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무어·커샌드라 필립스 지음,
이지연 옮김, 미지북스 펴냄

일본 규슈 가라쓰 시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바닷가에 한국에서 건너온 온갖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한국산 식용유 통, 페트병, 라면 봉지, 편의점 도시락 용기까지···.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해류를 타고 이어진 한·일 교류의 증거라며 감격스러워했지만, 내 눈엔 쓰레기더미일 뿐이었다. 그리고 일본과 하와이 사이에 한반도 면적의 7배나 되는 ‘쓰레기 섬’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플라스틱 바다〉는 1997년 이 쓰레기 섬을 최초로 발견한 찰스 무어 선장과 신문기자 출신 커샌드라 필립스가 쓴 책이다. 지금도 계속 덩치를 키우고 있는 쓰레기 섬은 해양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찰스 무어는 이 발견을 계기로 해양 환경연구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삶의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이 책을 썼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바다는 ‘지구의 쓰레기통’이다. 온갖 일회용품과 어업 도구가 한데 어울려 바다에 둥둥 떠다닌다. 오래된 것은 아주 잘게 부서져 눈에 띄지도 않는다. 바다에는 플랑크톤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다. 바닷물고기가 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다시 우리가 독성물질이 든 해산물을 먹는다.

저자는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위해성까지 연구했다. 위해성이 심각한 물질 가운데 하나는 야광봉이다. 파티나 콘서트에서는 물론 어업에도 쓰인다. 어부들은 돈이 되는 참치가 빛에 끌린다는 걸 알고 이 야광봉을 무더기로 구입하고 있다. 야광봉 안의 화학물질은 해양 생물에게 매우 유독하다. 앨버트로스 새끼들이 야광봉을 주식으로 삼는다.

우리는 인류에게 직접 위해가 가해져야 환경의 심각성에 눈뜬다. 이런저런 국제법적 규제가 근원적 해결 방안도 아니다. ‘더 많은 소비가 지구를 망친다’라고 외치는 것도 허망하다. 다만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잠깐이라도 바다를 생각해보자고 말할 수밖에 없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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