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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따라가는 기록 여행 [프라하의 도쿄바나나]

2018년 11월 16일(금) 제582호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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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남쪽 사람들
권행백 지음, 온하루 펴냄

“관광지가 된 한옥마을에서 전주천을 건너오는 자본의 힘에 두려움을 느꼈다.”


도랑물이 휘어져 흐르는 전주 한옥마을의 중심지를 주말에 걷다 보면 어깨가 부딪친다. 연간 1000만명이 다녀간다는 말도 허언이 아닌 성싶다. 저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동네 모습과 그 뒤에 숨겨진 애환을 좇는다. 한옥마을은 토박이들이 자본의 논리에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서글픈 현장이기도 하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동학혁명의 피비린내와 식민지 민초들의 땀내가 여전히 배어 있다. 저자는 전주천 남쪽 서학동 골목에 확대경을 들이댄다.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삼류 감독의 눈과 귀를 빌려 한옥마을 남쪽에 펼쳐놓은 10개의 단막극은 마침내 하나의 맥락을 지닌 장편 서사로 아퀴를 맞춘다. 저자인 권행백은 소설 <악어>로 올해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다.



프라하의 도쿄바나나
남원상 지음, 따비 펴냄

“어째서 일본에는 그토록 다양한 오미야게 과자가 만들어지는 걸까.”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걸 사온 적이 있다. ‘오미야게(お土産)’, 즉 지역 명물 과자다. 해외여행자뿐 아니다. 일본인 역시 타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면 양손에 어김없이 과자 상자가 들려 있다. 우리도 경주 황남빵, 통영 꿀빵 등 지역 명물 과자를 즐겨 먹지만 일본인이 오미야게에 가지는 애정과는 비교할 수 없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과자점이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야쓰하시(교토), 도쿄 바나나(도쿄), 시로이 고이비토(홋카이도), 우나기 파이(시즈오카), 히요코(후쿠오카) 등 일본 각지를 대표하는 다섯 가지 오미야게 과자를 타래 삼아 일본을 살펴본다. 과자를 따라가는 기록 여행은 자연스럽게 일본 근현대 경제사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로 변모한다.



혁명시대의 연애
왕샤오보 지음, 김순진 옮김, 창비 펴냄

“혁명의 의미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희생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제임스 조이스’ 왕샤오보의 중편(<황금시대>)과 장편(<혁명시대의 연애>)을 수록한 소설집이다. 중국 소설 중엔 마오쩌둥 시대의 폭압을 성애(性愛)로 맞받아치는 내용이 꽤 발견된다. <황금시대>는 중국 문화대혁명 때 지방의 인민공사 생산대에 배치된 천칭양과 왕얼이 벌이는 정사와 애정 행각을 해학적으로 묘사한다. <혁명시대의 연애> 역시 혁명에 냉소적인 청년이 자신에게 사상 교육을 하려는 공산주의 청년단 여성 간부와 사도마조히즘 (가학피학증)적인 정사를 치르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출판사 측은 두 작품에 대해 “특정 권력의 비판을 뛰어넘어 인간이 통제하는 담론과 시스템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보편성을 띤다”라고 평가한다.



마르크스주의 100단어
제라르 뒤메닐 외 지음, 배세진 옮김, 두번째테제 펴냄

“마르크스는 모순의 환원 불가능성, 인식의 모순과 현실의 모순을 구분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마르크스주의의 방대한 체계를 형성하는 핵심 단어 100가지를 선택해 그 개념을 간략히 정리한 일종의 소사전이다. 제라르 뒤메닐 등 프랑스 경제학, 철학, 역사학계에서 이름을 떨쳐온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이 저술했다. 프랑스인들답게 ‘가치’ ‘노동’ ‘유물론’ 등으로부터 ‘레닌주의’와 ‘혁명’에 이르는, 마르크스주의 진영 내부에서 치열한 논란거리였던 용어의 기초 정보를 정리하면서도 다양한 시각을 노출하려고 노력한다. 옛 공산권 국가들에서 출간됐던 ‘마르크스주의 사전’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주요 개념의 핵심적 내용과 함께 그 악명 높은 마르크스주의가 단일하다기보다 여러 요소로 구성된, 모순과 가능성으로 들끓는 사상이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인권교육 새로고침
인권교육센터 들 지음, 교육공동체 벗 펴냄

“여전히 인권은 구체적 삶으로 침투하지 않고 추상적이고 선언적 가치의 차원에 머물 때만 지지받곤 합니다.”


무심히 책을 덮다가 마지막 장 당구장 표시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하파타 순’. 책을 펴낸 교육공동체 벗을 만드는 조합원 954명의 이름이 실려 있는 페이지였다. 언제나 ‘가나다순’으로 표시된 이름들만 봐왔던 터다. 사소해 보이지만 멈춰서 생각하도록 하는 것, 당연하게 여겼던 기존의 사고를 점검해보는 일에서 ‘인권 감수성’이 출발하는 건 아닐까.
‘인권’이라는 게 있음을 알리는 일이 시급했던 시대에서 인권을 어떻게 교육할지 고민하는 시대로 건너왔다. 오랜 시간 인권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해왔던 저자들은 이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하는 대신, 함께 고민해보자고 손을 내민다. 책에 담긴 생생한 사례와 치열하고 단단한 사유는 인권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필요와 도움을 준다.



한국, 남자
최태섭 지음, 은행나무 펴냄

“사회적으로는 폭력과 억압의 주체이고, 내적으로는 실패와 좌절에 파묻혀 있다.”


‘분노한 남자들’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젠더 문제의 거대한 한 축이다. 가부장 사회에서 언제나 보편이자 일반의 자리를 꿰찼던 남성은 오늘날 그 지위를 위협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억울함’은 정당한가. 남성성 연구는 그 균열과 어긋남에서 출발한다.
책의 부제 ‘귀남이부터 군무새까지 그 곤란함의 사회사’가 보여주듯 연대기 순으로 남성성이 처한 위기의 역사와 현재를 톺아본다.
저자의 말마따나 “이해는 타협을 위해서도 싸움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선행 과정”이다. 그리하여 저자의 질문은 ‘우리’의 질문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의 주체로, 또 타인과 연대하고 돌보는 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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