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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 뜨는 이유

2019년 01월 09일(수) 제591호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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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전쟁’에서 보수 성향의 채널이 압승하고 있다. 기존 미디어가 현 정부에 우호적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다른 시각’을 찾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판을 바꿀 수 있을까?

올해 예순 살인 택시 기사 정 아무개씨의 일과는 유튜브 시청으로 시작된다. 구독하는 채널의 최신 영상을 휴대전화로 재생한 뒤에야 시동을 건다. 정치 관련 채널들이다. 현재 그가 구독하는 유튜브 정치 채널은 6개로, 모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정씨가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보게 된 것은 지난해 이맘때부터였다. 정씨는 “(채널에서 하는 얘기가) 다 맞는 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운전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자 그는 동조하는 듯이 욕설을 읊조렸다.

정씨 같은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보수 성향 정치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유튜브 채널의 인기는 보통 구독자 수로 어림한다.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신의한수(약 45만명)’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약 34만명)’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약 31만명)’ 등이 수위권 보수 미디어 채널로 꼽힌다. 이들 중 몇몇은 최근 6개월 사이 급속히 구독자가 늘었다. 채널에 올라간 인기 영상 가운데에는 조회 수 200만을 넘기는 것도 있다. 정치인들이 운영하는 채널은 상대적으로 구독자 수가 적은 편이다. ‘개국’ 시점이 늦었고 업로드한 영상의 수도 적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운영하는 ‘김문수TV(약 15만명)’,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의 ‘이언주tv(약 7만명)’ 등이 대표적이다.

ⓒ연합뉴스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오른쪽)는 홍준표 전 대표(왼쪽)의 ‘TV홍카콜라’ 총괄 제작자로 변신했다.
막말과 B급 분위기로 뜬 TV홍카콜라

수많은 정치 채널 중 최근 가장 뜨거운 곳은 ‘TV홍카콜라’다. TV홍카콜라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유튜브 채널이다. 지난 12월3일 첫 영상을 올린 뒤 한 달 만에 구독자 18만명을 돌파했다. 현역 정치인의 채널 중 구독자가 가장 많다. 규모가 비슷한 다른 채널에 견줘 구독자 상승세도 눈에 띈다. 개국한 지 5년 가까이 된 ‘조갑제TV’와 구독자 수가 비슷하다. 비슷한 시기 개국한 ‘MBC NEWS’ 역시 구독자 수는 약 20만명이다. MBC NEWS에 올라간 영상 수는 4만여 개인 반면, 1월2일 기준 TV홍카콜라의 게시물은 38개에 불과하다.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TV홍카콜라 총괄 제작자를 맡고 있다. 배씨는 지난 연말 TV홍카콜라 제작에 관여하겠다고 밝히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12월30일 페이스북에 “방송 제작자로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소홀했던 프레임 전쟁에서 더 이상 지지 않기 위함입니다”라고 썼다.

TV홍카콜라 게시물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비장하다. 지난 12월5일 게시된 ‘공식 예고’ 영상에서 홍준표 전 대표는 “내 나라가 이렇게 무너지고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몇몇 구독자는 홍 전 대표에게 ‘국가 재건’ ‘나라 구원’ 등을 요청하는 댓글을 썼다.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는 이런 평이 올라왔다. “(홍 전 대표의) 막말이란 걸쭉한 이미지가 정치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엔터테인먼트에는 대단한 장점이다. (중략) 거기에 더해 다소 저렴한 B급 문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나타낸다. 요새 영화·드라마·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뜨는 코드다.” 유튜브는 자극적인 B급 콘텐츠가 각광받는 공간이고, 홍준표라는 인물은 이 방면에 특화된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TV홍카콜라를 비롯한 보수 성향 콘텐츠의 약진은 낯선 일이다. 지난 10년간 뉴미디어 공간, 그중에서도 팟캐스트에서는 진보 성향 콘텐츠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2011년 처음 방송을 시작한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다운로드 횟수 세계 1위를 달성하며 정치 팟캐스트 전성기를 열었다. 지금도 팟캐스트에서는 나꼼수와 비슷한 성향 프로그램들의 다운로드 순위가 높다.

ⓒYouTube 갈무리
1월1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이 ‘유시민의 알릴레오 티저’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예고 영상.
유튜브에서는 정반대다. ‘나꼼수’ 멤버들도 보수 성향 채널에 밀리고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운영하는 ‘딴지방송국’이 구독자 약 20만명으로 그나마 선전 중이며 김용민 시사평론가와 정봉주 전 의원의 채널은 각각 9만여 명, 4만여 명이다. 진보 성향 정치인들은 더 맥을 못 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약 5만명)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약 5만명), 손혜원 의원(약 3만명) 정도가 눈에 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 채널의 구독자 수는 1만명을 넘지 않는다.

수세에 몰린 여당의 두 갈래 대응

유튜브가 보수 채널 일색이 된 것은 정권 교체의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뉴미디어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지상파 방송이나 지면 매체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은 기존 미디어가 현 정부에 우호적이라고 여긴다. 이 ‘편향’을 바로잡기 위해 팟캐스트나 유튜브 채널이 제시하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지난 12월17일 홍준표 전 대표는 TV홍카콜라에 올린 영상에서 이런 입장을 드러냈다. “언론을 통해서 세상의 여론도 조작하고 있다고 나는 늘 주장해왔다. (중략) 언론에서 왜곡 전달되는 정보를 (바로잡아) 정확하게 민심을 전달하려고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었기에 ‘공수’가 교체되었고, 시대 변화에 따라 주된 ‘전장’ 역시 팟캐스트에서 유튜브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다. 구독자가 8만5000여 명인 진보 성향 유튜버 유재일씨 역시 정권 교체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2018년 8월28일 자신의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공급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말했다. “(팟캐스트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지상파 방송으로 많이들 갔다.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분들을 지상파에서 볼 수 있으니 팟캐스트·유튜브 구독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동영상 정치’에서 밀리는 여당은 크게 두 갈래로 대응한다. 먼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가짜 정보’를 규제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2018년 4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이 발의한 ‘가짜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이다. 플랫폼에 올라온 가짜 정보를 사업자가 삭제할 의무를 지우는 게 골자다. 2018년 10월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박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앉혔다.

당 차원에서 직접 유튜브 채널을 활성화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개설한 채널 ‘씀’에는 주로 법안에 대한 설명 영상이 올라와 있다. 인지도 높은 당내 인사들이 출연한다. 12월24일에는 TV홍카콜라를 겨냥해 ‘콜라보단 사이다! 정청래, 강병원의 우린 이런 싸이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1월2일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2만5000여 명이다.


새해 지켜볼 만한 변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개설이다. 유 이사장은 지난 12월22일 ‘노무현재단 회원의 날’ 행사에서 “요새 대세라는 유튜브를 정복해볼까 한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반지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난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1월1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이 ‘유시민의 알릴레오 티저’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예고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 수 15만을 넘겨, 1월3일 현재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1위에 올랐다. 1월2일 TV홍카콜라에는 ‘시민씨 하고 싶은 거 해요ㅎㅎㅎ’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에서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은) 대중의 분노심만 자극하는 아주 특이한 재능이 있죠. (중략) 재미있는 공방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들어오시죠. 한번 해봅시다”라고 말했다. 이 영상 역시 1월3일 현재 ‘인기 급상승 동영상’ 2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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