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예능 인문학에 대한 비판 내지 걱정은 비 오는 날 짚신 파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혹은 햇볕 쨍한 날 우산 파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 같다고 할 수 있다. 예능 인문학을 향한 비판 혹은 근심은 예능 인문학에서 ‘예능’의 측면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해한다. 웃고 즐기고 떠드는 일로는 인문학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어렵다. 자칫 인문학의 가치와 함의가 입 한번 뻥긋하지도 못하고 웃음에 휩쓸려갈 수도 있다.
2018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은 대개 에세이였다. 입말이 살아 있는 에세이들은 젊은 독자들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우리 시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확실한 지표라고도 할 수 있다. 어디 책뿐인가. 각종 SNS의 사진이나 짧은 글귀들은 대개 소확행을 꿈꾸는 이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물론 에세이 전성시대가 곧 출판의 퇴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출판 담당 기자들이나 몇몇 평론가들의 대화 주제로 “읽을 만한 책이 없다”라는 말은 술자리 안주 이상의 대화로 발전했다.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진중한 인문학 담론은 그것대로 독자를 확보해야만, 출판은 본래 기능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서점가에서 독자의 선택을 받은 책들은 어쨌든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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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더가 꼽은 올해의 책
독서 리더가 꼽은 올해의 책
시사IN 편집국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책으로 정리하는 방법만큼 근사한 것이 있을까? 독서 리더들이 꼽은 올해의 책 목록을 보니 조용한 충고가 들려온다. 그리고 ‘웅크린 말들’을 길어 올리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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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새로운 개인의 탄생
김동식, 새로운 개인의 탄생
김민섭 (〈훈의 시대〉 저자)
2018년에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김동식이겠다. ‘복날은 간다’라는 필명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단편소설을 연재하던 그는 어느 기획자의 눈에 띄어 〈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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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난제 푸는 색다른 시선
고령사회 난제 푸는 색다른 시선
박태근 (알라딘 MD)
고령자와 대화를 나누다 답답해하거나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를 종종 마주하게 된다. 한국 사회는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게 분명하지만, 앞선 문제에 대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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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 적은 사회에서의 선택
선택지 적은 사회에서의 선택
박혜진 (문학평론가)
한 번 더 살 수 있다고 치자. 그때 그 비극을 피해 갈 수 있을까? 글쎄, 두 번 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 아닐까. 인생의 길은 웨딩 로드가 아니다. 나만을 위해 깔려져 있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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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의 왕은 죽었다
호르몬의 왕은 죽었다
최태섭 (문화평론가·〈한국, 남자〉 저자)
성평등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순간들이 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불평등이 그것의 발현을 방해한다고 주장할 때, 갑자기 어지러워 보이는 숫자와 도표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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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동양서림엔 특별한 서점이 있다
혜화동 동양서림엔 특별한 서점이 있다
임지영 기자
1953년 문을 연 서울 혜화동 ‘동양서림’의 간판은 딱 봐도 낡았다. 투박하고 정직한 이 간판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간판을 떼라는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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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화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었나
면화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었나
위민복 (외교관)
미국 남북전쟁 하면, 항상 남부의 면화(목화) 밭에서 면화를 수확하고 있는 흑인 노예를 떠올릴 때가 많다. 하필이면 왜 미국이고, 왜 면화인가? 게다가 흑인 차별은 이후에도 심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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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권 뒷면에는 망원경이 있다
1만원권 뒷면에는 망원경이 있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1만원권 지폐의 뒷면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뒷면 바탕에는 별 지도가 엷게 깔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이다. 잘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