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8일 서울 최고기온은 33℃였다. 대한문에서 취재를 마치고 도망치듯 사무실로 돌아왔다. 마감이 코앞이라 마음이 바빴다. 녹취를 풀던 중 현장에서 흘려들은 목소리 앞에 손가락이 멈췄다. “실은, 저 방금 졸았어요.” 거리의 소음과 한낮의 무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한 목소리였다. 숨진 동료 조합원의 빈소를 여러 날 밤새워 지키던 이였다. 나는 몇 번이고 시간을 되감아 그 문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감당하기 어려운 손배·가압류 금액을 생각할 때마다 호흡이 깊어진다고 했다. 한 번씩 몰래 울 때도 있다며 수줍어했다.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었다.
그날 인터뷰는 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박주영·최보경·김란영)이 진행하는 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시민단체 ‘손잡고’와 함께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연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단순 현황 파악이 아닌,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개인이 경험한 노동권 침해와 그로 인한 건강 문제를 아우르는 연구였다. 지금껏 단 한 차례도 관련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2014년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를 위한 ‘노란봉투’ 캠페인을 진행했던 〈시사IN〉은 초기부터 이 연구를 취재했다.
지난해 4월 사회팀에 복귀하며 제일 먼저 손배·가압류 관련 취재 수첩을 찾아 들춰봤다. 무언가 더 써야 한다는 마음과 할 만큼 했다는 마음이 싸웠다. 후자가 이겼다. 늘 그 자리에 고여 있는 고통이라 외면하기 쉬웠다. 마음의 빚을 덜 수 있는 기회였다.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1월24일 ‘갚을 수 없는 돈, 돌아오지 않는 동료’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연구 결과를 10쪽에 걸쳐 〈시사IN〉 제594·595호 ‘희망마저 빼앗는 오래된 나쁜 짓’ 기사에 담았다. 예상보다 참담한 숫자를 노려보며 자주 마음을 추슬렀다.
연구 결과 발표회가 열린 다음 날, 김정욱 사무국장은 복직 후 9년 만에 첫 월급을 받았다. 85만1543원. ‘법정채무금 공제’라는 명목으로 91만원이 가압류된 후 남은 금액이었다. 1월30일 김 사무국장이 “국가 손배 철회하라”며 다시 거리에 섰다. 2월1일 법무부는 ‘일부’ 대상자를 선별해 가압류를 해제했다. 손배·가압류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쌍용차 문제 해결을 말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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