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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피고인들의 ‘슬기로운’ 감방 생활?

2018년 09월 21일(금) 제575호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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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농단 주요 피고인 28명의 구속 일수와 변호인 특별접견 횟수를 비교해보면 이들의 수감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기간 525일 중 258번 변호사를 만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도 은둔자로 알려져 있다. 500일이 넘는 구치소 수감 생활을 하면서 ‘외부인 접견 0회’다. 미결수에게 허용된 일반접견(하루 10분)과 장소변경접견(일종의 특별면회로 하루 30분)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그랬듯 아무도 만나지 않고 홀로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기간 525일(9월6일 기준) 중 258번 변호사를 만났다. 주말·공휴일 등 변호인 접견이 금지된 날을 빼면 355일 중 258번이다. 사흘에 두 번 이상 변호사를 만난 셈이다. 지난해 3월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구속 기간이 연장된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에 불출석했다. 구속영장 추가 발부가 부당하다며 재판 보이콧을 시작했다. 사실상 재판을 포기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변호인은 계속 만났다.

<시사IN>은 국정농단 주요 피고인 28명의 변호인 특별접견 횟수를 입수했다(38~39쪽 표 참조). 법무부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다. 구속 일수와 변호인 특별접견 횟수를 비교해보면 이들의 수감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변호인 특별접견은 재판 대응을 위해 구속된 피고인(미결수)에게 보장된 권리(방어권)다. 그래서 횟수나 시간제한이 없다. 구치소 접견을 자주 가는 한 변호사는 “변호사의 시간 그리고 의뢰인의 비용 부담만 괜찮으면 하루 종일 특별접견을 할 수 있다. 중간에 점심시간 정도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다. 구치소마다 사정이 다른데, 보통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특별접견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6년 10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맨 앞).

특히 삼성·롯데 재벌 총수의 변호인 특별접견 횟수가 두드러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 기간 353일보다 변호인 특별접견 횟수가 더 많다. 총 439번이다. 주말·공휴일을 빼면 변호인 특별접견이 가능했던 일수는 전체 238일이다. 매일 두 번가량 변호인 특별접견을 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2월17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5일 항소심에서 정형식 부장판사는 제3자 뇌물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1심에서 둘 다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되어 풀려나기 전까지, 구속 기일 164일(공휴일·주말 제외 109일) 동안 각각 187번과 111번 변호인 특별접견을 했다.

제3자 뇌물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월13일 1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됐다. 징역 2년6개월 선고를 받은 신 회장은 구속 기일 206일(공휴일·주말 제외 139일) 동안 287번 변호인 특별접견을 했다.

“돈과 권력으로 변호인 특별접견 제도 악용”


국정농단 피고인 중 경제 인사가 아닌 이들 가운데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눈에 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21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1심에서 죄가 인정돼 징역 3년, 항소심에서는 형이 더 올라가 징역 4년이 선고됐다.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는 중에 구속영장 기한이 만료돼 지난 8월6일 석방됐다. 총 562일 구속 일수(공휴일·주말 제외 378일) 중 524번 변호인 특별접견을 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12월15일 구속됐다. 구속 일수 266일(공휴일·주말 제외 180일)이지만 변호인 특별접견 횟수는 357번이다.

변호인 특별접견은 일반접견과 다른 곳에서 이뤄진다. 교도관 배석하에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둔 만남이 아니다. 별도 공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변호사를 만난다. 재판 대응 등 비밀 유지를 위해 감시하는 교도관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재벌·정치인 등 이른바 ‘범털(힘 있고 돈 있는 수감자를 일컫는 교정시설 내 은어)’이 변호인 특별접견 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형이 확정되면(기결) 사전구속영장이 집행된 때나 법정 구속이 된 때부터 징역 기간이 합산된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특별접견실에서 ‘집사 변호사(수감자의 수발을 드는 변호사를 비꼬는 법조계 은어)’와 사담을 나눈 시간도 징역 기간에 포함된다. 돈으로 변호사를 사 수감 생활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일반 수감자는 현실적으로 집사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한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2016년 국정감사 당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반인 한 명당 변호인 접견실을 이용하는 평균 횟수가 2014년 6.77회, 2015년 6.82회, 2016년 8월 현재 5.84회”라고 발표한 바 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변호인 특별접견이 이뤄지고 있다며 제도의 빈틈을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변호사 징계에도 특별접견권 남용 사례가 자주 등장한다. “[품위유지의무 위반] 혐의자는 구치소에서 다수의 수용자들을 반복적으로 접견함으로써 변호인 접견권을 남용하여 변호사의 품위를 훼손하였다.” 특별접견권을 남용한 변호사는 정직이나 과태료 부과 처분 등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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