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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겠습니까?

2018년 10월 05일(금) 제576호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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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교도소 안에 있는 아이들. 도움이 필요한데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부모가 저지른 죗값으로 그 아이들까지 고통받는 것이 당연하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일까?

A 구치소 수감자 ㄱ씨(43)는 ‘싱글 대디’였다. 이혼 후 열두 살, 일곱 살 두 아들을 혼자 키우다가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에 체포될 당시 옆에서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보호자를 모두 잃은 아이들은 아동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아이 둘이 같은 곳에 가지 못하고 다른 시설로 분리됐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그에게 전해지는 아이들 소식이 끊겼다.

B 구치소 수감자 ㄴ씨(38)는 다섯 식구의 가장이었다. 아내와 함께 열한 살, 여덟 살, 여섯 살, 한 살인 네 자녀를 부양했다. 그가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들어온 이후 아이들에게는 엄마만 남았다. 혼자 생계를 꾸리며 네 아이를 먹이고 입히며 키워야 했다. 경제적 빈곤과 양육 어려움이 닥쳤지만 범죄자 가정이라 마땅히 어디에 사정을 호소하기도 힘들었다. 그는 가족 정보를 수집하는 구치소 설문조사 종이 빈 공간에 적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구치소나 교도소 안에 수감자가 있다면, 밖에는 남겨진 아이들이 있다. 전국 53개 교정기관에 입소하는 수감자 수는 연간 약 14만명, 그 가운데 25.4%가 18세 미만 미성년 자녀의 부모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수감자당 자녀 수는 평균 1.52명. 추산해보면 한 해 동안 약 5만4000명에 이르는 어린아이들이 교도소에 들어가는 부모와 이별을 경험한다(아래 <표> 참조).


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부모가 어떤 사람이든 이 세상 모든 아이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안정된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랄 권리를 지닌다(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 아동복지법 제2조). 하지만 수감자 자녀들은 그런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이 분명하지만 사람들은 ‘아동’ 앞에 붙은 ‘수감자 가정’이라는 꼬리표를 먼저 보았다. 누가 나서서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했고, 당사자들이 나서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어려웠다.

드문드문 이뤄지는 연구나 민간단체 활동을 통해 보고되는 아이들의 삶은 창살 없는 감옥 생활과도 같다. 대부분 원래 가난했지만 극한으로 더 빈곤해졌다. ‘연좌제’로 고통받고 사회적으로 고립됐다. 무엇보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사실 그 자체다. 엄마, 아빠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받는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그리움에 사무치는 아이들 마음은 그 누구도 돌봐주지 않았다. 부모가 저지른 죗값으로 그 아이들까지 고통받는 일은 당연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기사에 나오는 사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2017)>,  최경옥·이경림의 <수용자 가족의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2017)>, <2015 한·일 수용자 자녀 및 가족 지원에 관한 실태와 과제 정책 세미나> 자료, <2016 아동인권 관점에서 본 수감자 자녀 지원 필요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자료에서 인용했다.)

■ “배고파서 편의점을 털었어요”

“아빠가 들어가시고 방세를 못 구하니까 주인이 꼴 보기 싫다고 엄마보고 밤에 나가라고 했대요. 그래서 밤에 가족들이 여관으로 짐을 옮기는데 이불 들고 옷 들고 한 50번 정도 왔다 갔다 했을 거예요. 사람이 들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날이 밝아버렸어요. 여관에도 못 가면 빈 차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요. 비어 있는 집에 가구도 없이 살아본 적도 있어요. 밥 먹다가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오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어요.”

ⓒ세움제공
한 교정기관에서 진행한 가족사랑캠프. 이 행사에서 한 수감자 가족이 만나고 있다.


ㄷ군의 증언대로, 부모의 수감이 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큰 피해는 경제적 위기다. 수감된 부모 76%가 교도소 입소 전, 혼자 혹은 배우자와 함께 자녀 양육비를 부담했다. 그 가운데 혼자 양육비를 부담한 비율도 40.3%에 이른다. 부모의 수감은 곧 생계를 꾸리던 가장의 부재를 의미한다. 아이들은 궁핍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래 가난하기도 했다. 수감자 가정의 국민기초생활 수급 비율은 11.7%, 일반 가정(2.3%)의 5배에 가깝다.

가난은 종종 아이들을 비행의 길로 빠뜨리기도 한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ㄹ군(16)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빠가 계속 교도소에 계시니까 초등학교 때부터 배고파서 차털이 했고요. 아침마다 배고파서 편의점에서 훔친 게 피해 금액이 40만원이나 된 거예요. 그래서 1호 처분받고 그런 게 모여서 보호관찰 2년을 받았죠.” ㅁ군(17)도 아버지 수감 뒤 삐뚤어졌다. “아빠가 들어가시고 경제적으로 엄청 안 좋아졌죠. 할머니 할아버지도 다 돌아가시고 집도 지하로 내려가고 엄마도 일하러 나가고 하면서 학교도 잘 안 나가게 되었어요. 놀면서 계속 빠지니까 학교를 못 가게 되고, 놀다가 담배도 피우고 술도 먹게 되고, 막 술 먹다 보니까 가출하고 싶어지고 재판까지 오고, 이렇게 막 커질 줄 몰랐어요. 아빠도 그런데 너까지 왜 이렇게 됐냐고 엄마가 우시는데… 잘 모르겠어요. 저도 제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버지 수감 후 ㅂ군(17)의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버지 대신 돌봐주겠다며 집에 들어온 삼촌은 자꾸 아이들을 때렸다. 동생과 누나가 먼저 집을 나갔다. 집에서 동생과 누나를 기다리던 그도 폭행을 견디다 못해 가출했다. 이후 쉼터를 전전했다. ㅅ군(16)은 아버지 수감 뒤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아니, 할머니를 맡았다. 할머니 밥을 차리거나 간호하다가 학교에 늦거나 못 가는 날이 늘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학교에 늦는 일도 잦았다. 결국 출석 일수 부족으로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수감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7번방의 선물>의 한 장면.

■ “느그 아빠 성폭행으로 잡혀간다”

아이들 처지에서 연좌제는 살아 있다. 사회는 수감자 자녀들에게 보이지 않는 ‘죄수복’을 입혔다. 초등학생 ㅇ군은 인터넷에서 자살하는 방법을 검색해봤다. 친한 친구에게 비밀이라며 아버지 수감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소문이 다 퍼졌다. 친구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알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ㅈ양(16)은 “그런 애랑 놀지 마라”는 부모 말에 자신을 멀리하는 친구들을 많이 겪었다. 격려한답시고 “너는 너희 아빠처럼 살지 마라”고 말하는 동네 사람들도 상처가 됐다. “저도 뭐 아빠가 잘한 게 아니라는 건 알아요. 아빠가 원망스럽고 밉지만 그래도 아빠인데 사람들이 그런 얘기하면 좋게 들을 수는 없죠.”

경찰 체포와 수사 과정에서 아이들이 받는 상처도 크다. “아침 일찍 자고 있는데 누가 아빠를 나오라고 해요. 아빠가 어디 갈 데가 있으니까 금방 올 거라고 하고 경찰차를 탔는데, 경찰이 사실 애들도 알 건 알아야 하니까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낫다면서 ‘느그 아빠 성폭행으로 잡혀간다’ 그러는 거예요. 그 말에 놀라서 누나랑 사흘 동안 잠을 못 잤어요.” 적잖은 아이들이 부모의 체포 장면을 목격한다.
ⓒChildren of Prisoners Europe
해외 한 수감자 자녀가 그린 가족 그림.


이때 받는 아이들의 상처는 무시해도 되는 고통일까? 유럽 평의회가 지난 4월, 47개국 회원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수감자 자녀 보호를 위한 정책지침에는 ‘부모의 체포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찰이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능하다면 아동이 없을 때 체포해야 하고, 아동이 상처받지 않는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르웨이, 미국, 폴란드 등에서는 부모를 체포할 때 아이를 다른 방으로 데려가거나 사회복지국 직원이 경찰과 동행하는 방식 등으로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국제 기준에서 부모의 체포로 아이가 겪는 트라우마는 범죄자 가족이 겪어야 마땅한 불가피한 고통이 아니다.

수감자 자녀는 때로 범죄의 직접적 피해자이기도 하다. ㅊ군(16)의 아버지는 부부싸움 도중 아내를 살해했다. ㅊ군도 집에 있을 때였다. 경찰은 아버지를 잡아가면서 그에게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손을 떨면서 진술서를 작성했다. 사건 이후에는 자기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의 어머니, 그러니까 할머니와 살아야 했다.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그리워해야 하는지 혼란에 빠진 채 그는 무너져갔다. 신경정신과 약을 먹고 자살도 시도했다. 그는 살인자의 아들이기에 앞서 그저 도움이 필요한 아이일 뿐이다.

■ “등본이 오래돼서 엄마 못 만난대요”


모든 아이는 부모의 거주지를 알고 만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 부모가 감옥에 있는 아이일지라도 그렇다(유엔아동권리협약 제9조 3·4항). 그러나 많은 아이들에게 ‘실질적 접견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일상을 이어가기도 버거운 아이들이,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교통편이 열악한 구치소나 교도소를 찾아가는 길은 녹록하지 않다. 거의 평일 낮에만 가능한 접견이기에 학교를 빠지고 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찾아가도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15분 내외의 만남만 허용된다.

아이들이 부모 면회를 갈 때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나온 주민등록등본 그리고 생년월일이 기재되고 사진이 부착된 학생증을 가지고 가야만 면회 신청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런 서류를 챙기기도 쉽지 않다.

“새 학기에는 학교에서 학생증 발급 처리가 늦어지잖아요. 그래서 임시 학생증을 가지고 갔는데 사진이 없다고 면회 신청을 받아주지 않고 그냥 안 된다는 거예요. 한 번은 학생증만 가져가고 주민등록등본을 빼놓고 갔는데 면회 신청 접수가 안 된다고 그래서 거기서 막 울고 인천에서 대전까지 갔는데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고생해서 갔는데 엄마를 못 만나서 목 놓아 울었죠. 주민등록등본도 몇 개월 지난 거는 안 된다고 다시 떼어오라고 그러는데 학교 끝나고 가면 주민센터가 문을 닫아서 못하고. 할머니도 바쁘시니까 못해주고 정말 저는 엄마 보러 꼭 가야 하는데….”

■ “니들은 고통받아도 싸다”

이 아이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도움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한부모 가정으로 등록된 경우에 제한된다. 수감자 자녀라는 틀로 세워진 정부 지원정책은 없다. 2011년 행정안전부·법무부·경찰청 등 7개 정부 부처가 수감자 가정 및 자녀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은 적이 있지만 후속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나마 법무부에서 구치소나 교도소에 가족접견실을 늘리고 가족 캠프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수감자 가족 관계 강화 사업을 늘려나가고 있다. 수감자 자녀 수 등 기본적인 통계치가 처음 확인된 것도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가 처음이다. 종교단체, 아동복지 등 민간단체에서 그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왔다(58쪽 상자 기사 참조).

수감자 자녀 지원 사업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여타 취약 아동을 돕는 일이 세상의 무심함과 싸운다면, 수감자 자녀를 돕는 일은 범죄자에 대한 세간의 증오와도 싸워야 한다. 수감자 자녀 지원단체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의 최윤주 사업팀장은 말했다. “우리 사업에 대한 소개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메인에 뜬 적이 있다. 홍보도 되고 좋겠다며 반겼는데 단 2초간의 기쁨이었다. 수감자 자녀들을 비난하는 댓글을 보고 피눈물을 흘렸다. ‘너희들이 고통받는 건 당연한 거야’ 이런 댓글이 흘러넘쳤다. 아이들이 볼까 봐 속상하고 무서웠다.”

사회는 왜 수감자 자녀들을 돌보아야 할까? 이제껏 수감자 자녀 지원의 명분은 주로 ‘교화’에 머물렀다. 자녀를 포함한 가정을 지원해야 수감자의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는 범죄 통제정책 차원으로서의 접근이다.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이를 중심으로 놓고 보았을 때 바람직한 접근은 아니다. 수감자를 지원하는 명목으로 아이와 나머지 가족의 삶이 희생당할 수 있다. 죄 없는 아이가 범죄자 부모와 자신의 삶을 분리해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일본의 가해자 가족 지원단체 ‘월드 오픈 하트(World Open Heart)’ 아베 교코 이사장은 “아이는 수단이 아니다. 범죄자를 교화하기 위해 자녀를 활용해선 안 된다. 가족은 교화의 도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감자 자녀들을 법 집행의 피해자로 바라보는 관점도 필요하다.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이 본의 아니게 아이들로부터 보호자를 빼앗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직장인 조우리씨(34)는 2016년 11월부터 1년간 수감자 자녀를 돕는 멘토링 활동을 했다. 조씨는 “‘왜 우리가 이 아이들을 도와야 하나?’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인상 깊게 봤던 수감자 자녀 인식 개선 캠페인 포스터 하나를 소개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종이 인형으로 아이와 부모를 표현한 그림에서, 아버지가 입고 있는 죄수복이 아이에게 그대로 옮겨지는 포스터다. “아이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잖아요. 다만 부모가 범죄자가 되어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었을 뿐이에요. 본인이 느끼기에 아이는 자신을 피해자라 느끼겠어요, 가해자라 느끼겠어요?”

세움의 2016년 수감자 자녀 인식 개선 포스터 공모전에서 우수상 (홍미진, 홍승구)을 받은 작품. 아버지가 입고 있는 죄수복이 아이에게 그대로 옮겨지는 포스터다.


“1. 나는 나의 부모가 체포될 때 안전하게 보호받고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 7. 나는 부모의 수용으로 인해 비난받고 심판받거나 낙인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 2003년 사회복지사, 정부 관계자 등이 모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수감자 자녀 파트너십(San Francisco Children of Incarcerated Parents)’에서 발표한 수감자 자녀 권리선언이다. 모두 8개 항으로 이루어진 이 권리선언은 이후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유럽연합 의회에서 회원국들에게 권고하는 수감자 자녀 권리보호 권고안 등으로 발전했다. 수감자 자녀도 다른 아동과 똑같은 권리가 있으며 부모가 체포되는 순간부터 사법 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권리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미국 법무부는 연간 500만 달러(약 56억원) 수준의 예산을 책정해 수감자 자녀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수감자 자녀를 ‘보호 대상 아동’으로 보고 사회적 지원을 늘려가는 게 세계적 추세다.

최경옥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부소장은 수감자 자녀를 돌보는 양육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움을 받을 권리를 놓치기 쉽다. 자녀들을 보호한다면서 세상과 단절하는 경우도 많은데, 세상이 손가락질할 때 참지 않고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아이들이 누려야 하는 권리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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