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명박 청와대는 국회 국정감사 우수 의원 리스트를 따로 만들었다. 우수한 국감 활동의 기준은 주로 정쟁(政爭)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인척의 증인 채택을 막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국회의원의 의정을 ‘성과’로 기록했다. 〈시사IN〉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영포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을 입수했다.

이명박 정부 임기 첫해 국감은 2008년 10월6일부터 25일까지 열렸다. 10월14일 이명박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전날 국정감사 동향을 파악했다. ‘10.13(월) 국정감사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이다. 이 중 국감 우수 의원에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 6명 이름이 쓰여 있다(아래 참조).

김영선 정무위원장과 나경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손숙미 보건복지가족위, 조전혁 교과과학기술위, 황영철 농림수산식품위, 이범래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이다. 이름과 함께 쓰인 ‘주요 성과’란을 보면 당시 이명박 정부가 민감하게 여긴 이슈와 전선을 확인할 수 있다. 정책 질의보다는 정쟁을 일으키는 이슈에 주로 칭찬했다.

김영선 당시 정무위원장의 주요 성과는 ‘조현범 등 정무위 증인 채택 적극 방어’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현범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사위로 당시 한국타이어 부사장이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주가조작 의혹과 노동자 산재 사건 등으로 국회 정무위와 환노위 증인 채택에 이름이 오르내렸다(〈시사IN〉 제582호 ‘국회 국정감사에 청와대가 이래라저래라?’ 기사 참조). 여야 합의 사항인 증인 채택을 두고 진통을 앓았는데, 조 부사장은 증인 채택이 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 첫날인 2008년 10월6일부터 민주당은 이에 문제 제기를 했다. 민주당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김영선 위원장이 독선적으로 진행한다”라며 문제 삼았다. 여야 간사 간 합의한 증인 채택 관련 회의 일정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선 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에 합의가 되지 않은 것이 위원장 책임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정회했다.

국회 행안위 이범래 의원의 주요 성과는 ‘촛불집회 시 유모차 부대 시위와 봉하마을 자료유출 문제 지적’이었다. 이 의원은 국감에 앞서 9월22일 국회 행안위에서 어청수 당시 경찰청장을 상대로 촛불집회 유모차 부대를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판례가 없지만, 시위에 아무런 자유의지가 없는 아이들을 끌고 온 것에 대해서 아동복지법의 학대 행위로 의율을 해서 한번 재판을 받아봤으면 좋겠다.” 어 청장은 동감한다고 답했다. 10월 국감에서도 그는 유모차를 끌고 시위에 나왔던 일반인 증인에게 폭력 시위에 가담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계속했다.

또한 이범래 의원은 10월7일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거론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국가기록물 유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은 “원본은 모두 국가기록원에 넘겼고 전임 대통령으로서 열람권 행사를 위해 복사본을 가져왔다”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 진행됐다.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사고가 잘못되었다. 지금 해킹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되어 있는데… 말도 안 된다. 또 전직 대통령이라면 불편을 감수하고 (국가기록원까지) 와서 좀 봐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명박 청와대는 이를 국감 실적으로 평가했다.

이 밖에 이명박 청와대는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 저격수, 나경원 의원은 YTN KBS 사태 관련 적극 방어 역할을 했다며 ‘국감 우수 의원’으로 꼽았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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