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알람이 울렸다.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사무실에 있나요?’ 발신자는 김인수. 지난 3월 제548호에 소개한 ‘한 열혈독자의 편지’ 주인공이다. “하루 1000원씩 저금통에 저금한 뒤 6개월에 한 번 〈시사IN〉 정기구독을 후원하는 계획입니다. 하루 1000원씩 6개월(180일)을 모으면 1년 정기구독료인 18만원이 됩니다. ‘1000 IN’ 운동으로 6개월간 저금한 18만원을 우선 보냅니다.”
매년 이맘때 표완수 대표이사 겸 발행인의 한숨이 는다. 한 해 경영을 돌아보고 내년 계획을 세운다. 한때 5만명을 훌쩍 넘겼던 정기독자 숫자가 매년 감소 추세다. 표 대표이사의 한숨도 해마다 깊어간다. 그 한숨을 거두는 길을 김인수 독자가 제시했다.
2000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업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특종’ ‘팩트’ ‘현장’이 아니었다. ‘위기’였다. 되돌아보면 한 순간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인터넷에 이어 모바일 시대 진입은 종이 매체의 종말을 예고했다. 저널리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라디오가 등장하고 텔레비전이 보급되면서 활자 매체가 망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런 위기를 이겨내고 활자 매체는, 종이 매체는 생존했고 버티고 있다. 낙관은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비관도 경계한다.
지난 호부터 ‘탐사보도와 아시아 민주주의’ 기획을 연재하고 있다. 타이완, 일본에 이어 앞으로 홍콩, 필리핀 언론 현장을 우리의 시각으로 담고 있다. 이번 호에 실린 일본 언론도 위기다. 디지털 공습뿐 아니라 정치와 자본 권력의 압박이 여전하다. 그럼에도 아시아 언론의 갈 길은 명확하다. 탐사보도다. 우리 역시 그 길을 뚜벅뚜벅 걸을 것이다. 지난 582호 커버스토리 ‘영포 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 기사를 두고 독자들의 호평을 많이 받았다. 이번 호에서도 후속 보도를 이어간다.
김인수 독자는 아마 6개월 뒤에 또다시 편집국을 찾아올 것 같다. 그때 그에게 자신 있게 설명하고 싶다. 지난번 건네준 후원금이 좋은 탐사보도를 위해 쓰였다고. 그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기자들은 한발 더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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