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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은 막았지만…

2018년 09월 21일(금) 제575호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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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만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쿠웨이트를 방문했던 그는 귀국하자마자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메르스 통제 매뉴얼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9월13일 현재 추가 감염자는 없다.

3년 만에 다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9월8일 쿠웨이트에서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한국에 입국한 이 아무개씨(61)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총 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이 발생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첫 확진자다.

역학조사와 접촉자 추적이 이어졌다. 사업차 쿠웨이트를 방문했던 이씨는 에미레이트 항공(EK322)을 이용해 9월7일 오후 4시51분에 귀국했다. 인천공항에서 리무진 택시를 탄 이씨는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다.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 무렵.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은 이씨가 쿠웨이트를 방문했다는 점을 감안해 곧바로 일반 응급환자와는 격리된 공간에서 추가 검사를 실시했다.

공항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발열, 가래, 폐렴 증상을 확인하자 병원 측은 보건 당국에 이씨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신고했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보건 당국에 신고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9시34분, 이씨가 한국 땅을 밟은 지 4시간43분 만이었다. 이씨는 곧바로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되어 메르스 발병 여부를 검사했고, 다음 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시사IN 신선영
이 아무개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2015년처럼 허둥대지는 않았다. 메르스 통제 매뉴얼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1차 저지선인 공항 검역 과정이 뚫렸지만, 엄밀히 말해 매뉴얼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 한국 공항 검역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 기준보다 조금 더 엄격한 수준이다. 이씨가 설사와 복통 사실을 밝히긴 했으나, 공항 검역 당시 발열과 호흡기 이상 증상을 찾을 수 없어 메르스 의심 환자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입국 당시 공항에서 측정한 이씨의 체온은 36.3℃였다. 복통 치료차 들른 삼성서울병원에서 추가 증상이 발견됐고, 담당의사 소견을 통해 정상적인 신고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만일 이씨가 병원을 찾지 않은 채 집에 돌아갔다면, 혹은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했다면 지금과 달리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었다.

메르스 대응 체계는 2015년 이후 꾸준히 정비되어왔다. 그동안 의심 환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신고-의심 환자 판별-메르스 양성반응 판별 순서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1월1일부터 9월8일까지 메르스 의심 환자 신고는 총 959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실제 의심 환자로 분류된 경우는 169명이다. 이씨가 바로 169번째 의심 환자였다. 의심 환자 수는 2016년 200명, 2017년 220명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본부와 각 지자체는 확진 환자 발생 이후 접촉자 추적에 주력했다. 입국 과정에서 이씨와 접촉한 사람들을 판별해야 했다. 접촉자는 ‘밀접 접촉자’와 ‘일상 접촉자’로 나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밀접 접촉자 기준은 더 엄격해졌다. 과거에는 ‘2m 이내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이 기준이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1시간 이상’이라는 조건은 사라졌고, ‘환자와 2m 이내에 머물거나 같은 방이나 공간에서 머문 경우’로 기준이 강화됐다. 가령 이씨의 휠체어를 밀고 택시 승강장까지 동행한 공항 도우미도 이번 기준이 적용돼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었다.

공항 도우미를 비롯해 밀접 접촉자는 총 21명, 이들을 대상으로는 ‘능동감시’가 이뤄졌다. 자택에서 자가 격리하거나, 일부는 시설에 격리되어 매일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는지 모니터했다. 접촉 정도가 약한 일반 접촉자는 9월13일 현재까지 431명, 이 가운데 외국인 1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소재 파악이 완료된 상태다. 보건 당국은 일반 접촉자 가운데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 10명을 찾기 위해 경찰에 협조를 구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검역관들이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문진하고 있다.
메르스 확진 6일째 9월13일 현재 추가로 메르스 감염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 이씨와 접촉한 이들 가운데 총 11명(밀접 접촉자 1명, 일상 접촉자 10명)이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됐지만, 검사 결과 이들 모두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한국에서 평균 메르스 잠복 기간은 5일이다. 메르스 종식 선언은 최대 잠복 기간인 14일이 지난 시점부터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대로 추가 발병이 없다면, 빠르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22일(일요일) 메르스 해제를 선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연휴 기간 동안 대규모 인구 이동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해제를 선언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적어도 9월 말까진 상황을 지켜보자는 인식이 강하다.

이씨는 어떤 경로로 감염되었나


이대로 추가 감염이 없다면 안정적으로 메르스를 통제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의문점과 보완할 점 역시 남았다. 이씨가 어떤 경로로 메르스에 감염됐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쿠웨이트 보건부는 9월12일(현지 시각) 이씨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되는 모든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이씨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환승한 시간(2시간30분)이 짧기 때문에 잠복기를 고려하면 쿠웨이트에서 감염됐으리라 추정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메르스 최소 잠복기는 2일인데, 이씨는 입국하자마자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두바이에서 감염됐을 확률은 낮다. 반면 쿠웨이트 정부는 이씨가 쿠웨이트에 도착하기 전인 한국이나 다른 경유 국가에서 감염됐을 확률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9월13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과 민간 전문가 등 3명을 쿠웨이트에 파견해 현지 역학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차 방어선에 대한 보완 목소리도 높다. 대한예방의학회 등 4개 유관 학회는 9월12일 ‘메르스 예방관리 수준 향상이 필요하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해외 보건의료 인원 확충, 입국 후 감시체계 강화, 중소 병원의 감염 예방 시스템 확대 등을 주장했다. 감염 위험국에 국가 차원의 국제보건의료 전문가를 미리 파견해야 하며, 입국 시 제출하는 건강 상태 질문서를 강화하고,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되어 있던 격리 시설을 전국적으로 더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한국 공항 검역원은 약 340명으로 한 해 4000만명이 넘는 입국 인원을 이들이 모두 체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1차 방어선의 개념을 단순히 입국하는 그 ‘순간’에 국한하지 말고, 입국 전(해외 파견)과 입국 직후(입국자 모니터링)까지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오히려 훌륭한 ‘예방접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별 병원의 빠른 진단과 신고, 의심 환자 격리, 위험국가 방문객 스스로의 모니터링과 관심이 결합되어야만 메르스 위험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건, 추가 감염이 없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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