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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적으로’ 완벽한 다스 실소유주의 탄생

2018년 10월 22일(월) 제579호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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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이명박 피고인에게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7070만원을 선고했다. 도곡동 땅과 다스 모두 그의 소유라고 인정했다.

10월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이 판결을 받았던 이곳에서 또 다른 전직 대통령 한 명이 법정 선고를 받았다. 피고인 이명박.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7070만원을 선고했다.

선고가 내려진 법정에 이명박 피고인은 나오지 않았다. 선고 공판 생중계가 결정되자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드나드는 모습이 방송되면 국격을 해칠 수 있다”라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대신 이명박 피고인의 변호인 6명이 출석했다. 맞은편 검사석에는 이명박 피고인을 직접 조사했던 신봉수·송경호·이복현 검사를 비롯해 수사부터 공판까지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 9명이 자리를 지켰다.

ⓒ그림 우연식
10월5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이명박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이날 이명박 피고인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판결은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2007년 대선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던 서울 도곡동 땅과 경주 소재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가 모두 이명박 피고인의 소유라고 인정했다. <시사IN>은 5월23일 첫 재판부터 9월7일 결심 공판까지 ‘법정 중계’ 형식으로 보도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진행되는 재판을 매번 방청하고 기록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어지는 재판을 지켜보는 건 지루한 일이었다. 생소한 법률 용어가 지배하는 법정에서도 재판이 활기를 띠는 순간이 증인 심문을 할 때다. 그런데 이명박 피고인 재판에는 증인 심문이 1회뿐이었다. 증인이 적다 보니 16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피고인 재판은 구속 기간(6개월)이 만료되기 전 마무리됐다. 1년 가까이 심리가 이루어진 박근혜 피고인 재판에는 증인 138명(중복 포함)이 나왔지만, 이명박 피고인 재판에 출석한 증인은 검찰이 신청한 대검찰청 소속 포렌식 수사관 한 명뿐이었다.

법정은 썰렁했다. 417호 대법정 방청석 150개 가운데 20석 정도에만 방청객이 앉았다. 증인 심문 없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설명하고 변호인이 반박하는 식으로 재판이 진행되다 보니 취재기자도 많지 않았다. 지지자들이 몰려 사전에 방청권을 추첨해야 했던 박근혜 피고인 재판과 비교됐다.

방청객은 교회 지인이거나 지지자들이었다. 고정된 사람들이 꾸준히 재판에 왔다. 한번은 “청와대에서부터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방청객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 근무한 김○○씨였다. 그는 이명박 피고인에게 테니스를 가르쳤다. 이명박 피고인은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갈 때면 이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자주 하는 말은 “뭘 또 오셨냐” “식사는 했어요?” “기도하세요”였다. 다스 노동조합 간부들도 재판을 방청했다. 그들의 관심은 이명박 피고인이 다스 실소유주로 밝혀질지 여부였다.

이명박 피고인 측의 ‘증인 없는 재판’ 전략

ⓒ그림 우연식
재판 중 검찰이 <시사IN> 기사를 법정 스크린에 띄우자 이명박 피고인이 외면하기도 했다.

이명박 피고인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참고인 진술조서와 피의자 신문조서를 모두 증거로 ‘동의’했다. 통상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 측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조서를 부동의하고, 해당 피조사자를 법정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 사실 여부를 다투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이 피고인이 변호인단을 설득했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증인 대부분이 같이 일을 해왔던 사람들인데 법정에 불러내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건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의 품위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 재판 과정에서 ‘증인 없는 재판’은 이명박 피고인 측의 전략으로 작동했다. 검찰 수사에서 이명박 피고인의 측근 대부분은 관련 혐의를 시인했다. 변호인단은 이들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진술자들의 개인적 흠결을 들춰내거나 진술 의도에 흠집을 냈다. 그런데 진술 당사자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니 변호인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다. ‘MB 30년 집사’로 불리는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삼성과 국정원에서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비롯해 이명박 피고인의 범죄 사실 전반에 걸쳐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쏟아냈다. 이명박 피고인 변호인단은 김 전 기획관이 경도인지장애 의심 진단을 받았다며 기억력을 문제 삼았다. 108일 동안 58회 조사를 받은 기록을 두고는 가혹 수사가 의심된다고 했다. 재판 내내 이런 주장이 반복되자 검찰 쪽에서 “차라리 증인 심문을 했으면 했는데 피고인이 증인 신청을 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이 한 진술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2007년 검찰, 2008년 정호영 특검 수사도 이명박 피고인에게 명분을 제공했다. 17대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 ‘BBK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은 “다스를 이명박 소유로 볼 증거가 없다”라고 발표했다.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출범한 정호영 특검도 “도곡동 땅은 김재정(MB 처남)과 이상은(MB 형) 공동소유”이며 “이명박은 다스 주식을 차명으로 소유한 사실이 없다”라고 같은 결론을 냈다. 9월6일 결심공판, 이명박 변호인은 2008년 특검과 2018년 검찰 수사 결과가 다른 이유를 따졌다.

지난 4월9일 검찰은 이명박 피고인을 기소하며 공소장에 이렇게 적었다. “도곡동 땅, 다스 지분 등이 피고인 소유로 인정될 경우 공직자윤리법 위반죄에 해당해 대통령 임기 개시 전인 2008년 1월18일까지 당선에 이의가 있는 이가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판결확정 시 당선무효가 될 수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한 이명박 정권의 속살도 드러났다. 2008년 초, 이명박 피고인은 대통령 취임식인 2월25일 전까지 두 달이 안 되는 기간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세 번 만났다. 인수위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대선 시기 16억원을 지원한 이 전 회장의 인사 청탁을 들어주러 30분을 할애했다. 취임식 이틀 전인 2월23일에는 금융감독위원장(현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 등 이 전 회장에게 내어줄 자리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재임 기간에는 다스 미국 소송과 김재정 차명 재산 관련 업무에 청와대 공무원들이 동원됐다. 지난해 9월부터 <시사IN>이 ‘주진우 기자의 MB 프로젝트’를 통해 연속 보도한 내용이다. 실제 법정에서 검찰이 이명박 피고인 앞에서 <시사IN> 기사를 실물화상기에 띄웠다. 기사가 법정 스크린에 등장하자 이 피고인은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법정에서 강변한 이명박 피고인의 말말말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2009년 10월 작성한 ‘VIP 보고 사항’에는 미국 소송 진행 상황 및 소송 전략과 더불어 소송비용을 삼성전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을 영포빌딩에서 압수했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양○○ 행정관은 소송 담당자로 지정돼 다스 직원과 긴밀하게 연락하며 소송을 챙겼다.

<시사IN>은 지난해 9월부터 ‘주진우 기자의 MB 프로젝트’를 통해 ‘이명박 의혹’을 여러 차례 보도했다.
다스 미국 소송에 청와대 공무원들이 동원된 사실 등이 이를 통해 드러났다.

차명 재산 관리인이던 김재정씨의 경호도 청와대에서 맡았다. 정○○ 청와대 경호실 서기관은 검찰 조사에서 김인종 경호처장 지시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김재정씨의 경호를 맡았다고 진술했다. 2009년 1월26일 김씨가 쓰러진 뒤 영포빌딩 지하에 있는 김씨의 금고를 개봉할 당시 그도 입회했다. 2010년 2월7일 김씨가 사망하자 김백준 전 기획관은 상속세 절감 방안과 납부 방법을 검토한 ‘고 김재정 회장 상속세 관련 보고서’를 이명박 피고인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이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명박 피고인이 청와대 공무원들에게 포괄적 지시를 한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공무원이 형식적·외형적으로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직무 집행을 해야 한다’는 직권남용죄 법리와 들어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곡동 땅과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되자 이명박 당시 후보는 “저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라고 단호하게 외쳤다. 피고인석에 선 이명박 피고인의 태도도 동일했다. 그는 재판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16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피고인 신문이 이루어진 9월4일 재판에서 이명박 피고인과 검찰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피고인은 책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은 채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은 50분간 대답 없는 질문 86개를 읽어내려 갔다.

그는 종종 발언 기회를 얻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강변했다. “저는 오래전부터 ‘재산이 있으면 다 내놓는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6월20일).” “(금융기관장 같은) 전문직 자리는 정말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했다(8월17일).” “부정부패, 정경유착, 그것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다(9월6일).”

10월5일, 재산에 욕심이 없고 늘 나라를 생각하며 부정부패를 제일 싫어한다는 이명박 피고인에게 법원은 유죄 선고를 내렸다. 다스 소유 관계가 인정됨에 따라 법인자금을 횡령해 비자금 246억원을 조성한 혐의가 인정됐다. 법원은 삼성이 다스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해준 61억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2011년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수수한 10만 달러, 공직 임명 대가로 받은 16억원도 뇌물로 보았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자부했던 이명박 피고인이 받은 뇌물 액수는 법정에서 인정된 것만 총 86억원이다.



법정 중계를 마치며


ⓒ시사IN 양한모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법정 147번 좌석. 대법정 제일 뒷줄에 있는 이 자리는 제게 익숙합니다. 2016년 12월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인 최순실 재판을 시작하면서 법원은 언론사별로 좌석 번호가 찍힌 비표를 한 장씩 발급했습니다. 그 뒤 417호 법정에서 열린 박근혜 피고인 재판, 이명박 피고인 재판까지 동일한 비표를 쓰고 있습니다. 비표를 목에 걸고 지정된 기자석에 앉아야만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재판’ 법정 중계를 전담하게 된 저도 147번 비표를 가지고 법정에 들어갔습니다. 5월23일 1회 공판부터 10월5일 선고 공판까지 총 27회 재판을 기록한 파일은 A4 용지 717쪽 분량입니다.

<시사IN>의 법정 중계는 이른바 ‘원세훈 재판’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을 밀착 취재했던 <시사IN>은 특별수사팀 수사 단계뿐 아니라 법정에서 드러난 팩트도 날것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기록하자는 취지로 법정 중계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재판 때도 1심 전 과정을 법정 중계한 바 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회팀 기자들이 돌아가며 중계했는데, 이번 이명박 재판 때는 혼자 전담했습니다. 주진우 기자가 시작한 ‘MB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법정 중계까지 이어가려면 한 사람이 맡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전담하면서 고민이 컸습니다. 박근혜 피고인 재판이 1년5개월을 끌었던 탓에 이 재판도 길어질까 봐 걱정했습니다. ‘고맙게도’ 이명박 피고인 재판 때 증인 심문은 한 명에 그쳐서, 재판은 4개월 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기사는 역사의 초고’라는 말을 떠올리며 ‘이명박 재판 법정 중계’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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