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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위협 사이 공유경제의 성장통

2018년 11월 13일(화) 제582호
이나래 (변호사)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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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에 기반한 카풀 서비스가 등장하자 택시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IT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의 등장은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는 ‘혁신’일까, 기존 산업 자체를 고사시키는 ‘위협’일까?

곧 연말이다. 송년회 시즌이면 심야에 택시를 잡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택시를 잡아도 승차 거부를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추운 겨울에 승차 거부를 몇 번 당하면 택시에 대한 불만이 쌓인다. 택시가 처음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서비스 측면에서 특별히 변한 부분도 찾기 어렵다. 택시 합승이 불법이 되었고 콜택시가 등장했으며 모범택시가 생긴 정도다.

그러다 2013년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다. IT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택시 업계에 대변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라는 벽을 만났다. 우버는 철수했다. 기존 택시 업계의 판정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최근 카카오 모빌리티에서 카풀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하면서 또다시 택시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카카오 모빌리티에서 출시한 카풀 서비스는 앱을 통해 행선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연결해준다.

카풀은 원래 회사 동료끼리 출퇴근 시간을 맞춰 한 차를 이용하고 이용자들이 유류비 등을 나눠 내는 형태다. 엄밀히 따지면 카풀도 돈을 받고 여객을 운송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행위까지 법으로 막는 것은 과도해,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카카오’ 앱을 통해 행선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연결해준다. 이용자는 운전자에게 택시비보다 저렴한 금액을 지급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운전자한테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다. 기존에도 ‘풀러스’와 ‘럭시’라는 카풀 플랫폼 서비스 업체가 있었다. 플랫폼 이용자가 많지 않아 택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카카오 모빌리티에서 올해 초 럭시를 인수한 뒤 전 국민 앱인 카카오에 기반한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문제가 된 것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택시 수요가 많은 출퇴근 시간대에 카풀 서비스를 제공해 택시 서비스를 보완하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출퇴근 시간’에 대한 해석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법령에서 출퇴근 시간대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고 최근 유연근무제가 확산되어 출퇴근 시간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택시 업계 측은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하루 종일 카풀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택시 업계 측은 당장은 카풀 서비스가 보완재 구실을 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택시 서비스를 대체해나갈 것이라고 반발한다. 이런 논쟁의 핵심은 하나다. IT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이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는 ‘혁신’일까, 아니면 기존 산업 자체를 고사시키는 ‘위협’일까?

미국 대부분 도시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았다. 택시를 잡기도 어렵고 요금도 비싸다. 우버가 쉽게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한국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졌다. 택시 기본요금도 특별히 비싸지 않다. 환경 자체로만 보면 미국과 달리 새로운 서비스 수요가 높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연합뉴스
10월18일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업계 종사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여론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지지가 높다. 택시 서비스에 관한 불만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택시의 승차 거부다. 택시가 승차 거부를 하는 이면에는 사납금 제도가 있다. 법인에 소속된 택시 기사는 택시 운행으로 번 수입금에서 매일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남은 금액을 가져간다. 사납금을 채우고 남은 수익을 가져가기 위해 요금이 많이 나오는 장거리 손님을 골라 태운다. 서비스 개선이 더딘 또 다른 이유는 면허부터 기본요금 등 여러 측면에서 규제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용자들의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높은데, 개선은 더뎠다.

소비자들은 기존 서비스에 가졌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다. 우버 한국 철수 뒤에도 카셰어링(car-sharing) 서비스부터 카풀 서비스, 나아가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서비스까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법이나 제도만으로 막기는 어렵다. 차라리 변화를 기회로 삼아 시장 자체의 크기를 늘리면 어떨까. 먼저, 사납금 제도 같은 기존의 불합리함부터 폐지해야 한다. 택시 업계가 IT 기업과 윈윈을 모색할 수도 있다. 택시 수요가 높지만 공급이 낮은 시간대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택시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택시 업계도 장애인에 대한 우선 승차와 요금 할인을 도입하고, 심야의 출산·응급 환자를 위한 구급 택시 등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1960년대에 일본에서 재일동포가 설립한 MK 택시도 이러한 서비스를 도입해 성공했다. 정부도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택시 업계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소비자가 택시 서비스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면 새로운 카풀 서비스는 택시의 보완재 수준에 그칠 것이다.

비판받으며 성장한 공유경제

이 같은 논쟁과 해법은 비단 택시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른바 공유경제(Sharing Economy) 개념이 등장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를 연결하는 O2O(Online-to-Offline)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 차를 보유한 사람이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태워다주는 우버, 집에 방이 남거나 휴가를 간 경우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우버는 택시 산업을, 에어비앤비는 호텔 등 숙박업을 파괴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성장했다. 실제로 우버도 원래 취지와 달리 다른 사람에게 차를 빌려 사실상 운송업만을 운영하고, 에어비앤비도 집을 여러 채 구매한 후 관리인을 두어 단기 임대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산업을 변화시키고 때로 파괴하는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이들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느냐는 물음이다. 기술 발전을 받아들이는 소수의 사람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태되어야 할까? 공유경제가 운송·숙박뿐 아니라 여러 분야로 확장되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전통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아질 텐데 이들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파괴되는 산업 종사자들과 그 가족의 생계는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공유경제가 확장될수록 고민해야 할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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