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시대, 과거에는 노동시간에 맞는 금전적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관심이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노동시간과 휴식의 구분, 그에 따른 노동시간의 설계에 관한 논쟁과 시도가 활발하다. 특히 장시간 노동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노동자의 휴식제도(휴게·휴일·휴가)가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권리 중 대표적 제도인 ‘휴가’에 대해 종류별로 연재해보려고 한다. 이번 회에서는 연차휴가다.
노동시간에 관한 교육을 하다 보면 가장 질문이 많은 분야가 휴가이다. 과연 ‘현재 대한민국 노동자 중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차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의심이 들게 한다.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노동자는 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 아래 예시는 연차휴가와 관련된 상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에 불과하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는 15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요즘은 워낙 이직이 잦다 보니 일한 지 1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연차휴가를 아예 써본 적 없다거나, 아니면 한 사업장에서 몇 년씩 일해도 연차휴가가 15일이라고 아는 경우가 빈번하다. 일한 지 1년이 안 되는 노동자라도 1개월 개근할 때마다 1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연수 2년마다 하루씩 늘어난다.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했더니 연차휴가가 하나도 없다면? 2018년 5월28일 이전에 육아휴직을 시작한 경우에는,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한 근로일 비율에 따라 발생하는 연차휴가 일수가 달랐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2018년 5월29일부터 육아휴직을 시작했다면 육아휴직 기간을 출근한 것으로 간주해 연차휴가 일수를 계산한다. 즉, 육아휴직으로 인해 연차휴가 일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연차휴가는 노동자가 청구한 시기에 사용 가능하다. 노동자가 자유롭게 시기를 정할 수 있지만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해놓았다. 그런데 회사가 입사할 때부터 달력에 빨간 날인 공휴일을 연차휴가일로 정해놓는 경우가 많다.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연차 유급휴가일에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휴무할 수 있도록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근로자 대표(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와 합의 없이 함부로 연차휴가일을 특정한 날로 대체했다면 ‘무효’이다. 게다가 2020년부터(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순차적으로) 달력에 빨간 날인 공휴일이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연차휴가를 공휴일로 대체할 수 없다.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는?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에 대해서는 보상받아야 한다. 그런데 의무적으로 써야 할 연차휴가 일수를 정해두고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수당으로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가 일정한 조치(연차휴가 사용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휴가 일수 등 노동자에게 서면 통보+사용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사용 시기를 정해서 노동자에게 서면 통보)를 취하면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일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사용자가 해야 할 일정한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라면 쓰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일정한 조치를 취했더라도 연차휴가일에 출근해서 실제로 일을 했다면 보상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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