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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쌍용차 파업 현장에 해군이?

2018년 10월 19일(금) 제580호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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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쌍용차 파업 진압에 현역 해군이 개입한 정황을 <시사IN>이 단독 입수했다. 당시에 기무사·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으나 해군의 개입이 문건으로 밝혀진 건 처음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에 현역 해군이 개입한 정황을 <시사IN>이 단독으로 입수했다. 노사분규 업무 연관이 없는 해군이 민간인 파업 관련 업무에 동원돼 공적을 인정받아 당시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 명의의 감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쌍용자동차 농성장에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온 바는 있지만, 해군의 개입이 문건으로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기지방경찰청에서 확보한 자료다.

그해 8월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이 끝난 후, 경기지방경찰청은 대거 포상을 했다. ‘사기 관리’라는 명분이었다. 경찰관, 전·의경에게 특진과 표창 그리고 휴가 등 다양한 포상을 했다. 2009년 12월 경기지방경찰청이 대외비로 발행한 403쪽짜리 <쌍용자동차사태 백서>에도 “전례 없는 대규모 포상 및 특박이 부여됐다”라고 나와 있다. 특진은 경찰관 5명에게, 표창은 경찰관, 전·의경, 민간인 657명에게 수여했다고 쓰여 있다.

홍익표 의원실에서 확보한 문건(위)에 따르면, 현역 해군이 파업 지원과 관련해 감사장을 받았다.

<시사IN>은 관련 표창과 감사장 내역 전체를 입수했다. 이 중 민간인 표창·감사장 내역(표창 5명, 감사장 9명)에는 당시 현역 해군이 포함돼 있다(위 그림 참조). 평택경찰서장 명의의 공적 조서를 보면, 공적 요지는 ‘경찰행정 발전 업무(쌍용차 분규 관련 지원 협조) 기여 유공’이다. 공적 내용에는 군인 신분으로 쌍용자동차 파업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평소 확고한 국가관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맡은 바 군 업무에 정려함은 물론 경찰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으로 사회 안정화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여온 모범 해군으로서 민생 치안 확립에 정진케 하는 데 기여와 협조를 아끼지 않은 자로…. 특히, 관내 쌍용자동차 분규와 적극 지원과 협조하여 사회 안정화에 기여하는 등 경찰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이 지대한 자임.”

쌍용자동차 파업이 마무리된 직후인 2009년 8월13일 평택경찰서장은 이들을 위와 같이 추천했다. 평택경찰서 정보과장이 공적 사항을 조사해 이를 보증했다. 추천 훈격은 (경기)지방청장 감사장이었다. 2009년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이 펴낸 <쌍용자동차사태 백서>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익표 의원은 “해고는 살인이라며 함께 살자고 외친 이들에게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대테러 부대를 투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들을 폭도 취급했다. 심지어 해군이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공적 조서가 뒤늦게 세상에 나왔다. 군인이 파업 현장에 있어야 할 이유가 뭔가. 결국 노동자를 적으로, 파업 현장을 전쟁으로 취급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군은 민간 노사분규에 개입할 수 없다. 군 업무가 아닌 사안에 뛰어드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당시 해군은 왜 파업 현장에 있었고 어떤 공로로 감사장까지 받게 되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홍익표 의원실을 통해 다시 구체적인 공적 사항이 담긴 공적서와 추천서를 경기지방경찰청과 경기도에 의뢰했지만 해당 자료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보존 기간 5년 경과, 컴퓨터 폐기 등으로 자료가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이에 대해 경찰 쪽은 국회 안정행정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가 열린 10월19일 관련 자료를 뒤늦게 찾았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해당 해군의 공적내용에 대한 추가 자료를 확인했다. 자료에 따르면 강당과 같은 숙영시설을 제공한 명목이지, 파업 진압에 군인이 직접 동원되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찰 의혹 기무사 대위, 감찰도 받지 않아

이제까지 드러난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군의 개입은 기무사였다. 기무사 소속 신 아무개 당시 대위(현 소령)가 2009년 파업 현장을 사찰하다 들켰다. 신 대위의 캠코더 테이프와 수첩에는 민간인 사찰 정황이 담겨 있었다. 기무사는 군부대 내 보안·방첩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민간인 사찰은 불법이다. 하지만 이후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은 감찰을 하지 않았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관련 민형사 소송이 있어서 감찰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소송은 이미 2012년에 마무리됐다. 이뿐만 아니라 ‘국방부의 군인·군무원 징계 업무처리 훈령’에는 수사기관이 해당 군인에 대한 조사나 수사 개시 통보가 있을 때만 징계 절차가 멈춘다고 적시되어 있다. 신 대위에 대한 수사나 조사 자체가 없었다. 군이 쌍용자동차 파업에 개입한 정황을 조직적으로 은폐한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김진표 의원은 “지나간 일이라고 덮어서는 안 된다. 불법 사찰에 가담한 기무사 요원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일벌백계가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다”라고 말했다.

2009년 8월5일 쌍용차 노조원이 점거한 공장 옥상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었다.
ⓒ시사IN 이명익


2009년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이 쌍용자동차 파업과 관련해서 준 민간인 감사장과 표창장에는 교육공무원·자영업자·미화원·민간회사 연구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공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쌍용자동차 파업 기간 동안 동원된 전·의경에게 주유소 화장실을 개방 제공하는 등 편의시설 제공 및 지원을 한 공이 있다” “쌍용자동차 파업 기간 동안 쌍용차 주변을 매일 환경정리함으로써 경찰의 원활한 법 집행과 민생치안 확립에 정진케 하는 데 기여했다” “8월4일부터 6일까지 타 청에서 지원 온 전·의경들이 숙영할 수 있도록 학교의 체육관, 전기, 급수시설 등을 제공했다” “2009년 6월21일부터 8월6일까지 45일 동안 평택 쌍용자동차 점거 농성 관련 무선통신의 완벽한 소통을 위한 TRS(주파수 공용 무선통신시스템) 이동 중계차량의 지원 등 합동근무 유공이 있다” 등등.

특정 경찰관 공적 조서에는 최루액을 뿌렸다는 사실도 들어가 있다. “2009년 7월21일부터 최루액을 희석시켜 비닐봉지 및 헬기의 물탱크에 투입해 공중에서 점거 중인 도장공장 옥상에 투하했다”라는 점을 유공으로 내세웠다.

경찰의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은 사건 당시부터 지금까지 인권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 2600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길거리에서 복직 투쟁을 했고 그사이 30명이 희생됐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경찰 진상조사위)는 지난 8월28일 “그동안 경찰이 쌍용자동차 노조에 대해 공권력을 과잉 행사해 인권침해를 했다”라며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경찰 진상조사위가 펴낸 ‘쌍용자동차 사건 진상조사 심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유통기한이 5년이 지난 최루액을 사용했다. 이는 경찰청 의뢰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가 실시한 성분검사상 2급 발암물질이었다. 그런데 2009년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이 펴낸 <쌍용자동차사태 백서>에는 경찰 헬기를 사용해 최루액을 뿌린 점을 성과로 기술했다. “헬기를 활용한 최루액 투하는 물포의 사정거리를 벗어난 곳까지 최루액 살포가 가능했다는 점과 특히 옥상 등 높은 곳을 선점한 시위대에게 효과적으로 대응이 가능했다는 점, 헬기라는 장비의 특성상 심리적 압박을 크게 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찰 진상조사위원회가 지적한 인권침해 사항이, 당시에는 정부가 나서서 치하하는 공적 사안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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