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다. 주인공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은 무사히 달에 착륙할 것이다. 지구 아닌 별에 발자국을 새긴 ‘최초의 인간(first man)’으로 기록될 것이고, 그 역사적인 순간에 분명 이 말도 남길 것이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그런데도 재미있을까? 스포일러를 피할 수 없는 너무도 유명한 사건을 그리면서 계속 이야기의 긴장을 유지할 재간이 있을까? 뻔한 영웅담은 아닐까? 게다가 감독은 데이미언 셔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 같은 음악영화만 만들던 그가 전혀 다른 장르에서 밑천을 드러내는 건 아닐까?

숱한 물음표를 짊어지고 영화는 이륙한다. 모하비 사막에서 시험비행에 열중하는 닐 암스트롱의 1961년 어느 날에서 시작한다. 그는 또 실패하고 있다. 이번에도 착륙이 문제다. 하늘 높이 과감하게 치오르는 비행 솜씨는 나무랄 데 없지만, 안전하고 부드럽게 착륙하는 기술이 아직 미덥지 못한 조종사. 내려오자마자 바로 병원에 간다.


어린 딸이 암과 싸우고 있다. 숱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 딸을 먼저 보낸 아빠. 그 무렵 인간을 우주로 먼저 보낸 소련. ‘우주로 간 최초의 인간’ 타이틀을 경쟁국에 빼앗긴 미국은, ‘달에 간 최초의 인간’ 타이틀만은 반드시 차지하고 싶다. 탐사 계획은 더욱 속도를 내고 닐 암스트롱도 딸을 잃은 슬픔을 뒤로한 채 다시 합류한다.

1961년 어느 날의 모하비 사막에서 그의 왼발이 달 표면에 처음 닿은 1969년 7월21일 오전 2시56분까지. 8년에 걸친 닐의 시간이 두 시간 남짓한 영상에 담겨 있다. 단 한 번의 성공을 위해 그와 그의 가족, 동료들이 겪어낸 숱한 실패와 시련과 희생과 상실 또한 영화 〈퍼스트맨〉이 차곡차곡 짚어낸다.

작은 건 절대 사소하지 않다

그리하여 달 착륙선 ‘이글호’가 무사히 ‘고요의 바다’에 착륙하는 순간, 관객이 토해내는 건 ‘와~’ 하는 환호가 아니다. ‘휴~’ 하는 한숨이다. 그걸 위해 만든 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아는 역사적 순간을 위해 그들이 통째로 갈아 넣은, 우리가 미처 눈여겨보지 않은 각자의 개인적 시간을 그려내는 것. 특히 닐의 아내 재닛(클레어 포이)의 마음까지 공들여 살펴보는 것. 그게 이 영화가 역사의 스포일러를 피하는 방법이었다. ‘드디어 성공했다’ 대신 ‘이번엔 실패하지 않았다’는 감정.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그 문장을 관객 가슴에 새겨 넣는 영화라 좋았다.

음악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실화 영화에 음악적 리듬감을 부여하는 것으로 자신의 재능을 활용했다. 뻔한 영웅담으로만 그려내지 않은 게 특히 좋았다. 닐 암스트롱의 그 유명한 말은 이제 내 마음속에서 이렇게 순서가 바뀌었다. “이것은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지만,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다.” 작은 건 절대 사소하지 않다. 영화 〈퍼스트맨〉이 내게 그렇게 말했다.

기자명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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