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슬아’라는 이름으로 구독자를 모집했다. 한 달에 1만원을 받고 월·화·수·목·금 매일 한 편씩 글을 써서 이메일로 보냈다. 직접 만든 광고 포스터에는 ‘아무도 안 청탁했지만 쓴다!’ ‘신문방송학 전공했으나 신문도 방송도 잘 몰라’ ‘태산 같은 학자금 대출! 티끌 모아 갚는다 아자!’ 같은 문구가 담겼다.
이슬아 작가(27)는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일간 이슬아’를 연재했다. 대학생이던 2013년 〈한겨레21〉 ‘손바닥 문학상’ 수상으로 작가 타이틀을 얻었지만 글을 써서 버는 돈은 생계를 이어갈 만큼 안정적이지 않았다. “출판사나 언론으로부터 간택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런 플랫폼이나 타이틀 없이 콘텐츠가 소비될 수 있는 통로를 고민했어요.” 마침 동료 만화가 ‘잇선’씨가 매일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기를 보내고 후원받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허락을 구하고 그 아이디어를 빌렸다.
연재는 성공적이었다. 학자금을 다 갚았고, ‘스리잡’ 가운데 일 하나를 줄였다. 애인, 친구, 가족, 제자 그리고 이슬아 작가 그 자신의 이야기가 변주된 에세이는 구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글이 사랑받는 이유를 묻자 이 작가는 “자신도 궁금한 점”이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하루에 한 번씩 읽기 알맞은 포만감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작가는 그동안 연재한 글을 묶어 10월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독립 출판 방식으로 펴냈다. 6개월간 쓴 글을 다 모으니 두툼한 568쪽 책이 됐다. 같은 달 엄마 ‘복희’씨와의 이야기를 쓰고 그린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문학동네)도 출간됐다. ‘복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시급이 높은 누드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딸에게 “알몸이 되기 전에 걸치고 있는 옷이 최대한 고급스러웠으면 한다”라며 코트를 챙겨준다. 이 작가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 있었던 두 사람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일간 이슬아’ 속 슬아는 자신의 욕구에 정직한 인물이지만 현실의 이슬아 작가는 성실한 연재 노동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을 청소한 뒤 달리기와 물구나무서기로 체력을 키운다. ‘일간 이슬아’를 연재할 때는 평일 저녁 매일 2~3시간씩 글을 썼다. 전에 없던 길을 만들어가는 그에게는 건강한 긴장감이 감돈다. “이메일로 글을 보내면 실시간으로 반응이 와요. 마음을 잘 보호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몸이 건강해야죠. 그래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해요.” 잠시 휴재 중인 ‘일간 이슬아’는 2019년 상반기 독자들에게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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