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하루에도 몇 번씩 ‘K’가 붙은 무언가를 만난다. 케이팝(K-Pop), 케이컬처(K- Culture), 케이푸드(K-Food). 이제는 K가 나인지 내가 K인지 알 수 없이 혼미해진 지금, 가열차게 외쳐본다. 대체 ‘K란 무엇인가’.

한국을 뜻하는 Korea의 K를 딴 것이니 한국적인 무엇인가 싶어 무릎을 치다가도, 그렇다면 대체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의문이 똬리를 튼다. 한복을 입고 고추장을 비벼야 한국적인가? 인터넷이 빠르고 수학을 잘해야 한국적인가? 평생을 바쳐도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혼돈의 수렁 속에 텐, 그가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4년차 보이 그룹 NCT 소속인 텐의 풀 네임은 ‘뗀 칫따폰 리차이야뽄꾼’이다. 타이 방콕 출신으로 그룹에서 춤과 랩, 보컬을 담당한다. 그는 사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텐의 문제는 아니다. ‘무한 확장’과 ‘유동성’에 방점을 찍는 NCT는 멤버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하나의 단체 또는 고정 멤버로 구성된 그룹이 아닌 NCT 시스템은 아이돌을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아직 완벽하게 파악이 끝나지 않았을 정도다. 텐은 그 가운데 첫 유닛인 ‘NCT U’를 통해 2016년 4월 대중에게 처음으로 정식 공개되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함께 데뷔한 네 멤버가 ‘127’ ‘드림’ 등 각자의 그룹을 찾아가는 동안 텐의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신인에게는 다소 가혹한 긴 공백이 이어졌다. 그나마 소속사의 싱글 프로젝트인 ‘SM STATION’을 통해 드문드문 발표하는 곡으로 그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곡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각각 2017년 4월, 2018년 4월 공개된 노래 ‘夢中夢(몽중몽:Dream In A Dream)’과 ‘New Heroes’는 지금 가장 앞서 있는 케이팝 그리고 익숙한 케이팝 영웅 서사의 세련된 총체였다. 동양적인 선율과 연출을 보여주고 국경과 세월을 초월해 ‘청춘’을 청각화·시각화한 두 뮤직비디오의 온전한 주인공은 텐이었다.

그 앞뒤로 발표된 NCT U의 노래 ‘일곱 번째 감각’과 ‘Baby Don’t Stop’은 또 어땠나. ‘일곱 번째 감각’은 특유의 범접할 수 없는 힙스터 본능을 드러내 지금까지도 NCT의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로 찬사받는다. ‘Baby Don’t Stop’은 심플하면서도 중독적인 비트로 멤버 태용과 함께 케이팝이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한 ‘멋’을 드러냈다. 이 모두의 가운데 텐이 있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텐이 타고난 그 어떤 것에도 ‘K’의 흔적이 없다는 사실마저 코즈모폴리턴화되어 가는 지금의 케이팝과 묘한 교차점을 만들어낸다.

2013년, 열일곱 살에 SM 글로벌 오디션에 합격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케이팝을 좋아하던 소년은 이제 케이팝의 가장 세련되고 급진적인 최전선에 서 있다. 그는 2019년 1월, 4년 만에 처음으로 프로젝트가 아닌 정식 유닛 그룹 ‘웨이션브이(威神 V, Way V)’의 멤버가 되었다.

기자명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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