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66-5, 2층 복합문화공간 ‘한잔의 룰루랄라’. 지난 11월1일부터 이곳에서 ‘45일간의 인디 여행’이라는 고별 무대가 열리고 있다. 이 공간을 사랑했던 인디 음악가들이 매일 한 팀씩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해체했던 밴드 ‘단편선과 선원들’이 다시 모였고, 밴드 ‘눈뜨고 코베인’은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공연을 했다. 가수 김사월씨는 혼자 2시간30분 동안 40곡을 노래했다.

한잔의 룰루랄라는 이성민씨(47)가 2008년에 문을 연 만화 카페다. 켜켜이 쌓인 낡은 만화책들과 희미한 불빛 탓에 골방 같은 분위기지만 홍대 예술가들에게는 오래도록 작업실 겸 놀이터와 같은 곳이었다. 지난 8월 문을 연 지 딱 10년이 되던 때 건물주로부터 리모델링을 이유로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실 해방감이 잠시 들었어요. 위치가 위치인 만큼 비싼 월세를 내려면 매일 문을 열어야 했거든요.” 그에게 지난 10년은 ‘버텨온’ 시간이었다. “제가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건 결국 사람들이었어요.”

ⓒ시사IN 이명익

그는 유쾌한 작별을 하고 싶었다. 함께 교류했던 음악가들에게 ‘길고 소박한 페스티벌’을 제안했다. 당초 공연 기간을 30일 정도로 예상했는데 참여한다는 팀이 많아서 45일이 되었다. 12월6일 현재 공연 기간이 52일까지 늘어났다.

만화 카페에 인디 음악가들의 발길이 잦아진 건 2011년부터다. 길 건너편에 있던 두리반 식당 철거 반대 활동에 인디 음악가들이 합류하면서다. 두리반에서 했던 인디 음악가들의 공연이 한잔의 룰루랄라에서도 이어졌다. 악기와 장비가 없어서 두리반에 있던 걸 옮겨야 했다. “당시에 두리반에서 했던 공연 이름이 ‘51+’였어요. 의도한 건 아닌데 이번에 준비하다 보니 신기하게 ‘51+1’ 팀이 됐더라고요.” ‘두리반 투쟁’이 끝나고 한잔의 룰루랄라에서 월요일마다 ‘먼데이서울’이라는 정기 공연이 열렸다. 변화가 빠른 홍대앞에서 6년간 이어졌던 무대다.

60명이 최대 정원인 이곳은 인디 음악가들의 고별 공연마다 관객들로 붐볐다. 이 인디 여행은 12월23일까지 계속된다. 무료로 입장해 유료로 퇴장하는 자율 기부 방식이다. 수익은 전부 해당 음악가에게 전달된다. 이성민씨는 “남은 기간 바라는 건 장비가 고장 나지 않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오늘도 한잔의 룰루랄라와 이별을 고하는 누군가의 마지막 무대가 열린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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