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대학가의 핵심 이슈였던 등록금 인상은 점차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져가고 있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 등록금을 올릴 수 없고, 올리더라도 정부 재정지원 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학부 등록금을 사실상 동결하고 있다. 중앙대 역시 학부 수업료는 2013년 이후로 6년째 동결되었다. 반면 정원 외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는 2017년부터 2년 연속 5%가 올랐다.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 박기현 기자(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5학번)는 이런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분노가 일었다”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등록금을 정하는 기구인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찾아봤다. ‘교육비 환원율’을 현실화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료를 인상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었다. 교육비 환원율이란 학생이 내는 등록금에 비해 학생에게 얼마나 많은 교육비가 쓰이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2017년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를 처음 5% 올렸을 때 학교 관계자는 “장학금 혜택과 각종 프로그램을 고려했을 때 내국인 학생보다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비 환원율이 높았다”라고 학보사에 말했다. 내국인보다 높은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비 환원율을 낮추기 위해 수업료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시사IN 조남진박기현 기자는 ‘누구를 위한 등록금 인상인가’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 인상 문제를 취재했다.

하지만 박 기자가 학교 본부에 확인해보니 그런 지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기자는 “내국인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을 따로 구분해서 교육비 환원율을 구한 적은 없다고 말하더라.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직원에게도 물어보니 그렇게 근거를 대면서까지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근거도 없이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를 올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지난해 예산 집행을 검토한 결과 유학생 수업료가 인상된 만큼 유학생을 위한 투자가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는 총학생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근거 자료를 요청했다. 학교 기획처에 문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학교 본부에서 검토한 자료를 보고 그렇게 평가한 거였다. 총학생회장은 유학생 프로그램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장학금도 늘리라고 요구했다는데, 확인해보니 그런 변화는 없었다.”

박 기자는 “알면 알수록 엉망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니 외국인 유학생이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외국인 유학생의 이해를 대변할 주체는 없다. 박 기자는 기사 ‘누구를 위한 등록금 인상인가?’에서 부정확한 근거로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를 올린 학교 본부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인 총학생회장,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 인상을 직간접으로 부추긴 교육부를 비판했다.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로 특정 학부가 학부 비품을 구입한 정황도 밝혔다.

박 기자는 이번 학기 〈중앙문화〉 편집장에 오른다. “교지도 위기다. 텍스트를 읽지 않는 학생도 많아졌지만, 대학 본부의 탄압으로 안정적인 기반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안정성을 확보해가면서 디지털 아카이빙, 홈페이지 개편 등을 임기 동안에 꼭 이루고 싶다.”



취재보도 부문 심사평

사각지대에 대한 차분한 접근 돋보여

안수영 (한국PD연합회 회장)

ⓒ시사IN 이명익
차별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 차별은 혐오라는 더 선정적인 주제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혐오라는 현상을 말하며 그 원인을 찾는 것은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일이지만, 차분히 그 근원에 있는 차별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것은 생각 외로 지난한 작업이다. 특히 그 차별이 우리와 가까이, 심지어는 우리 안에 상존할 때, 그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작지만 쉽지 않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올해 출품작을 살펴보며 심사위원들이 주목했던 지점은 한국 사회의 일상적 부조리에 대해 대학 현장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시선을 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중앙대 교지 〈중대문화〉 박기현 기자의 ‘누구를 위한 등록금 인상인가?’ 기사는 그런 면에서 모든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다. 대학 사회에서 또 하나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차분한 접근은, 좁게는 대학생 자신, 넓게는 한국 사회에서 당연시되는 차별에 대해 자기고백적 자세를 견지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교육부에서는 홍보거리로 써먹고, 대학에서는 돈벌이로 이용하며, 제 손해 날 일 없는 학생들은 침묵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 인상 문제를 학생 기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료 취재와 논리를 통해 비판했다는 것은 남들이 관심 쏟는 쪽에만 우르르 몰려가기 일쑤인 우리 기성언론들도 본받아야 할 기본자세가 아닌가 싶다.

물론 취재력의 제한으로 인해 논리를 뒷받침할 근거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기자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방증이라 생각하며 수상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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