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5월10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누워 있던 세월호가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직립 작업으로 94.5°로 세워졌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 과정을 지켜봤다.

하늘이 파란 5월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듯 옅은 구름이 게으르게 흩어져 있다. 배는 침몰된 상황과 마찬가지로 왼쪽으로 누운 채로 인양되었다가 4년 만에 드디어 바로 서려고 하는 중이다. 기중기와 선체를 연결하는 철근은 배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팽팽하다. 바닷물에 녹이 슨 갑판은 배가 바닷물 속에 잠겨 있던 시간을 말해준다.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배의 반대편 선창에 얼굴을 대고 구조 요청을 했던 사람들. 비명과 분노와 증오와 절망의 목소리들을 삼켜버렸던 배. 모자 위에 안전모를 덧쓰고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사람이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품이 큰 청바지를 입은 그의 등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망토가 둘러져 있다. 망각하는 순간 행동도 멈춘다.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찍으려는 그의 마른 손은 떨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자명 사진 신선영·글 신철규(시인)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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