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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기술 ‘탄소 제로 발전소’

2018년 10월 18일(목) 제578호
이진오 (<물리 오디세이> <밥벌이의 미래> 저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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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발전 기술은 없을까.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MIT에서는 이 기술을 ‘2018 인간 삶을 바꾸어놓을 10대 혁신 기술’로 선정했다.

지구는 마치 신체처럼 균형이 잡혀 있을 뿐만 아니라 동적인 균형도 이룬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끊임없이 새로 생기고 또 사라지며 일정 농도를 유지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거대하고 복잡한 전 지구적 탄소 순환과정 중 하나다.

그런데 인류가 이 과정 중 하나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암석권에 있는 탄소 중 엄청난 양을 이산화탄소로 바꾼 것이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쓰는 것은 암석권에 농축한 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꿔 대기로 흘려보낸다는 의미다. 지구상 탄소의 양은 변화가 없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은 급격히 늘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자연스레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대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바로 채집해서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이라는 아이디어가 지금 당장 가능한 해법일지도 모른다.
ⓒ연합뉴스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급격히 늘었다. 위는 한 화력발전소 굴뚝 모습.

다급해진 인간이 생각해낸 방법은 스스로 만든 이산화탄소를 모아다가 다시 암석권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 같다.

하지만 CCS 기술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부분에서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지는 잠시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CCS 기술은 두 단계로 나뉘는데, 하나는 이산화탄소를 모으는 포집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암석권에 돌려보내는 저장 과정이다. 일단 포집부터가 문제다. 포집 과정만 살펴봐도 기술자들에게 닥친 어려움, 나아가 인류가 겪고 있는 곤란함이 느껴진다.

우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절대적으로 낮다. 대기 중 농도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지만 0.04%에 불과하다. 모아서 대량으로 처리하기에 너무 적다. 처리해야 하는 공기 양이 엄청나게 많아야만 유의미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모을 수 있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든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모으는 기술은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인간이 연소를 일으키는 지점에 집중된다. 대량의 연소 직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화력발전소나 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각종 공장이 그 대상이다. 사실 단순 비용 때문에 효율을 중시하는 것만은 아니다. 포집 과정 자체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그 이산화탄소를 모으려고 다시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포집 과정의 효율이 높아야만 한다.
ⓒ연합뉴스
7월18일 <대한민국 기후기술대전>에서 (재)한국이산화탄소포집 및 처리연구개발센터 관계자가 이산화탄소를 고농도로 포집해 유용한 물질로 전환시키는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아직까지 CCS 기술이 성공적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낮은 효율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발전소 에너지의 30%가량을 사용하게 된다는 비관적인 보고서도 있다. 이는 너무나 큰 손실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더 적극적인 방법도 고려 중이다.

연료와 구동 방식이 정확히 정해진 발전소에서 유의미한 방법으로는 애초에 연료를 연소하기 전에 연료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있다.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태우지 않고 적절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를 생산하면서 탄소를 제거한다. 에너지원으로 이때 생산된 수소를 사용하면 연소 후 이산화탄소가 생길 일이 아예 없다. 이와 같은 기술을 연소 전 포집 기술이라고 하는데, 효율이 좋고 미세먼지와 같은 다른 오염도 없애는 효과가 있다. 이 역시 연소 전 처리에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효율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연소 단계부터 포집을 생각하는 방법도 있다. 포집이 쉽도록 연소 후 이산화탄소 농도를 대단히 높이는 것이다. 바로 100% 산소만 연소 과정에 개입시키는 순산소 연소 기술이다. 예를 들어 탄화수소를 연료로 사용하여 순산소 연소를 시키면 대부분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생긴다. 여기서 수증기만 응축시키면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얻을 수 있어서 농도가 80% 이상 된다. 이 정도면 제대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만하다. 실제로 순산소 연소 공정의 이산화탄소 회수율은 거의 100%에 달한다고도 한다.

순산소 연소 기술도 말처럼 간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역시 효율이 문제다. 산소를 만드는 데에 비용과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로 터빈 돌리는 방법은 없을까

기술자들은 아예 연소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발전에 이용하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예컨대 연소를 통해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로 터빈을 직접 돌리는 것이다. 연소 가스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것 자체가 특이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연소 가스를 순수한 고압의 이산화탄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 이 아이디어의 핵심이다. 연료를 순산소 연소시켜 농도가 짙은 이산화탄소를 얻은 후 이를 높은 압력과 적당한 온도로 다루면 초임계상태라 불리는 유체가 된다. 이때 이산화탄소가 갖는 특성이 발전용 터빈을 돌리기에 제격이다. 다른 유체를 사용한 기존 방식보다 훨씬 좋다. 예를 들어 수증기보다 밀도가 훨씬 높아서 터빈을 더 강력하게 돌릴 수 있다. 당연히 효율 면에서 큰 이득이다. 같은 용량을 발전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설비가 더 적다는 의미도 된다.

당연히 가스 순환과정 자체가 순도 높은 이산화탄소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아예 이산화탄소가 가스 순환과정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다.  

이런 발전을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미 1900년대 중반부터 아이디어는 있었다. 기술적 한계로 실현되지 못하다가 2000년대에 이르러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올해 6월 미국 텍사스 주에서 25㎿(메가와트) 규모의 시범 발전소가 시운전에 들어갔다. 이 사업을 추진 중인 스타트업 기업 ‘네트파워’에 따르면 발전 단가가 가장 앞선 기술 수준의 천연가스 발전소와 비슷하다. 이는 현재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없다. 꿈에 그리던 ‘탄소 제로 발전소’의 구현이다. 만약 이 공장이 성공적으로 시운전을 마치게 되면 바로 300㎿ 규모의 실용적인 공장을 짓는 단계로 바로 진행될 것이다.

의문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 암석권에 있는 탄소를 꺼내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것은 기존 발전 방식과 다를 바 없다. 포집까지 완료했다 치더라도 결국 다시 저장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할 게 뻔하다. 전체 효율을 어떻게 계산해야 옳을까? 탄소를 저장한다고 하더라도 저장한 탄소는 유의미하게 긴 기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을까?

아직 확답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CCS와 결합된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소가 지닌 막강한 강점은 매력적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기존 발전소의 장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항상성과 낮은 비용이다. 그러면서도 탄소 배출이 없다. 인류가 최종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새로운 차원의 발전 시스템을 갖출 가능성도 있다. 지금 당장은 새로이 개발될 시스템이 향후 발전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녀석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국 MIT에서는 ‘2018 인간 삶을 바꾸어놓을 10대 혁신 기술’에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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