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프랑스는 대단하다.” 동료 교사가 기사를 보고는 감탄한다. 대체 무슨 기사를 보고 놀란 것인지 물으니, 프랑스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대체 프랑스가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국보다 학생 인권을 훨씬 더 보장해주는 나라라고 알고 있는데 왜 그런 법률이 제정되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이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된 것은 7월30일이다. 한국 기사를 검색해보니 그때 이미 여러 언론에서 보도됐다. 그런데 9월 초에 새로운 소식인 것처럼 또다시 기사가 나왔다.
이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때 표결 결과는 찬성 62에 반대 1이었다. 찬성이 압도적인 것 같지만 표수가 너무 적었다. 기사를 살펴보니 여당 의원들만 표결한 것 같았다. 나머지 야당은 좌파도 우파도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자녀를 프랑스 중학교에 보낸 학부모와 파리에서 유학 중인 졸업생에게 물어봤다.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두 사람 다 말하기를 크게 놀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법안이지만 그 당시에도 과연 이런 법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2010년부터 프랑스 학교에서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수업 중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되었고, 학생들도 자율적으로 수업 중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대학생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물론 몰래 쓰는 학생들도 있지만 학생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프랑스인이 많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악인 상황에서 그 법안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했다.
씁쓸했다. 한국에는 스마트폰을 제한하는 법률이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강제로 수거한다. 근거라고는 학교 규정뿐이다. 교사들은 쉬는 시간에 사용하는 스마트폰까지 압수한다. 무엇이 그토록 학생을 믿지 못하게 하는 걸까. 그렇게 수거하고 압수하는 것이 스마트폰 사용 교육에 도움이 될까.
이미 스마트폰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수 도구이다. 그렇다면 못 쓰게 하지 말고 잘 쓰게 해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잘 쓰도록 하려면 오히려 뺏어서는 안 된다. 교육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런 과정 없이 아이들을 윽박지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할까 봐 걱정된다면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어릴 때부터 보여줄 수도 있다.
강제로 하려고 하는 것은 폭력이다
오래전 어른들은 컴퓨터만 보고 있으면 바보가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는 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많았다. 컴퓨터와 친숙해지는 데 게임만큼 좋은 게 없었다. 이것저것 배우면서 점점 컴퓨터 활용 영역이 넓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른들 말 안 듣기를 참 잘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면 규정보다는 에티켓을 통해 자율적으로 지켜갈 수 있도록 서로가 약속하고 합의하는 게 교육이다.
잠깐! 아, 맞다. 사실 교사나 부모들이 불안한 것은 그게 아닌 듯하다. 스마트폰 중독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는 게 싫은 것이다. 그 대상이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이니 인간관계의 단절이니 하는 것은 단지 핑계일 뿐이다. 전에는 텔레비전이었고 한때는 컴퓨터였다가 지금은 그 대상이 스마트폰일 뿐이다.
자녀나 학생이 공부에 몰두했으면 하는 마음을 이해는 한다. 그러면 그냥 설득만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강제로 하려고 하는 것은 폭력이다. 폭력을 일삼으며, ‘이게 다 너를 위해서다’라는 말까지 하는 것. 그건 정말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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