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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고 강한 키라라, 그가 들려준 전자음악

2018년 10월 09일(화) 제576호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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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라라가 만들어낸 전자음악 소리에는 그가 경험한 삶의 분노와 슬픔도 함께 녹아 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강하고 매력적이다. 키라라는 국내 대표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 떠올랐다.

ⓒ키라라 제공
일렉트로닉 뮤지션 키라라는 음악을 최소 단위로 모두 해체한 다음 그것을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든다.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 키라라


‘저기요/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잘 지내요? (3집 앨범 <Sarah> 수록곡 ‘걱정’의 가사 일부)’ 흔하게 쓰이는 일상어로 이루어진 이 문장이 일렉트로닉 뮤지션 키라라의 곡에 쓰이면 어딘지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잘 지내요?’라고 묻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는 대지를 때려 부술 것 같은 드럼 소리와 대비를 이루어 궁금증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누구에게 잘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는 걸까. 키라라는 2017년 그의 2집 앨범인 <Moves>로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았다. 그날 그는 수상 소감으로 “친구들이 자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 자신이 성소수자로 살아오면서 오랜 시간 혼란과 고통을 겪어온 키라라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연이어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을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그래서 키라라가 만들어내는 통쾌한 전자음악 소리 안에는 그가 경험한 삶의 분노와 슬픔도 함께 녹아 있다. 올여름 그는 세 번째 정규 앨범 <Sarah>를 발표했다. 그가 만들어내는 스네어(드럼의 북) 소리는 여전히 인상적이고, 그의 전자음악은 멋진 록 음악 같은 해방감과 통쾌함을 선사해준다. 국내 대표 전자음악가로 떠오른 뮤지션 키라라를 소개한다.


이기용:열두 살 때부터 컴퓨터로 음악 작업을 했다고 들었는데 미디를 접하게 된 계기는?

키라라:당시 나보다 세 살 많은 ‘시스터’가 음악 작업을 하겠다고 집에 있는 컴퓨터에 기타 프로그램을 깔았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니 컴퓨터 프로그램에 음표를 찍으면 그대로 소리가 나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우연히 접한 미디 프로그램에 빠져 혼자 음악을 만들면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당시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컴퓨터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전국에서 다 모인 학교였다. 그래서 친구들은 거의 스마트폰의 앱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나만 혼자 엉뚱하게 노트북으로 음악을 만들었다. 내 10대를 생각해보면 음악이랑 성정체성으로 힘들어했던 기억밖에 없다. 친구도 없고, 놀러 다니지도 않았고, 게임도 별로 안 했다. 그냥 계속 미디로 음악 작업만 했다.

이기용:성정체성 혼란으로 10대 시절을 힘들게 보냈을 것 같다. 지금은 어떤가?


키라라:지금은 전보다 몸과 마음이 많이 건강해졌다. 아마도 음악 때문인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원했던 음악을 현재에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신적으로 힘을 준다. 개인에게는 자아실현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또 하나는 홍대에서 만난 음악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그 친구들은 단지 함께 음악을 할 뿐인데 내 고민을 들어주고 나를 허물없이 동료로 대해주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내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데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아직도 어려운 과제이자 숙제이다.

이기용:다시 음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얼마 전 발매한 새 앨범에서도 보여주고 있다시피 키라라는 그 특유의 스네어(드럼의 북) 소리가 매력적이다.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키라라:나는 드럼 사운드를 만들 때 실제 록 음악에서 사용된 것을 주로 샘플링한다. 뭔가를 ‘부수는 듯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많을 때는 열 개 이상의 드럼 사운드를 겹겹이 쌓아두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드럼 소리가 거칠게 ‘와장창’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여러 소리를 겹쳐서 드럼 소리를 만든다.

이기용:2집의 ‘Feather Dance’ 같은 곡에서는 미술의 콜라주 기법처럼 언뜻 관련 없어 보이는 소리들을 결합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일본 뮤지션 ‘코넬리우스’의 음악이 떠오르기도 하고.

키라라:코넬리우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가이다. 나는 댄스음악계의 코넬리우스가 되고 싶다(웃음). 나는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소리를 자르고 이어 붙이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나 역시 음악을 최소 단위로 모두 해체한 후 그걸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든다. ‘Feather Dance’를 만들 땐 트위터에 ‘기타 소리가 필요하니 아무거나 본인이 직접 쳐서 저한테 소스 보내주세요’라고 올렸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녹음한 기타 소스들을 보내주었다. 누구는 기타를 두드려서 비트를 만들기도 하고, 누구는 아르페지오 기타를, 누구는 엉뚱한 기타 솔로를 녹음해서 보내줬다. 나는 그것들을 모아서 잘게 자른 후 곡의 여기저기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곡을 만들어갔다.

이기용:새 앨범의 ‘걱정’이라는 곡에는 “있잖아요,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잘 지내요?”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무슨 뜻인가?

키라라:그 당시 성소수자인 친구가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그 죽음을 겪으면서 나도, 주변 성소수자 친구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SNS에 어떤 친구가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내가 경찰에 신고한 일도 있었다. 누가 갑자기 약을 먹고 병원에 실려 가는 등의 일이 생겨서 늘 걱정이 됐다. 그래서 무사히 있어달라는 마음을 담아 음악을 만들었다.

이기용:올해 발표한 3집 앨범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쇼케이스도 성황리에 끝났다. 키라라 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


키라라:컴퓨터로 만드니까 전자음악이고 또 댄스음악이니까 EDM인데, 나도 내가 뭘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웃음). 그래서 내 음악을 설명할 때 ‘키라라는 이쁘고 강합니다’라는 말을 만들어서 공연 때마다 사용했다.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키라라 음악의 매력은 시원한 전자음악인 것 같다. 요즘 국내에는 내 음악처럼 ‘부수는’ 사운드를 만드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기용:최근 들어 해외 페스티벌에도 여러 차례 참가했다고 들었다.

키라라:이탈리아에 한 번, 프랑스에 두 번 다녀왔다. 프랑스에선 ‘뉘소노르’와 ‘트랜스 뮤지컬’이라는 유서 깊은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다. 올가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리는 쇼케이스 페스티벌에 내 음악을 알리고 올 계획이다.



키라라는 자신의 음악이 댄스음악이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슬픔이 있다고 했다. 아마 음표 하나하나를 만들 때 그가 사회의 거대한 편견 앞에서 느낀 아픔과 분노도 함께 새겨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슬픔도 분노도 아름다움이라는 필터를 통과하지 못하면 음악이 될 수 없다. 키라라는 그가 겪어온 것들을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음악에 성공적으로 담았다. 그래서 키라라의 음악은 강하고 매력적이다. 아직 그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ct14074’나 ‘걱정’ 같은 곡에서 그가 만들어내는 스네어 소리에 귀 기울여보길 권한다. 그는 마치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스네어 소리에 담아서 하는 듯하다. 한편 ‘Blizzard’ ‘Snow’ ‘Avalanche’ 같은 곡이 만들어내는 직관적이고 격정적인 흥분도 좋고, ‘꽝’이나 ‘Water’에서 보여주는 서정성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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