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다”라고 유명해진 책이다. 올해 9월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 책을 돌려 화제가 됐다. “정치란 국민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담은 책”이라는 독후감(기동민 의원)도 나왔다. 틀린 말은 아닌데, 밋밋하게 요약하기에는 좀 섭섭한 책이다.
실제 내용은 훨씬 도발적이고 논쟁을 부추긴다. 독자로서 갸우뚱하게 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렇게까지 단언하기 어렵다 싶은 강한 주장도 여럿 나온다. 하지만 ‘공자님 말씀’을 주워섬기는 책과는 비교할 수 없이 한껏 생각을 자극한다.
책은 정치가 국민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왜 미국 정치가 국민 눈높이에서 멀어졌는지를 전투적으로 따지고 들어간다. ‘위탁받은 대리인’ 역할에 그쳐야 할 전문가들이 “하나의 사회적 계급”을 이루었기 때문이라는 게 책의 핵심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 ‘전문가 계급’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면서 보통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멀어졌다. 이것은 정치인들의 각성이나 헌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당의 계급적 토대가 바뀌어서 벌어진, 좀 더 근본적인 정치 변동이다 (저자 토머스 프랭크는 공화당은 ‘원래 반민중적인 당’으로 제쳐놓기 때문에 공화당에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전문성과 능력주의는 우리 시대에 숭배받는 가치다. 프랭크는 바로 이 숭배를 멈추고 보통 사람의 눈높이로 정치를 다시 쓰라고 주장한다. 한 발만 삐끗하면 반(反)지성주의로 공격받을 주장이다. ‘전문가 계급론’ 외에도 ‘혁신 무용론’ ‘20세기 사회계약 복원론’ 등 논란거리가 아주 많은 주장이 이어진다. 어느 대목은 시대착오적 러다이트 같고, 또 어디는 좋았던 시절만 추억하는 곤란한 늙은이 같다. 바로 그 덕분에, 뻔히 보이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리 시대에 중요한 논쟁을 던진 덕분에, 지구 반대편에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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