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밀정인가, 동지인가

한 장의 사진에 얽힌 이야기

2

사진 속 왼쪽 인물. 이름이 ‘황옥’이다. 1923년 ‘황옥 경부 폭탄사건’으로 재판정에 출석한 때의 사진이다. 그의 옆에 있는 이는, 함께 검거된 김시현. 의열단원이다.

3

황옥은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 경찰로 ‘경부’라는 꽤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 한때 상하이 임시정부에 파견돼 밀정 활동을 한 베테랑 ‘고등계’ 형사였다.

4.

황옥은 1923년 조선총독부 경무국장 마루야마 쓰루키치의 밀명을 받고 의혈 투쟁으로 명성이 높던 의열단 내부에 잠입했다. 의열단원 김시현에게 접근했고, 함께 만주로 갔다.

5.

황옥은 의열단장 김원봉을 만났다. 황옥은, 의열단이 준비한 폭탄 36개, 권총 20정 등을 조선으로 운반하겠다고 나섰다. 경의선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6.

그런데 또 다른 밀정의 신고로 황옥, 김시현 등 의열단 조직원들이 체포되었다. 이 의열단 사건 재판에서 황옥은 자신이 밀정임을 밝혔다. 조선총독부 경무국장도 사실을 인정했다.

7

그런데 독립운동가들 중 일부가 황옥이 밀정임을 부인하며 그가 의열단 동지라고 강력하게 증언하고 나섰다. 의열단장 김원봉 역시 황옥을 ‘의열단원으로 활동하다 불행히 관헌에 체포된 애련한 자’라고 했다.

8

황옥은 밀정인가, 의열단 동지인가. 그는 6·25 때 납북되었고, 그의 비밀 또한 역사 속에 묻혔다.

9

“아버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아버지를 위대한 독립운동가로 인정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진정한 생각은 하늘과 땅, 그리고 당신만이 알 뿐 아무도 모른다.” 황옥의 딸이 남긴 한마디다.

10.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590호 ‘달리는 경의선에는 항쟁이 흐르고 있었지’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