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갓세븐(GOT7)의 잭슨은 솔직하다. 물론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이야 대중 앞에 보여도 될 만큼 다듬은 솔직함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해도 그는 대체로 솔직한 사람이다.

그는 남들이 입 밖에 내기 꺼리는 말을 잘 하는 캐릭터다. 예를 들어보자. 한동안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장님 잡는 아이돌’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다닌 짧은 클립이 있었다. 잭슨이 자기 소속 회사 JYP의 대표 박진영을 흉내 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녹음 지도를 깐깐하게 하기로 유명한 박진영을 따라 하는 모습에 소속 연예인들은 공감해서, 또 박진영은 머쓱해서 웃었다.

그렇다고 그가 막말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잭슨이 가로지르는 금기는 대체로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의 규범이다. 사장님을 고발하거나, 중견 연예인을 ‘형’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이런 게 용인되는 것은 아마도 그가 외국에서 왔기 때문이리라. 유머러스한 그의 성격은 덤이다. 재미있는 외국인 청년이라는 포지션이 그를 ‘그런 말을 해도 되게끔’ 한다.

그의 토크는 자주 의표를 찌른다.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그의 솔직한 시선을 말해버리고 장내를 초토화한다. 마치 그의 과거 경력인 펜싱 선수처럼 말이다. 펜싱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10대 시절 그는 아시아 랭킹 1위의 홍콩 국가대표 사브르 종목 선수였다(중국 본토에서는 홍콩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대표’로 소개하라는 압박을 넣기도 한다고). 음악이 좋아서, 그리고 케이팝 가수가 되기 위해서, 그는 올림픽 메달권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한국에 왔다.

그런 그를 한국은 아직까지도 재미있는 외국인 청년으로만 소비한다. 한국어는 그에게 제2외국어다. 유머 감각이 워낙 좋아서 보완되긴 하지만 가끔 토크 중 모르는 단어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겐 그게 전혀 우스울 일이 아니다. 제2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일 뿐이다. 이는 잭슨뿐만 아니라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연예인 대부분이 처하게 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다.

그가 올해 초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에 이 이야기가 잠시 나왔다. 잭슨은 진행자 김구라에게 중국어를 한번 해보라 청했고, 김구라는 이 시점에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쩌면 이것이 한국 대중의 평균적 시선일 것이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의 실수를 웃음으로 소비하되, 그게 한국어권 사회에서는 소수자성이며, 한국어를 자유롭게 말하는 자신에게는 특권이 있음을 모르는 것 말이다. 출연진들은 그런 그가 귀엽다며 무마하려 했지만 잭슨은 몇 번이고 힘주어 말했다. “그게 왜 귀여워요?” “이걸로 웃기려고 한 적 없어요.” “(같은 처지에 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면서) 모르면 왜 그렇게 얘기해요?”

케이팝 종주국인 한국은 그에게 기회의 땅이었을 것이다. ‘오버 스펙’의 외국인 연습생들이 계속해서 한국을 찾는다. 반면 한국이 그들에게 저지르는 무례를 생각하면 이만저만 부끄러운 게 아니다. 이제는 그게 싫다고 말하는 솔직한 그에게 귀 기울일 때다.

기자명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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