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015년 1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2015년 100대 요직 조사를 토대로 박근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의 근황을 좇았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당시 고위 인사를 지낸 이들 가운데에도 끝이 좋지 않은 인물이 많았다. 박 전 대통령과 특히 가까웠던 측근 인사 다수가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고 수감됐다. 정권 교체 과정만큼이나 극적인 신상 변화다.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2015년 1월 임명된 우 전 수석은 검찰·경찰 등을 망라한 사정기관 권력의 정점이었다. 그런데 이듬해 7월부터 ‘넥슨 땅거래’ ‘정운호 몰래 변론’ ‘아들 꽃보직 특혜’ 등 의혹 보도가 연이어 터졌다. 돌이켜보면 이 의혹은 박근혜 게이트의 시발점이 되었다. 사건을 조사한 이석수 특별감찰관(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우 전 수석은 석 달 이상을 버틴 뒤에야 사임했다. 정권이 바뀌고 지난해 12월 우 전 수석은 검찰의 세 번째 영장 청구 끝에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 때 검찰 요직에서 위세를 떨친 ‘우병우 사단’ 역시 비슷한 결말을 맞았다. 우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TK(대구·경북) 출신인 박성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전 서울지검 3차장은 옷을 벗었다. 특히 최 전 3차장은 국정원 2차장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업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우병우 전 수석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갑근 전 대검 반부패부장은 2016년 우 전 수석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장이 되었다. 그러나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방치하다시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윤 전 부장은 지난 1월 퇴임하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검찰 인사를 좌우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또한 옷을 벗었다.

청와대 출신 인사 다수가 재판을 받았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에 연루되어 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안종범 수첩’의 작성자인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2016년 11월 일찌감치 구속 기소됐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1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박근혜 게이트의 ‘행동대장’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유출하고 사정기관 인사에 개입하는 등의 전횡이 드러났다. 이들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에 관여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2015년 당시에는 군 조직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각, 외교 라인에도 군 장성 출신이 여럿 포진해 있었다. 특히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8명으로 두드러졌다. 그런데 이 가운데 네 명이 지난해 계엄령 모의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샀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박흥렬 전 경호실장 등이다. TK 출신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검 합동수사단은 수사 과정에서 문건 작성에 대해 조 전 기무사령관이 ‘한민구 국방장관의 지시’라고 말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 출국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15일 외교부는 조 전 기무사령관의 여권 효력을 정지시켰다.

전직 국무위원 가운데에도 법정에 선 이들이 있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던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표적이다. 먼저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인사 청탁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 등이 있다(〈시사IN〉 제472호 ‘최경환 의원이 말했다, 그냥 합격시키라고’ 기사 참조). 지난달 1심 재판부는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이 항소했다. 최 전 장관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압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차은택의 스승’으로 알려진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문형표·김종덕 전 장관 모두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TK 출신 실·국장급 관료 6명 전원 사표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덜한 관료 출신 실·국장급 인사들의 거취도 살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수족이었던 TK 출신 고위 관료들이 대거 사표를 냈다. 이곳 출신 실·국장급 관료 6명 전원이 옷을 벗었다. 행정고시 28회 출신인 김준동 전 산자부 기조실장은 퇴임한 뒤 지난해 말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임경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역시 지난해부터 한 세무법인에서 일한다. 손태락 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퇴임했다. 김철주 기재부 기조실장은 2016년부터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다. 정권이 교체되자 사표를 제출하고 연구기관으로 옮겼다. 송언석 전 기재부 예산실장은 2015년 10월부터 기재부 제2차관으로 승진했다. 정권 교체 후 지난 6·13 재보선에 출마해 경북 김천에서 당선됐다. 송 의원은 지난 11월25일 국회 예결위 소위에서 한부모 가정 지원 예산 61억원을 전액 삭감하자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반면 직을 보전해 이번 조사에서도 100대 요직에 든 인사도 있다. 강원도 출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수도권 출신 한승희 국세청장이다. 이 총재는 2014년 임명됐다.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4년을 채우고 연임된 것은 44년 만이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2015년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세무조사를 총괄했다. 지난해 말 그는 이전 정권 국세청의 세무조사 남용 정황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100대 요직에 포함하지 않았으나 봉욱 전 법무부 법무실장 역시 지난해 5월부터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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