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나다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등에 날개 한 쌍이 돋아났기 때문입니다. 나다 씨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날개라니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나다 씨는 곧장 병원으로 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날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나다 씨가 병에 걸린 것도 아니어서 의사 선생님은 아무런 약도 처방해주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다 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등에 날개가 생겼고 병원에 갔지만 의사 선생님도 어찌 된 일인지 모르더라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공기가 나빠서 이런 일이 생겼을 거라고 합니다. 아마 제가 나다 씨였다면 이렇게 되물었을 겁니다. 공기가 나빠서라면 너한테는 왜 날개가 안 생겨?
답답한 나다 씨는 엄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친척들 가운데 날개 달린 사람이 있었느냐고 말입니다. 엄마는 날개 달린 친척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엄마조차 나다 씨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살다 살다 너처럼 날개 달린 사람은 처음이구나!’
날개가 돋은 나다 씨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고, 심지어 나다 씨의 엄마조차 이런 일은 처음 본다며 황당해 합니다. 나다 씨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날개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나다 씨를 불행하게 만든 진짜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나다 씨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었습니다.
등에 날개가 생겼다고 해서 나다 씨가 다른 사람이 되거나 다른 동물이 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등에 날개가 있든 없든 나다 씨는 그대로 나다 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선생님에게 나다 씨는 난생처음 보는 환자가 됩니다. 친구에게 나다 씨는 나쁜 공기의 희생자가 됩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나다 씨는 가문에서 처음 보는 별종이 됩니다.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는 다비드 칼리의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모니카 바렌고가 그렸습니다. 글에는 등장하지 않는 등장인물이 그림 속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고 강렬하게 등장합니다. 그게 누구일까요? 바로 나다 씨의 강아지입니다. 나다 씨의 강아지는 다비드 칼리의 글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니카 바렌고의 그림 속에는 강아지가 앞표지에서부터 뒤표지까지 줄곧 등장합니다. 나다 씨와 강아지는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합니다. 강아지는 나다 씨에게 날개가 있든 없든, 나다 씨의 생김새와 상관없이 주인을 사랑합니다.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닥칠 수 있습니다. 알 수 없는 게 바로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예기치 못한 일은 그냥 예상할 수 없었던 사건일 뿐 그 자체가 행복이나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다 씨의 강아지처럼 누군가 우리를 변함없이 사랑한다면 우리는 이 고단한 삶을 기꺼이 살아낼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 누군가에게 변함없는 강아지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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