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대학에 교직 특강을 다녀왔다. 교직 과목을 수강하는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고, 아직 교직 선택을 망설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질문은 이러했다. “생활지도를 꼭 해야 하나요?” “안정적인 소득 측면을 제외하고도 여전히 교사를 선택하실 건가요?” “학생과 심한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나요?” “여교사의 경우 남학생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이 돼요.” 주로 교직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나는 질문이었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현장을 바라보며 교사가 되려는 예비 교사들이 그런 두려움을 갖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함께 교직 특강 강사로 온 다른 교사도 “여러분들의 심장 건강을 위해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라고 말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박해성

교사가 되고 싶은 좀 더 어린 학생들을 만나면 다소 온도차가 있다. “선생님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감정노동 하는 모습을 보는데도 교사가 되고 싶니?”라고 물어도 고개를 끄덕인다. 학생으로서 교사를 경험한 아이들은 “제게 영향을 많이 준 교사처럼 저도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수학을 좋아하니까 수학 교사가 되고 싶어요”처럼 순수하고 기특한 마음으로 교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추상적으로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다가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뒤 생각을 바꾸는 아이들도 있다. 교육 동아리나 봉사활동을 통해 교육 경험을 해보고 ‘아, 아니구나’ 하고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을 보았다. 가르치는 일보다는 전문 분야를 파고드는 학자적 성향이 강한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사범대에서 일반 학과로 희망 학과를 바꾸기도 한다.

교직을 꿈꿨다가 철회한 한 학생은 “교사가 되면 자신이 맡은 아이들의 인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큰 영향을 받는 시기,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학생에게 크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두렵고도 망설여진다. 담임을 맡으면 수십명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몰려온다.

〈디태치먼트〉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교사 헨리는 스스로가 불안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머니의 죽음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 할아버지를 증오하지만 혈육이 자신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의 보호자가 된 상황이다. 관계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기간제 교사로 전전하는 헨리 앞에 외면받고 상처 입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그는 또 한 번 두려움에 떤다.

개인적 고민 안은 채 아이들을 대해야 할 때

요즘 많은 아이들이 가정 혹은 친구들로부터 분리 경험을 겪는다. 건강한 애착 경험을 갖지 못한 경우도 꽤 있다. 그리고 이들을 지도하는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지금 맞닥뜨린 아픔을 어릴 적에 그대로 겪었을 수도 있고,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다. 개인적인 고민을 안은 채 상처를 지닌 아이들을 대해야 할 때 교사는 지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라는 직업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지식을 스스로 찾고 공부할 수 있는 시대다. 좋은 책들이 즐비하고 인터넷을 켜면 못 찾을 정보도 없다. 그런데도 교사라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교사 그 자신이 조금은 부족하고 불안한 존재이기 때문은 아닐까.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고 두려워하며 상처받은 경험이 있기에 현재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더 잘 돌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불완전함을 두려워하는 모든 교사를, 또 교사가 되고 싶은 모든 아이들을 응원한다.

기자명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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