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발간된 책 한 권이 무역전쟁에 임하는 백악관 관리들에게 필독서라고 한다. 마이클 필스버리가 쓴 〈백년의 마라톤〉(영림카디널)이다.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센터장인 저자는 미국 상원 여러 위원회의 자문역을 지냈다. 닉슨 시절부터 트럼프 행정부까지 공화당 정권의 대중국 외교 전략을 조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자로 소개했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기자회견장에서 “중국에 대한 최고 권위자 필스버리”라고 말했다. 미국 시청자들은 구글 검색창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도 그를 경계한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 대사는 지난 10월14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이 책을 읽지 말 것을 추천한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내에도 번역된 이 책은 마오쩌둥·덩샤오핑·시진핑 시대로 이어지는 중국의 세계 패권 대장정을 다루고 있다. 1949년 집권한 중국공산당이 정권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에 미국을 무너뜨리고 세계 패권을 거머쥔다는 야심을 품고 대장정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 마라톤을 인식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저자는 책을 마무리한다. 중국에 대한 미국 집권 세력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마감 전 남문희 기자는 늘 전화를 한다. 내게 기사 ‘야마(핵심)’를 특강한다. 10분이고 20분이고 남 기자는 강의하며 기사를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나는 기사를 미리 듣는다. 이번 커버스토리 특강을 하면서 남 기자도 〈백년의 마라톤〉을 언급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정치경제적 상황은 미·중을 향한 ‘지혜의 외교’를 요구한다. 숙명이다. 지혜의 외교가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지난 1년 사이 목격했다. 지난해 이맘때 한반도는 전쟁 전야였다. 올해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 9·19 평양 정상회담 등 지혜의 외교가 만들어낸 한반도 드라마가 감동적으로 펼쳐졌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2019년 지혜의 외교가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남 기자 특유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이제 한 해가 마무리된다. 2018 저널리즘 콘퍼런스, 송년호 기획 등으로 바쁜 와중에 정기 독자한테 메일 한 통을 받았다. ‘김인수 키즈’라는 제목이었다. “제 나이는 키즈는 아니고 60대 중반입니다. 최근에 담배를 끊었습니다. 담뱃값으로 ‘1000 IN’ 운동에 동참합니다. 내년 5월 어느 날 편집국을 찾아뵙겠습니다. 김인수 키즈가 늘어나면 ‘1000 IN’ 친목회도 만들어보시지요.” 김인수 독자가 제안한 ‘하루 1000원씩 저금해 〈시사IN〉 정기 구독을 후원한다’는 ‘1000 IN’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메일이었다. 조만간 본격적인 ‘1000 IN’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좋은 독자가 좋은 언론을 만든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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