갖춘 설탕은 없을까? 있다. ‘마스코바도’다. 흔히 ‘필리핀산 비정제 설탕’이라 불린다. 언뜻 보면 시중에 흔히 파는 흑설탕 같지만, 국내에서는 생협을 통해 구매하는 수밖에 없다. 이른바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마스코바도를 공정무역을 통해서만 먹게 됐을까. 이것이 이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바다. 공정무역이 사탕수수 생산자들에게 적정한 수입과 고용을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미래를 바꾼다는 것이다.




박물관 미술관에서 보는 유럽사
통합유럽연구회 지음, 책과함께 펴냄

“관람객은 아는 만큼 보며 각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 이야기를 위해 먼저 기록으로만 전하는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무세이온을 소환한다. 뮤지엄(museum)이 무세이온(Mouseion)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무세이온은 예술품이나 유물 등을 소장하는 곳이 아니라 대학이나 연구소에 가까운 곳이었다. 무세이온은 무사이의 공간이다.
무사(무사이는 무사의 복수형)는 인간의 지적 영역을 관장하던 9명의 여신으로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홉 무사가 관장했던 것은 서사시, 역사, 찬가, 음악, 춤, 서정시, 비극, 희극, 천문학이다. 이처럼 어원을 따라 올라가면 박물관의 기능이 보인다. 무세이온은 일반명사가 되어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가 학술적 호기심을 채우고 영감을 얻던 곳의 이름으로도 쓰였다.




담대한 여정
정세현·황방열 지음, 메디치 펴냄

“판이 바뀔 때 그 흐름을 빨리 알아채고 거기에 올라타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지형이 바뀌고 있다. 첫 번째 기회를 놓쳐 식민지가 되었고, 두 번째 기회를 놓쳐 분단국이 되었다. 세 번째만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이 문제의식이 전직 통일부 장관과 남북관계 전문 기자를 뭉치게 만들었다. 남북관계 실무 현장을 뛰며 최고 자리까지 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게 황방열 전 <오마이뉴스> 기자가 묻고, 이에 정 전 장관이 답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센토사 선언의 의미 등등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냈다.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맞이하고 가꾸고 키워나가는 일이 정치인만의 역할이 아니라고 여긴다면 읽어보자. 세상이 바뀌는데 어리둥절해하고만 있기에는 ‘오늘날 우리의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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