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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54)이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9월10일 알리바바그룹은 “마윈 회장이 내년 9월10일 이사회 회장을 내려놓는다. 후임은 장융 현 최고경영자(CEO)이다”라고 성명을 냈다. 9월10일은 마 회장의 생일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마윈은 ‘중국인 부자’의 대명사쯤으로 여겨진다. 실제로도 그렇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2018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마윈은 20위에 올랐다. 순자산은 390억 달러(약 44조원) 이상으로, 공식적으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배다. 마윈이 1999년 설립한 알리바바그룹은 타오바오, 알리바바닷컴, 중국 야후 등을 거느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2014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한 알리바바는 시가총액 4000억 달러(약 450조원)에 달한다.

부의 규모만큼 화제가 된 것은 그 부를 쌓은 과정이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태어난 그는 재벌 아버지도 없었고 아이비리그 출신 천재도 아니었다. 대학 시험에 두 번 떨어진 뒤 호텔 종업원이 되려 했으나 키가 작아서 퇴짜를 맞았다. 다만 영어를 잘했다. 인터넷에 눈뜬 것은 1995년 미국에 가서였다. 신기술의 잠재력을 알아본 그는 교직을 그만두고 홈페이지 제작사를 세웠으나 잘 되지 않았다. 이후 몇 년간 관련 사업을 전전하다 세운 회사가 알리바바다. 18명으로 시작한 알리바바는 현재 직원이 8만5000명 이상이다. 2001년 손익분기점을 넘긴 뒤부터 알리바바와 마윈의 행로는 알려진 대로다.

50대 중반인 마윈의 ‘조기 은퇴’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예순여섯 살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랬다. 9월11일 제4회 동방경제포럼 기업가 원탁회의에서 “저기 러시아 간식을 먹고 있는 젊은이 마윈은 이렇게 젊은데 왜 은퇴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마윈 회장은 “창업한 지 19년이나 됐다. 앞으로는 내가 더 좋아하는 교육이나 자선사업을 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중국공산당의 압박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2014년 알리바바가 상하이가 아닌 뉴욕에 상장되면서 당국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실제로 상장 4개월 뒤 당국은 알리바바 직원들의 뇌물수수, 저질 ‘짝퉁’ 제품 유통 등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마윈 회장은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로 사회가 안정됐다. 미국은 집권 세력이 바뀌어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시대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야말로 그가 천재, 재벌 2세와 어깨를 나란히 한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마윈의 허허실실에는 이유가 있는 듯하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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