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원고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무려 13년8개월이나 걸렸다. 최근 검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 사이 재판 거래 의혹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이 소송사건이다.
“상식의 승리, 한·일 양국 법률가의 승리, 동아시아 일제 피해자에게 큰 희망을 준 판결.”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일제피해자 인권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56)는 판결 소감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대한변협이 이번 소송을 대리했는데, 최 변호사는 법정에 직접 나서지 않았다. 장완익·김세은 변호사 등이 맡아 진행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최 변호사는 일제강점기 피해 문제 전문가로 통한다. 1990년대부터 일본을 상대로 강제징용자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문제 등을 공론화하고 배상 소송을 주도해왔다. 그 결과 2007년 4월 일본 최고재판소로부터 역사적 지침이 될 만한 중요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전후 처리의 법률적 의미가 피해자들이 가진 청구권이 실질적으로 소멸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일본 정부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구제를 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이런 판단에 따라 2010년 대한변협과 일본변호사연합회 등 법률가 단체가 공식적으로 머리를 맞댔다. 그해 12월 공동선언이 나왔다. 최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10년 양국 변호사 단체가 합의한 공동선언이 타당하다고 인정해준 것이므로 한·일 법률가의 승리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을 받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 협정으로 식민지 피해 배상 문제는 이미 종결됐다고 강변한다. 일본 정부가 이번 판결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 가자고 하면 우리는 어떤 의미에선 더 반길 일이다. 일본 정부에 원폭 피해자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함께 중재를 신청하자고 제안하면 된다.”
최 변호사가 보기에 최종 해법은 한·일 양국 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최고재판소에서 나온 판결을 따르면 된다. 한·일 양국이 자꾸 외교적·정치적 꼼수로 풀려다 보니까 꼬인다. 판결대로 피해자 청구권을 인정하고 구제하는 게 기본이고 상식이다.”
-
일본인 교사도 한국 걱정
일본인 교사도 한국 걱정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10월14일 ㅁ선생님이 연락을 해왔다. 한국 정부가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으셨단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정권의 역사 인식을 ...
-
전범기업보다 김앤장이 더 밉다
전범기업보다 김앤장이 더 밉다
정희상 전문기자
법무법인 해마루의 장완익 대표변호사(53)는 친일 과거사 문제 전문 변호사로 불린다. 2004~2010년에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사무처장과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을 지냈다.장 변호사...
-
자기모순에 빠진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
자기모순에 빠진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일본 오키나와 포로수용소 수감자 명부에 적힌 한자 세 글자가 선명하다. ‘鄭載植(정재식).’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한 미군 측 문서에 직접 서명한 저 이름은, 아버지가 세상에 남긴 유...
-
양승태 대법원과 [조선일보]는 협력사?
양승태 대법원과 [조선일보]는 협력사?
김은지 기자
〈조선일보〉에 대한 양승태 대법원의 관심은 각별했다. 전체 공개된 법원행정처 문건 410건(중북 문건 등을 제외하면 294개) 가운데 파일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150128)...
-
유골 되어 돌아온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되어 돌아온 강제징용 희생자
남문희 기자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15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광화문 시민광장 한쪽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국민추모제.’ 일제강점기에 징용됐다가 사망한...
-
“독립운동 집안 숨기려 성을 바꿔 살았다”
“독립운동 집안 숨기려 성을 바꿔 살았다”
정희상 기자
1942년 봄, 중국 시안에 있던 임시정부(임정) 광복군 훈련소에서 한 젊은 여성이 허드렛일을 도왔다. 평안북도 의주 출신으로 독립운동가 남편을 일제 경찰의 흉탄에 잃은 홍매영이었...
-
일본 국가주의와 싸우는 사람들
일본 국가주의와 싸우는 사람들
홍상현 (〈게이자이〉 한국특파원)
1923년 9월1일, 오전 11시58분께 발생한 대지진으로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진 도쿄 시내. 동료들과 구명활동을 벌이다 잠시 가메이도의 자택으로 향하던 청년이 무너진 집에 깔...
-
강제동원 판결을 보는 한 일본 방송의 시각
강제동원 판결을 보는 한 일본 방송의 시각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언론 대부분은 ‘법치가 뭔지 모르는 나라’ ‘사법부가 정권의 시녀인 후진국’이라며 한국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
유쾌한 작별 위한 길고 소박한 축제
유쾌한 작별 위한 길고 소박한 축제
김영화 기자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66-5, 2층 복합문화공간 ‘한잔의 룰루랄라’. 지난 11월1일부터 이곳에서 ‘45일간의 인디 여행’이라는 고별 무대가 열리고 있다. 이 공간을 사랑했던 ...
-
가짜 독립유공자 국립현충원에 누워 있다
가짜 독립유공자 국립현충원에 누워 있다
정희상 기자
서울 노원구 불암산 자락의 한 빌라에서 구순 노모를 모시고 사는 김세걸씨는 국립현충원에 묻힌 가짜 독립유공자를 찾아내는 데 20여 년을 바쳤다. 그동안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가짜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