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샤이니의 멤버가 아니었다면 키(Key)는 조금 다른 이미지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뭐든지 잘한다는 ‘샤이니의 만능열쇠’라 불리지만, 아이돌로서 돋보이는 춤, 노래, 출중한 외모는 이 그룹에서 ‘보통’에 불과하다. 그래서 종종 그는 뾰족해 보인다. 멤버들이 대체로 음색이 풍성하다면 키는 카랑카랑한 편이고, 다들 선량해 보인다면 키는 날카로워 보인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가 패셔니스타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도 비슷하다. 하이패션 브랜드에서 난해한 의상을 선보이면 팬들이 “키에게 이 옷을 보여주지 말라”고 농담을 할 만큼, 그는 남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옷을 턱턱 입어낸다.

그런 세련된 이미지에 비해, 키에겐 인간적인 구석도 있다. 왜 아니겠는가. 연예인은 다들 그러기 마련이다. 하지만 키는 그 질감이 다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애창곡을 들려달라고 하면 그가 부르는 게 김광석의, 그것도 하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다. 삶을 반추하며 배우자를 떠나보내는 노래. 아름다운 젊음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아이돌이? 대중에게 친근감을 전해주려는 선곡이라기엔 얄궂다. 보통은 잔잔한 노래로 따스한 면모를 보여주든지, 더 뻔하게는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통파’ 아닐까.

그가 요즘은 카카오TV에서 〈청담Key친〉이라는 예능을 진행한다. 이야기 손님을 위해 직접 요리를 준비하는 방송이다. 그는 요리 전문가가 아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요리 잘해’라는 말을 듣는, 꽤 많은 일반인 중 한 명이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레스토랑을 차리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저 친구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란다.

보통 토크쇼와는 조금 다르다. 주인공인 게스트에게 이야깃거리가 있고 진행자가 이를 이끌어내는 형식이 아니다. 그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키 자신의 이야기도 적잖이 등장한다. 대인관계, 커리어, 꿈, 추억, 외로움. 데뷔 10년을 맞은, 그리고 지난해부터 유난히 힘든 시기를 거쳐야 했던 한 아이돌이 바라보는 삶의 지형지물들이다.

즐거운 대화와 좋아하는 요리로 풍요롭게

어디든 불려 다닐 전문 MC가 되려는 건 아마도 아닐 것이다. 다른 스타들처럼 ‘소탈함’을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다. 그가 특유의 조금 억울한 듯한 말투로 나누는 대화는 인물에 대한 게 아니다. 자신의 앞과 뒤에 펼쳐진, 시간의 연속체로서의 삶이다. 그는 즐거운 대화와 좋아하는 요리로 이를 풍요롭게 가꾸려 하고, 그 속에서 다시 인생을 이야기한다. 아이돌에게도 인생이 있다. 커리어나 디스코그래피(음악 목록)를 떠나서도 말이다. 당연하지만 종종 잊히는 사실이다. 다른 셀럽들이 ‘인물로서’ 팬들의 삶 속에 스며든다고 한다면, 키는 ‘인생으로서’ 스며드는 길을 선택한 듯하다.


기자명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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