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올해의 사진’ 송년호를 제작하다 한 장의 사진에 눈길이 오래 갔다. 그해 5월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스무 살 김군 장례식장. 정운 사진가는 유족과 맞절을 하는, 백팩을 맨 청년들을 포착했다. 은유 작가는 이 사진에 이런 글을 썼다. “사고 다음 날이 고인의 생일이었다. 현재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는 눈물 자국 같은 다짐이 아로새겨져 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나다’(제485호).”
2017년 11월 현장실습생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3학년 이민호군이 숨졌다. 생수를 쌓아 누르는 압착기를 확인하러 기계에 들어갔다 사고를 당했다. 민호군이 직접 서명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제4조에는 사업주 의무로 ‘현장실습을 지도할 능력을 갖춘 담당자를 배치하여 현장실습생의 현장실습을 성실하게 지도’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는 민호군 혼자 있었다. 사고 두 시간 전 민호군은 친구들에게 “내일 집 간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열여덟 살 생일을 나흘 앞두고 그는 세상을 떠났다(제534호).
지난 8월16일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스물두 살 대학생은 감전으로 사망했다. 컨베이어벨트 아래를 청소하다 전기가 흐르는 기둥에 감전됐다. 사고 전에 그에게 누전 사실을 알려준 이는 한 명도 없었다(제572호).
이번에는 스물네 살 청년이었다. 검은 뿔테 안경과 가지런한 손톱. 더럽혀진 안전모와 분진 마스크를 쓴 평범한 청년은 펜으로 또박또박 이렇게 썼다.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그가 든 피켓에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혀 있었다(표지 사진).
지난 한 해에만 노동자 964명이 업무상 사고로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구의역 김군 사고 뒤 이들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모두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지난 10월18일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심각한 문제는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중략) 용역계약 기준에 안전사고 발생하면 감점을 줍니다. 그렇기에 협력업체는 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죽어 나가도 숨기는 구조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제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더 이상 옆에서 죽는 모습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정규직, 안 해도 좋습니다. 더 이상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이들의 죽음을 기록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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