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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 그 편견을 넘어서기

2018년 11월 03일(토) 제581호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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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말리노브스키
전경수 지음, 눌민 펴냄

“그의 저작은 리얼리즘을 추구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판타지 계통의 정신세계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설픈 인류학자가 된다. 그것이 오해의 산물인지 이해의 결과인지 깊이 따져보지 않고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는다. 이런 어설픈 인류학자들이 한 번쯤 들어야 할 이름이 바로 폴란드의 인류학자 말리노브스키다. 그는 문화를 이해하는 데 의미와 맥락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토속지’라는 개념을 방법론으로 제시한다.
말리노브스키는 남태평양 원주민들에게서 야만인이라는 누명을 벗겨준 인류학자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중 ‘적국 외인’으로 분류되어 남태평양의 트로브리안드에 억류되어 있었다. 원주민들을 통해 자본과 권력 너머의 삶을 들여다본 그는 우리가 헤집어놓은 지구 생태계와 다른 공생의 모델 ‘쿨라’에 주목했다.



나이 듦, 그 편견을 넘어서기
조 앤 젠킨스 지음, 정영수 옮김, 청미 펴냄

“당신이 100세가 될 때까지 산다는 걸 알게 된다면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할까.”


저자는 미국 은퇴자협회 (AARP)의 최고경영자다. 50세 이상이 가입하는 이 단체는 미국 최대 규모의 비영리 조직이다. 2017년 이 단체는 노화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18~39세의 거의 절반이 나이를 먹을수록 우울한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 반면, 정작 나이 든 60세 이상은 10%만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 결과는 노화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인 생각과 실제 경험이 일치하지 않음을 확인해준다. 저자의 주장은 노화를 두려워 말라는 흔한 충고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기존의 정치, 경제, 사회 제도와 기업도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여러 사례를 들어 주장한다. 노인 혐오를 비롯한 나이 듦에 대한 편견도 넘어서라고 말한다.



김인회의 사법개혁을 생각한다
김인회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사법부 독립 원리가 변질되면 사법부의 이익 챙기기 현상을 낳는다.”


‘왜 사법개혁은 실종되었는가?’ 저자가 던진 질문은 견결하다. 300쪽이 넘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다.
2016년 말 촛불혁명이 일어난 이래,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적폐 청산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사법부만 쏙 빠졌다.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하고, 판사를 사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사법개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 ‘사법부 독립’이라는 명제가 있다. 저자는 사법부 독립을 도그마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한다. 지난 시기 사법부 독립이 판사들의 출세 도구로 어떻게 쓰였는지를 지적한다.
양승태 대법원으로 대표되는 사법부 적폐의 논리를 허무는 데 제격인 책이다. 현직 법관들에게 강추한다.



독재자의 자식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형석 외 지음, 깊은나무 펴냄

“독재자의 자식들은 하나같이 비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2012년 말에 출간된 <독재자의 자식들> 개정판이다. 제목도 바뀌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펴냈지만, 정작 박근혜를 다루지는 않았다. 이번 개정판에서 박근혜와 김정은 편을 추가했다. 전 세계 독재자 자식들의 드라마틱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 현실을 되짚는 인물 탐구서다. 스탈린, 사담 후세인, 카스트로에서부터 박정희, 김정일 등 현대사 속 악명 높은 12명의 독재자 자식들은 어떻게 비극의 유전자를 품고 살았을까 추적해본다. 이들은 대다수가 아버지에게서 이어진 비극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그랬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의 운명을 손에 쥔 김정은은 어떨까.



소설가
박상우 지음, 해냄 펴냄

“창작은 비슷한 일을 두 번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당선이 안 되면 세상을 뜨겠다고 결심하고 그걸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은 날, 전보 한 통을 받았다. 당선 소식이었다. 그렇게 소설가의 삶을 시작한 박상우 작가가 등단 30주년을 맞았다. 자신의 정체성이기도 한 소설가에 대한 책을 펴내며 그는 밝힌다. “소설가의 길을 가면서, 또한 전업 소설가로 소설을 쓰면서 30년 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포괄적인 배움으로 되새겨 소설의 길을 가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실용적이면서도 작법이나 기교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소설을 쓸 때 고려해야 할 요소, 문학을 업으로 삼기 위한 자세 등 소설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언을 건넨다. 그런 그도 강조하는 말이 있다. 소설 이전에 인생을 가꾸는 게 먼저라고. 그는 오늘도 낯선 소설과 소설가를 기다린다.



아이 앰 필그림 1, 2
테리 헤이스 지음, 강동혁 옮김, 문학수첩 펴냄

“나를 죽이러 온 사람들의 정체를 아는 것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전설적인 첩보 소설 <자칼의 날>의 21세기 업데이트 판을 읽는 느낌이다. 더 이상 총명하기 어려운 미국 수사관이, ‘인류 멸망’에 버금가는 살상극을 꾸미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지능적인 테러범을 쫓는 과정을 촘촘히 구성한 솜씨가 그렇다. 스릴러에 흔히 붙지만 헛소리이기 쉬운 찬사(빠른 전개, 치밀한 플롯, 완성도 높은 서스펜스)들이 전혀 아깝지 않다. 두 사람의 개인사로 중동 정치와 국제 테러 문제를 실감나게 풀어준다는 것도 이 소설의 장점이다. 다만 간간이 등장하는 미국 우파적 정치 성향, 오글거리는 영웅주의, 과도한 테스토스테론 등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다. 다만 그 유명한 007 시리즈 이후 첩보 스릴러물을 읽으려면 이 정도의 고난은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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