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동백숲 작은 집하얼과 페달 지음, 열매하나 펴냄

“적어도 우리는 그렇지 않고 싶었다. 흔적 없이 살다가 가는 야생동물처럼 살고 싶었다.”

올해 초 tvN에서 방영된 〈숲속의 작은 집〉을 아시는지. 두 배우가 외딴 산속에서 수도나 전기, 가스 없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제아무리 ‘고립’이 현대인의 로망이라지만 이를 보며 많은 이들이 실감했으리라. 며칠이니 망정이지 저렇게는 도저히 못 살겠다고.그런데 이런 삶을 ‘리얼’로 선택한 젊은 부부가 있다. 2011년 서울을 떠나 전남 장흥의 동백 숲으로 떠난 하얼과 페달이 그들이다. 환경단체에서 일하던 둘은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삶을 직접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일상의 모든 것을 바꿔나간다. 전기 대신 햇빛, 가스 대신 화덕, 육식 대신 채식을 선택한 이들의 지난 7년간을 호기심과 부러움, 미안함이 뒤섞인 채 따라가게 되는 책이다.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에르베 기베르 지음, 장소미 옮김, 알마 펴냄 “그곳에 감도는 위험이 새로운 공모감과 새로운 애틋함, 새로운 결속감을 만들어냈거든.”

저자는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를 소설로 분류한다. 의구심이 든다. 저자가 ‘픽션’이라는 장르로 도피한 것 아닌가 하는.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정확하지 않은 기록은 1988년에 시작된다. 그는 1981년을 회고하며 실체는 없고 소문만 무성한 질병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이즈, 즉 후천성면역결핍증이다. 저자 에르베 기베르는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침투하면서 변화하는 신체를 바라보고 공포를 마주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다가올 죽음으로부터 도피하고 체념하는 우울의 시간이다.저자는 자신이 에이즈 환자임을 밝힌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사실 또는 허구에 관한 물음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김현 시인의 말처럼 어느 쪽이더라도 진실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펴냄

“권한도 받을 능력이 있어야 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역 격차’ 해소의 대안으로 ‘지방분권’을 내민다.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진다. 저자는 이를 잘못된 고정관념이며 ‘위험한 착각’이라고 역설한다.서울시 강남구는 자체 수입이 5222억원에 달하는 반면 전남 구례군의 그것은 225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능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지방분권 제도를 본격화하면 어떻게 될까? 지역 간 격차가 오히려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이 자칫 “헤비급과 라이트급 선수가 함께 링에 오르는” 경기처럼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지방분권을 서두르기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상황과 조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광역화와 거점 개발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한다.

21세기 엘리트로르 블로 지음, 권희선 옮김, 인문결 펴냄

“여기서는 힘껏 달려야 겨우 제자리야. 지금보다 두 배는 빨라야 제자리를 벗어날걸.”

2014년 11월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 개발 업체인 모질라 재단은 구글과의 계약을 과감히 종료한다. 구글은 재단 수입의 90%를 담당하는 최대 거래처였다. 이후 모질라는 자발적 참여자 수만명을 통해 집단의 힘을 실험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기존 시스템에 대안을 제시하고,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개인정보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디지털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은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로 극명하게 갈린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 새로운 엘리트에 관한 낙천적 고찰’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낙관적인 미래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를 맞아 기성 엘리트와 지식인이 어떻게 ‘우왕좌왕’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도시는 정치다윤일성 지음, 산지니 펴냄

“도시는 정치고 정치는 힘이다.”

“도시는 정치다”라는 저자의 단언에는 깊은 분노가 서려 있다. 부산의 대규모 난개발을 목도하고 탐욕과 불의가 어떻게 그곳에 깃들고 검찰 수사는 또 어떻게 싱겁게 마무리되는지 지켜보면서 도시를 정치로 단언했다. 도시사회학 연구에 평생을 헌신한 저자는 도시계획이 합리적인 토론의 산물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힘껏 맞붙는 과정으로 이해한다.지역의 정치·행정 엘리트와 극소수 경제 엘리트가 구축한 도시 통치 체제인 ‘성장연대’를 통해 도시계획이 왜곡된다는 선행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운대 엘시티 사업 등 부산의 난개발 역사를 되짚어본다. 그 난개발의 뒤편에서 단순히 소외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피해를 온몸으로 뒤집어써야 하는 서민들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강남을 읽다전상봉 지음, 여유당 펴냄

“서울을 좋은 도시로 만들지 말아야 농촌 인구가 몰려오지 않는다.”

강남초등학교는 서울시 강남구가 아니라 동작구 사당동에 있다. 여기에는 곡절이 있다. 경성부가 확장될 때 영등포구와 동작구가 편입되면서 강남이라는 말이 생겼다. ‘영동’은 영등포구의 동쪽이라는 의미였다. 대한제국이 한성부를 개조하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경성부를 확대하고, 독재 정부가 서울을 확장할 때 강남은 점점 선명해졌다.시대의 욕망과 권력의 논리를 따라 서울을 확장하게 되면서 만나는 강남이라는 신천지에 대해 사유했다. 청와대와 서울시가 어떻게 조직적인 투기로 사리사욕을 채웠는지, 고속터미널 건설을 놓고 어떻게 지역 차별이 구현되었는지, 아파트 가격 상승을 위해 어떤 강북의 명문 고등학교를 강남으로 이주시켰는지 들여다보았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