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는 여행으로 점철된 나날이었다. 세 번의 〈시사IN〉 트래블 프로그램을 인솔하며 독자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 ‘코카서스 3국 대자연기행’(8월6~ 16일), ‘나의 첫 아프리카 여행’(2018년 10월5~14일), ‘야쿠시마 원시림 트레킹’ (2018년 11월7~11일)이었는데 오지 여행이라 만만치 않았다.

‘재열투어’라는 별칭을 붙인 이 여행에서 내세운 콘셉트는 세 가지, ‘간섭하지 않는 결속력’ ‘패키지를 언패키지하다’ ‘불편한 사치’였다. 비록 패키지여행의 형태로 진행되지만 여행의 감수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보자는 취지였다. 서로 간섭을 최소한으로 하면서도 오지 여행인 만큼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팀워크를 발휘하자는 것, 짜인 일정이지만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확보하자는 것,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불편함은 받아들이자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독자들이 〈시사IN〉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택한 여행이었는데, 돌이켜보니 기자로서 독자에 대한 신뢰를 쌓은 여행이 되었다. 〈시사IN〉 평균 독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세상에 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관심과 호기심을 채워가고 남의 취향을 존중할 줄 알았다. 독자들끼리도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것 같다’며 서로 유쾌하게 어울렸다.

ⓒ시사IN 양한모

난감한 순간에 웃으며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를 지닌 독자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코카서스 여행팀이 아제르바이잔의 국경도시 쉐키로 가는 길에 관광버스의 냉각수 호스가 터졌을 때다. 카센터 직원이 냉각수 호스를 사러 다녀오는 동안 하염없이 기다려야 해서, 가이드가 ‘오늘 안에 국경을 넘을 수 있을까’ 마음 졸이고 있을 때, 독자들은 아제르바이잔 시골마을에서 주민들과 어울려 차를 마시며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아니 기다리는 것을 넘어 그 순간을 즐겼다. 여행의 고수들이었다.

아프리카 여행팀과 야쿠시마 여행팀 중 산행이 익숙한 몇몇은 킬리만자로를 오르고 야쿠시마 원시림을 종주할 때 뒤처지는 사람들을 묵묵히 받쳐주었다. 그들이 포기하거나 낙오하지 않도록 조용히 응원했다. 완벽한 ‘원팀’이 되어준 덕분에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여행이 끝나고도 여행 커뮤니티로 남아서 〈시사IN〉의 든든한 응원 부대가 되어주고 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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