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케이팝에는 육체가 필요하다. 얼핏 사이비 종교의 그릇된 교리처럼 들리는 이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진실이다. 그리고 잔인한 사실이 또 하나, 그 육체는 젊을수록 환영받는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젊은 육체를 병적으로 선호해온 대중문화계의 오랜 습속, 어리고 힘찬 육체가 아니면 도무지 견뎌낼 수 없는 강도 높은 준비 기간과 버티기가 이 현실을 대표하는 이유가 아닐까 느슨히 짐작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팝에서 육체를 이야기하는 건 낯설다.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들의 몸을 직시하는 것이 낯설다. 앞서 언급한 병적 선호에 여성을 향한 쉽고 빠른 성적 대상화, 그런 게 아니라는 유체이탈 화법까지 더해진 여성 아이돌을 향한 뒤틀린 시선은 말할 것도 없다. 남성 아이돌의 경우도 쉽지만은 않다. 그 자체로 권력의 주체이자 숭배의 대상인 완성도 높은 남성의 육체가 영원히 완벽한 무성애의 존재로 남아야만 하는 ‘아이돌’이라는 직업군의 특이점과 맞물리며 전에 없던 묘한 균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아이돌 산업 내부에 자리한 근원적 모순이 만든 이 웃지 못할 그림 속에서 몬스타엑스의 셔누는 꽤 흥미로운 자리에 놓여 있다. 셔누의 육체는 젊고 눈에 띄는 이들만 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화려한 업계 안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2013년 이효리가 발표한 ‘Bad Girls’의 백댄서로 활약하며 데뷔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그의 잠재력은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정규 앨범 〈Are you there?〉의 타이틀곡 ‘Shoot Out’으로 마침내 눈을 떴다. 그룹의 리드 댄서로 줄곧 센터를 차지해온 그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Shoot Out’의 무대는 특별하다. 지금까지의 어떤 곡보다 셔누의 존재에 방점을 찍은 퍼포먼스는 곡의 시작, 일명 ‘매너 모드 댄스’라 불리는 상체를 강렬히 진동하는 안무와 함께 지퍼를 명치 아래까지 내린 점프 슈트를 강조한다. 카메라는 노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고정된 시선으로 셔누의 몸과 그 움직임만 집요하게 좇는다. 여러모로 노골적인 영업이다.

이쯤에서 자연스레 가수 비가 떠오른다. 실제로 셔누의 오랜 롤모델이기도 한 그는 한국 대중음악계를 통틀어 젊고 강건한 남성의 육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시해 그것으로 사랑받은 스타다. 타고난 육체와 그에 대비되는 순한 인상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듯 보이는 두 사람은 결정적인 지점에서 각자의 길을 택한다. 비가 자신이 지닌 두 가지 매력을 얄미우리만치 영민하게 활용하며 가수와 배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경우라면, 셔누는 그의 몸도 존재도 그저 있는 대로 내보일 뿐이다. 다소 위협적으로 보이는 커다란 몸집과 달리 보는 이를 순간적으로 무장해제시키는 무던하고 담백한 그의 성격과 언행은 동일한 카테고리 안에 존재하던 육체파 선배들과 그를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이는 ‘갭(gap)’을 중시하는 아이돌계의 특성에 100% 들어맞는 설정이자, 대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실마리가, 당분간 셔누의 라이징을 수월하게 이끌어나갈 것이다.

기자명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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