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류 미디어 가운데 그나마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매체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성역 없는 탐사보도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와타나베 씨는 “제약회사 관련 기사를 준비했는데 윗선이 광고가 끊길 거라며 기사를 막았다”라고 말했다. 와타나베·기무라 콤비는 2016년에 사표를 던지고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2017년 2월, 두 기자의 노력으로 웹 기반 미디어 〈와세다 크로니클〉이 탄생했다.
“우리는 미디어가 아닌 저널리즘 NGO를 표방한다.” 〈와세다 크로니클〉 편집장을 맡은 와타나베 씨는 〈와세다 크로니클〉이 시민의 후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NGO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상업 미디어와는 완전히 다른 운영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 활동이 가능해졌다.
첫 보도 ‘저널리즘 포 세일(Journalism for Sale)’로 일본 최대 뉴스통신사 〈교도통신〉이 제약회사로부터 지원받은 기사를 배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이 개발도상국인 인도네시아에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는 문제를 뒤쫓고 있다. 이 취재는 한국 〈뉴스타파〉, 인도네시아 〈템포〉와 협업해 진행 중이다.
“우리는 오히려 기회라고 여긴다”
신생 미디어 초기 안착에 성공한 〈시사IN〉이나 〈뉴스타파〉와 달리, 일본 사회에서는 아직 ‘대안 탐사보도 미디어’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은 “주류 미디어도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탐사보도를 시도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포털 기반(야후재팬) 미디어도 스스로 취재할 수 있는 능력은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언론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기회라 여긴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미디어 설립을 지원하며 지켜본 하나다 다쓰로 와세다 대학 교수는 “기성 미디어는 산업적으로나 콘텐츠 측면으로나 미래가 없다. 20세기 매스미디어는 수명이 다했다. 그래서 이들의 실험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기무라 히데아키는 올해 5월부터 친정 매체 〈아사히 신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자신이 쓴 원전 관련 기사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막았다는 이유다.
그가 쓴 책 〈관저의 100시간〉(후마니타스, 2015)은 한국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직후 100시간 동안 일본 총리 관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한 논픽션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운 미디어 실험에 나선 기무라 기자와 〈와세다 크로니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12월4일 ‘2018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https://sjc.sisain.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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