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인 연령 상향을 이야기하면서 노인 기준이 토론 주제로 떠올랐다. 사람들의 기대여명은 늘어나는데 노인 연령이 65세로 고정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이다.

유엔이 노인 기준을 65세로 권고한 게 1950년대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노인복지 기준이 65세로 자리 잡았다. 당시 한국의 기대수명은 66세였고 지금은 83세이다.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지 거의 40년에 이르고 기대수명도 상당히 높아졌는데, 아직도 65세가 노인 기준이니 변화가 필요한 건 분명하다.

노인 연령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금처럼 65세를 노인 기준으로 삼으면 미래에 생산가능인구를 확보하기도, 복지 지출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만약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리면 노인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노인 비중)가 65.2명에서 38.9명으로 3분의 1이 줄어든다. 노인복지의 중추인 공적연금 지출도 줄일 수 있다. 서구가 사회적 홍역을 치르면서도 노인 연령 상향을 꾸준히 추진하는 이유이다.

실제 주변을 보면, 60대 나이에서도 건강하고 일할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노인 당사자 84%가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생각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건강수명은 현재 73세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은 5년 뒤에 건강수명을 75세로 높이고 2040년에는 78세까지 올리는 목표를 정했다.

그런데 이 주제는 매번 등장했다가 곧바로 사라져왔다. 늘 답변하기 어려운 강력한 반론을 만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노후를 제대로 준비한 사람이 많지 않다. 특히 경제적으로 막막한 사람이 대다수이다. 현재 노인빈곤율은 약 47%, 지금 추세대로라면 미래에도 두 명 중 한 명은 역시 노후 빈곤에 시달릴 듯하다.

 

 

ⓒ연합뉴스서울의 한 텅 빈 놀이터(왼쪽)와 노인들로 붐비는 한 공원. 2019.2.10

 


노인 연령 연장은 사실상 노인복지 축소를 의미한다. 현재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지하철 요금 등 사회복지가 적용되는 기준 연령이 대체로 65세이다. 국민연금의 지급 연령도 지금은 62세이나 단계적으로 올라 2033년부터 65세가 된다. 노인 연령 상향으로 노인복지 적용 시기가 늦어지면 노동시장의 은퇴와 노인복지 사이의 ‘소득 단절 기간’도 늘어난다. 현실이 이러하니 어떻게 노인 연령을 올리느냐는 항변이 설득력을 지닌다.

노인 연령을 둘러싼 두 주장이 완전히 생각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란 걸 주목하자. 사실 우리 스스로 연령 상향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동시에 이로 인한 소득 단절을 걱정한다. 두 주장을 대립항이 아니라 해법을 함께 만드는 에너지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인 단계, 준고령-고령-초고령으로 나눠야

노인에 대한 생물학적 기준과 사회정책적 기준을 구분하자. 우선 건강수명을 반영해 노인 연령을 점진적으로 상향하자. 대신 은퇴자의 처지를 감안해 복지 기준 연령은 별도로 운영하자. 인생 이모작 시기에서 두 번째 인생이 짧은 단편소설일 수는 없다. 사회정책적 연령도 단일 기준이 아니라 다원화하고, 이에 맞춰 정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인 단계를 준고령-고령-초고령으로 나누고 사회정책도 여러 층위로 설계해야 한다.

제2의 인생기를 만드는 일이다. ‘노인 연령’이라는 주제를 우리 사회의 근본적 재구조화를 추진하는 계기로 삼자는 제안이다. 60대에 접어들었다고 사회적 역할을 박탈하는 현재의 노동시장 방식에서 우리 사회가 지속할 수 있을까?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으로 청년과 노인이 일자리를 나눠 가져야 한다. ‘경쟁’ 원리로 작동하는 노동시장만이 경제적 장이어야 할까? ‘협동’을 토대로 운영되는 사회적 경제, 지역공동체 등 제3 섹터를 확장해 이모작에 부합하는 사회적 역할망을 구축해야 한다. 노인복지도 연령과 처지를 고려해 다층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생태’ 주제처럼 노후는 21세기 인류가 풀어야 할 시대사적 의제이다. 노인 연령 논란을 회피하지 말고 ‘노후의 재구성’이라는 논의로 발전시켜 가자.

 

 

기자명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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