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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장실습생 사고’는 반복될까?

2018년 12월 04일(화) 제585호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노무사)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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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내세운 대책은 이전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 강소기업에서 ‘선도기업’으로 이름만 바꾼 업체 선정 기준 역시 무의미했다.

2017년 1월과 11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두 명이 사망했다. 두 학생은 졸업 전 ‘전공 교과와 연계한 실습’ 중이었다. 사망 사고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다들 그렇게 실습 중이려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진 사고는 많은 사람에게 의문을 품게 했다.

애완동물과를 전공한 고 홍수연양은 ‘욕받이 부서’라 불리는 통신사 콜센터 해지방어팀에서 어떤 실습을 했을까? 학교는 왜 원예를 전공한 고 이민호군을 산업안전보건 기준 513개, 근로감독 기준 167개를 위반한 음료 공장 기계 앞으로 보냈을까? 이전부터 반복되었던 사고와 사망 사건 후 나왔던 대책이 어땠기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이민호군 사고 후 1년여가 흐른 지금 정부의 대책과 운영 실태를 살펴봐도 이런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어떤 점이 달라지고 어떤 점이 그대로일까?

정부가 내세운 변화의 방향은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에서 학습 중심 현장실습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를 반영해 교육부는 2018년 2월 ‘학습 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정착 방안’을 내놓았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개정하여 직업계 고교 학생 관련 특칙을 마련하고, 실습 전 작성하는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고시의 주체를 고용노동부에서 교육부로 바꿨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를 위반한 사업주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생은 교육청이 승인한 ‘선도기업’에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만 작성하고, 신분은 ‘학생’이므로 임금이 아닌 ‘현장실습 지원비’를 받도록 정했다. 이런 변화는 이전의 정책과 정말 다를까? 현장실습생의 희생을 막을 수 있을까?
ⓒ시사IN 신선영
2017년 11월30일 시민단체 등이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현장실습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절망스럽게도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 말고는 이전 정책의 재탕에 불과해 보인다.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 규제는 2003년 ‘고등학교 현장실습 운영 개선방안’에도 나온 얘기다. 학습 중심 현장실습은 2013년 ‘학생 안전과 학습 중심의 특성화고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으로 발표된 바 있다. 2013년에 강소기업 연계 활용 방안을 내놓았다면 2018년엔 선도기업을 제시했을 뿐이다. 선도기업 선정 절차와 운영 방침을 따라가 보면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더욱 찾기가 어렵다.

교육 당국이 ‘인력 파견업체’인가

먼저, 기업 발굴 책임이 여전히 학교에 있다. 선도기업 인정 절차 역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서울교육청과 충남교육청의 사례를 보자. 학교에서 발굴한 기업에 대해 교육청에 승인을 신청한 시기, 학생은 이미 해당 기업에 나가 있었다. 선도기업 승인을 실습 중 아무 때나 신청해도 된다면 선도기업을 선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둘째, 교육부가 제시한 선도기업 선정 기준도 무의미했다. 선도기업 선정 기준은 ‘고졸 채용 실적’ ‘학습 중심 현장실습 운영 역량(프로그램 및 현장 교사 배치 등)’ ‘CEO 의지’ ‘안전대책’ ‘학생 및 학교의 평가 결과’ 등이다. 서울교육청 운영지원단이 써낸 기업 실사에 대한 총평은 ‘기업이 학습 중심 현장실습에 대한 이해도 높음’이 대부분이다. ‘채용 의지가 있음’이 몇 개 눈에 띄는 정도다. 훈련 프로그램은 이처럼 서류상 평가가 가능한 걸까.

기업 현장 교사 배치 여부가 공란인 경우도 많았다. 실습 중인 학생이 “하루빨리 취업하면 좋겠지만 이 기업에서는 그다지 오래 있고 싶지 않다”라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무시하고 선정한 사례도 있었다. 하나같이 선정 기준과 거리가 멀다.

셋째, 선도기업을 통하면 수업의 3분의 2를 채운 10월 중순쯤부터 조기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아예 명문화했다. 시기만 살짝 늦췄을 뿐 이전의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과 다를 게 없음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 발굴에 부담을 느끼고 눈치만 보던 학교들이 허술한 절차와 교육부의 조기 취업 방침을 확인하곤 부랴부랴 선도기업 승인 신청을 하고 있다.

이렇듯 선도기업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무늬만 바꿨을 뿐 그간의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과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몇 가지 혼란만 생겼다. 학습과 노동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현실에서 현장실습생 신분은 ‘학생’이라 하고 있다. 만일 전과 다름없는 실질적인 노동을 하는 경우라면 노동자성 인정 여부에 다툼이 예상된다. 판례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종속관계를 실질적으로 따져 노동자성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임금이 아닌 ‘현장실습 지원비’ 20여만 원 지급으로 인해 열정 페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전과 같이 일을 시키는 기업의 경우 이중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당장 일손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에 ‘학습 중심 현장실습’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교육부는 기업에 수업시간을 내주고 학생을 보내기만 하면 저절로 교과 연계 실습이 될 거라는 환상에서 하루바삐 벗어나야 한다. 언제까지 학생의 취업 불안을 담보로 전공과도 무관하며 취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일자리로 내몰 것인가.

교육부의 대책은 ‘더는 실습하다 죽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절박한 호소는 물론이고 전공을 살려 취업하고 싶은 학생들의 요구에도 답하지 못하고 있다. 1년 전 이민호군을 삼킨 기계는 지금도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안전도 훈련 역량도 담보되지 않은 기업에 선도기업 간판만 달아준다고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학습’은 기업에 맡기고 교육 당국은 ‘인력 파견업체’ 역할만 계속할 것인가? 제대로 된 대책은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중단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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