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전문을 읽었다. 200자 원고지 66장, 이 중 남북관계를 언급한 내용은 12장 분량이었다. 북·미 관계 내용은 9장 분량에 담았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두고 ‘진영’에 따라 해석이 달랐다. 보수 진영은 ‘새로운 길’에 주목했다. ‘미국이 제재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진보 진영은 ‘비핵화’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에 방점을 찍었다.
나는 가급적 매년 북한 신년사 전문을 읽는 편이다. 북한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요동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체의 나라’를 자부하지만, 신년사를 읽다 보면 특유의 반어적인 문장이 적지 않다. 그 행간을 분석하고 읽어내는 건 전문가와 정부 담당자의 몫일 것이다. 불과 1년 전 2018년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긴장 고조-투쟁 선동-혁명 동원 연설(통일연구원)’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129자’를 주목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우리가 알듯 이후 남북관계, 북·미 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1년 전에도 신년사를 두고 진영에 따라 해석이 달랐다. ‘핵 무력을 완성했고 돌이킬 수 없게 됐으니 대화하자는 것은 북이 핵무장 스케줄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평가절하했다. 2018년 1월2일자 〈조선일보〉 사설이다. 2019년 신년사를 두고 〈조선일보〉는 ‘김정은식 비핵화와 사실상 핵 보유 담은 北 신년사’라며 1년 전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조선일보〉뿐이겠는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땐 ‘통일대박론’을 주장했다가 ‘북한 퍼주기 프레임’으로 돌변한 야당도 마찬가지다.
북한 신년사에 대한 분석은 실사구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남문희 선임기자가 실사구시 자세로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원해 신년사를 톺아보았다. 신년사에 담긴 사소해 보이는 ‘~라면’ 조건문에 담긴 함정을 간파했다.
남북관계에서 상수는 중국이다. 남북관계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상수이기도 하다. 지난 40년간 개혁개방 정책을 펼친 중국을 실사구시의 눈으로 보고 싶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장일호 기자가 기획을 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 선전 현장 르포를 커버스토리로 올렸다. 특별히 기획 단계부터 이상엽 사진가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 1997년부터 매년 중국을 찾아 개혁개방 현장을 렌즈에 담아왔다. 이상엽 사진가는 1997년 쓰촨성 청두 취재를 시작으로 톈진에서 마카오까지 동서남북 약 50개 지역을 25차례 방문하며 기록했던 사진을 〈중국 1997-2006〉으로 펴내기도 했다. 이 사진가의 이번 현장 사진뿐 아니라 과거 사진까지 이번 호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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