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시급이 얼마인지 아세요?” 강의를 들으러 온 분들의 눈이 동그래지고 고개를 갸웃한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월급쟁이이거나 연봉 계약하는 사람에게 ‘시급’을 묻다니, 왜? 2004년 7월 도입된 ‘주 5일 근무제’는 법정 노동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다. 일하기로 정해져 있는 주 40시간만 일하고, 매해 연차휴가를 전부 다 쓰는 월급쟁이라면 굳이 본인 시급을 계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야근이나 주말 특근이 일상인, 직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성실함의 상징이자 훈장이 되는 대한민국에서 그런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래서 다시 질문한다.

“내가 일하기로 한 시간이 아닌데 일을 했다면, 그때는 얼마를 받고 있나요?” 일률적으로 몇 만원 더 주기로 정해져 있는 직장이라면 그나마 양반이다. 보상 없이 평소보다 조금 비싼 식사를 사주거나 늦은 시간이라고 택시비 주는 게 전부라는 대답이 나오기도 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5명 이상이 일하는 사업장이라면 주 40시간을 넘기고 일해야 할 때, 또는 쉬는 날에 일하게 될 때 시급에 50% 이상을 가산해서 일한 시간만큼 지급받도록 정하고 있다. 만약 그 시간이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라면 50% 이상이 한 번 더 가산된다. 연차휴가에 대해서도 1년 동안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 하루마다 시급에 8시간을 곱해서 하루치 임금 이상을 지급받도록 정하고 있다. 일하기로 한 시간이 아닌데 일을 했다면 본인의 시급이 얼마인지 알아야 비로소 본인이 제대로 지급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윤현지


대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시급을 계산해보려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임금명세서에 적혀 있던 기본급을 떠올리느라 애쓴다. 시급을 구할 때 기본급에서만 노동시간을 나누어 계산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기본급뿐만 아니라 자격수당이나 면허수당, 직무수당, 직책수당, 근속수당, 정기적으로 지급이 확정되어 있는 상여금 등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도 포함해서 계산해야 한다. 식대나 교통비도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고 있다면 포함한다. 이 분야는 많은 노동조합이 소송(이른바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바로잡고 있을 만큼 복잡한 분야이다. 수당이나 상여금으로 임금이 쪼개져 있어서 시급을 계산할 때 수당이나 상여금을 포함해야 할지 말지 주저하게 만드는 것. 바로 복잡한 임금 구성이 노리는 효과이다. 사용자는 하나라도 제외해서 적은 시급으로 계산된 수당을 지급하며 시간외노동을 시킬 수 있으니 이득이다. 그동안 단순하게 기본급만으로 시급을 계산했다면 이제라도 따져보기 시작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 줄이는 방법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라 일하기로 정해져 있는 시간으로 나누세요.” 실제 일하는 시간은 시간외노동을 포함하기 때문에 내가 한 달에 몇 시간 일하는지 계산해서 나누는 것이 아니다. 일하기로 정해져 있는 시간, 즉 주 40시간이면 209시간으로, 주 44시간이면 226시간으로 나누면 된다. 자, 이제 시급으로 시간외노동(연장·휴일·야간 노동)과 연차휴가 노동에 대한 수당을 계산할 수 있다. 일정한 금액으로 묶어서 지급받고 있었다면 그 차액이, 아예 지급받지 않았다면 그 금액 전부가 ‘임금체불’이다.

시급을 계산해보면 월급으로 볼 때랑 다르게 금액이 낮아서 우울할 수 있다. 시급 계산의 부작용이다. 그러나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시급을 정확하게 알고 요구한다면, 그래서 정해진 시간 외의 노동에 대하여 지금과 다르게 사용자가 정확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면 장시간 노동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노동자는 공짜로 일하지 않아서 좋고, 나아가 장시간 노동도 줄어서 좋다. ‘전 국민 본인 시급 알기 운동’이라도 펼치고 싶은 이유이다.

기자명 김민아 (노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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