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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팔짝팔짝 뛰게 만든 ‘자이브’

2018년 12월 06일(목) 제585호
이영미 (대중문화 평론가)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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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에 빨리 적응한 것은 과감하고 크게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동작을 크게 해 몸에 배게 만든 후 반복 연습으로 작게 다듬는 쪽이 더 쉽다.

배워보니 왜 초보자들에게 자이브(jive)부터 권하는지 알겠다. 라틴댄스가 모던댄스보다 쉽고 라틴댄스 중에서도 자이브가 얼추 따라가기는 제일 수월하기 때문이다. 지난 회에, 라틴댄스 중 자이브가 빠른 춤, 룸바가 느린 춤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흔히 사람들은 빠른 춤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춤을 느리게 춘다는 건, 그만큼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이는 섬세한 동작이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느리게 움직이면서 균형 잡기 역시 만만치 않다. 흔들거리고 비틀거리고 난리도 아니다.

댄스스포츠에서도 그렇다. 룸바가 느린 춤이라 해도 골반과 보디(몸통)의 움직임을 약간이라도 흉내 내지 않으면 아예 춤이 되질 않는다. 차차차는 룸바의 변형이니, 룸바를 먼저 배우는 것이 순리다. 삼바는 템포가 빠른 데다가 계속 무릎 바운드를 하며 보디를 함께 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자이브에서도 역시 골반과 보디 움직임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골반 움직이는 게 도대체 되지 않는다. 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저렇게 하는지 감도 안 잡힌다. 그게 안 되더라도, 자이브 춤을 아예 못 배울 정도는 아니다. 그냥 빠른 스윙재즈 음악에 박자를 맞춰 발을 움직이기만 하면, 일단 진도는 나갈 수 있다.
ⓒ이우일 그림

자이브라는 춤이 뭔지, 감이 안 잡히는가?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배웠던 춤이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맞다. 그런데 그건 대회에 나가기 위해 선수들과 짝을 맞춰 연습한 거여서 초보자들이 배우는 춤과는 기초 발동작부터 다르고 속도도 아주 빠르다. 오히려 영화 <바람의 전설>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이성재가 처음 춤을 배우겠다고 찾아간, 허리가 다 꼬부라진 할아버지 선생님(김병춘 분)이 추는 춤을 떠올리는 게 더 빠르겠다. 커피에 설탕을 넣으며 손을 덜덜 떨고 비틀비틀 걷던 노인인데, 소녀 연습생이 들어와 “할아버지! 준비됐어요”라며 스탠바이를 하자 빠른 음악에 맞춰 현란하게 발을 움직이던 바로 그 반전의 장면 말이다. 그 춤이 자이브다. 그 영화에서는 이성재와 박솔미가 ‘히트 더 로드, 잭(Hit the road, Jack)’이라는 유명한 음악에 맞춰 자이브를 추는 장면도 나온다. 노래 가사대로 “땅을 박차고 떠나자!”라고 소리칠 만큼 경쾌하고 신나는 춤이다.  

일단 자이브는 계속 팔짝팔짝 뛰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좋았다. 자이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스텝이 ‘샤세(chasse)’인데 쉽게 말해 투스텝이다. 한 발을 내딛고 다른 발을 거기에 붙인 후, 다시 첫발을 내딛는 것, 즉 군대식 제식훈련에서 ‘걸음 바꿔 가!’ 할 때 취하는 걸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투스텝이란 어쩔 수 없이 뒤에 있던 발을 앞으로 빠르게 당기고 그 힘으로 반대편 발을 내디뎌야 하니 동작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자이브에서는 이를 팔짝팔짝 뛰면서 하도록 만든다.

물론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뛰지 않고 그저 걷는 것처럼 움직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뛰는 게 쉽지 않은 70대 노인들이 이렇게 걷기 동작으로 춘다면 육체적인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뛰는 게 가능한 50~60대들도 걷는 것처럼 추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건 동작을 크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다. 아니, 이렇게 크게 움직여본 경험이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동작이 작아지는 것이다. 자기 딴에는 크게 움직였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움직였을 뿐, 춤으로 보자면 턱도 없다. 그러니 민망함을 떨치고 더 과감히 더 크게 움직여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춤에 빨리 적응한 것은 과감하고 크게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감히 생각한다. 춤을 배운 지 한 달쯤 되던 때, 나보다 두어 달 먼저 들어와 배우던 내 또래 여자분이 내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어머, 발이 번쩍번쩍 들리네!”라고 놀라워했다. 내가 보기에 그분은, 여전히 뛰지 않고 걷는 것 같았다(자기는 뛰고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연극이든 춤이든 공연예술은 다 그렇다. 처음 시작할 때 정교하지만 작고 아담하게 움직이던 배우와, 거칠지만 큼직큼직하게 움직이던 배우, 이 둘 중 좋은 배우가 될 확률은 단연 후자가 높다. 일단 동작을 크게 하던 것을, 반복 연습으로 다듬으면서 작게 만드는 것은 쉽다. 하지만 애초부터 작게 몸에 밴 동작을 크게 만드는 건 훨씬 어렵다(30년을 연극평론가이자 연출가 아내로 살면서 많은 배우들의 성장을 보아온 경험에 따르면 그렇다). 내가 기억하는 경우만 들어봐도, 배우 정진영·이선균의 20대 초·중반의 연기는 아주 크고 거칠었다(그래서 싹수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가르치면 다 도망가요”

나는 대학 1학년 때 연극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몸을 크게 움직이는 것에 대한 민망함과 두려움이 그리 크지 않다. 연습실에서는, 되든 안 되든 처음부터 몸 사리지 않고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 첫날 몇 번 동작을 해보니 ‘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금방 든다. 선생님과 나의 움직임 모양이 너무 다르다. 크게 움직일수록 발과 다리가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 정확하게 보이고, 선생님과 내 동작의 차이가 금방 눈에 띄었다. 선생님은 그 차이를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냥 일단 움직이란다.

선생님에 따라 가르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발의 스텝을 먼저 가르치는 분이 있고, 발은 물론 보디의 움직임과 손동작까지 함께 가르치는 분도 있다. 내 선생님은 한 동작을 발의 방향과 보디의 움직임까지 모두 정확하게 가르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일단 박자에 맞춰 발을 떼어놓는 것을 중시한다. 왕초보는 그저 몇 동작의 진도를 열심히 나가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선생님은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자이브의 몇몇 동작을 조금 섬세하고 정확하게 하도록 다듬어준다. 내가 “왜 처음부터 이렇게 정확하게 가르쳐주지 않았어요?”라고 투덜댔더니, 선생님은 “첨부터 그렇게 가르치면, 어렵다고 다 도망가요. 일단 늪에 빠뜨려놓고 어느 정도 움직일 만큼 되면, 그때 다시 건져서 다듬어야지”라고 말했다. 물론 댄스스포츠를 전문으로 할 연습생인 경우에는 다르단다. 아주 간단한 동작이라도 정확한 형태로 움직일 때까지, ‘아이고, 죽겠다’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반복한단다. 나 같은 일반인들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게 선생님 생각이었다. 파트너 붙잡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도록 만드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여하튼 처음에는 꽤 답답했다. 선생님이 설명해주지 않으니 집에 돌아와 컴퓨터에서 동영상을 찾아봤다. ‘자이브 베이직’ 같은 검색어를 써넣자 훈련 동영상이 주르륵 떴다. 발을 옆으로 디딜 때 반대편 무릎까지 발을 올렸다 디디는 것을 반복 연습하게 하는 걸 보고 나니 감이 조금 잡혔다. 발 디딤새 동작이 커졌고 폴짝폴짝 뛰기도 덜 민망해졌다. 그렇게 한 시간 폴짝거리고 나면 몸이 확 풀린다. 일단 운동은 확실히 되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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