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낚시 도구나 그물을 주면 된다. 그렇다면 나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황폐한 산림을 복원해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양묘장을 만들어주면 된다. 지난해 11월 방남한 송명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은 “물고기보다 낚시 도구와 배를 지원해달라. 양묘장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라며 남측에 양묘장 지원을 부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북한 산림 훼손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전당과 전군에 ‘산림복구 전투’ 총동원령을 내린 그는 매년 양묘장을 방문해 독려한다. 2017년에는 김일성종합대학에 산림과학대학을 설치하기도 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 위원장은 “산림복구 전투 2단계 과업을 적극 추진하며 원림녹화와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 산림이 황폐해진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땔감이 부족해 나무를 마구 베어 썼다. 다락밭과 뙈기밭을 조성하며 무리하게 산지를 개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솔잎혹파리 소나무재선충병 등 산림병해충으로 여의도 면적 300배에 해당하는 25만㏊가 사라졌다. 화전을 일구는 과정에서 산불이 자주 나는데 진압 장비가 부족해 큰불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 연간 4000㏊의 숲이 재로 사라진다.


ⓒ평화의숲 제공2008년 6월 평화의숲에서 북한 금강산 일대 130㏊에 밤나무를 심었다.

지난해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한라산 흙과 백두산 흙으로 소나무를 심었다. 이후 남북 산림협력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4일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이 열렸고, 8월8일 산림병해충 공동방제를 위한 금강산 지역 현장 방문이 있었다. 9월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는 산림청장이 수행단으로 가서 산림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0월22일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이 다시 열려 산림병해충 방제, 양묘장 현대화 사업, 산불 방지와 사방사업 지원에 관한 협의가 이뤄졌다. 11월29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제 50t이 전달되었다. 소나무재선충은 방제 시기가 11월에서 이듬해 3월로 제한적이므로 서둘러 전달했다.

남북의 산림 사정은 1970년대를 기점으로 갈린다. 당시 북한에 비해 임목 축적량이 3분의 1 수준이었던 남한이 지금은 배 이상 많다. 남한은 지난 50여 년간 산림자원이 약 15배 증가했다. 이런 축적된 산림녹화 역량을 바탕으로 산림청은 남북 산림협력에 나섰다. 산림청은 일단 평양과 개성, 고성을 잇는 삼각형을 그리고 이 지역을 ‘숲의 삼각지대’로 복구할 예정이다. 인구가 밀집한 이곳이 대표적인 산림 훼손 지역이기 때문이다.

땔감 필요하지만, 미래 효용성 의문

산림청이 북쪽에 육성하려는 숲은 크게 세 종류다. 경제림과 유실수림 그리고 연료림을 현지 사정에 맞춰 조성할 계획이다. 이런 숲을 만들기 위해 양묘장이 필요한데, 북한의 노후 양묘장을 온실 중심의 시설 양묘장으로 개선한다는 것이 골자다. 나무는 심고 나서 관리도 중요한데 산불, 산사태, 산림병해충에 공동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려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원시림 등 자연생태계 보호 활동도 도모한다. 북한은 백두산과 개마고원, 그리고 오가산·낭림산·관모봉·경성을 자연보호구로 지정했다. 산림청은 이 지역 원시림을 잘 보존해 생태구로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 국토의 상징인 백두대간이 한반도 핵심 생태축이 될 수 있도록 마루금 등 훼손 구간을 복원한다. 이후 남과 북은 백두대간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에 등재할 예정이다.

ⓒ평화의숲 제공2008년 3월 민간단체인 평화의숲이 주최한 북녘 나무심기 행사 참석자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이것이 산림청의 기본 구상이다.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문제 제기가 나온다. 산림청이 우리의 산림녹화 사업에 대한 비판적 성찰 없이 개발독재 시대의 프레임으로 남북 산림협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를테면 1970년대 남한의 대표적인 조림 수종은 아까시나무였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고 빨리 자라서 땔감으로 쓸 수 있고, 잎은 토끼 사료로 쓰이며, 밀원식물이라 꽃은 양봉 농가에 유용했다. 이 아까시나무는 나중에 산림 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종으로 꼽혔다. 나무를 심을 때와 나무가 자랐을 때 효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료가 화석에너지로 바뀌면서 땔감 효용이 사라지자 효자였던 아까시나무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북한에도 지금은 땔감으로 유용한 나무가 필요하지만, 나무가 다 자랐을 시점에는 그 효용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럼 어떤 숲을 만들어야 할까? 국토 보호를 위해 울창한 산림을 조성하는 것을 ‘수림화’라 하고, 도시와 마을에 공원으로 활용할 숲을 조성하는 것을 ‘원림화’라 부른다. 수림화할 때 특히 천연림에 가깝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숲은 천연림을 1차림, 인공적으로 조림한 숲을 2차림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가치 있는 숲을 만들겠다며 천연림을 밀어버리고 인조림으로 조성하기도 했다. 조림 역사가 짧은 남한은 편백나무 숲이나 삼나무 숲을 조성하고 마치 천연림보다 더 가치 있는 숲처럼 홍보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1차림이 더 가치 있게 평가받는다. 2차림은 필요한 경우 개발하기도 하지만 1차림은 웬만해선 개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산림 전문가들은 ‘적지적소’를 응용한 ‘적지적수(適地適樹)’라는 개념을 쓴다. 땅의 토질에 맞게, 기후에 맞게, 산의 방향에 맞게, 사면의 각도에 맞게,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사지는 사방공사를 하고 산사태에 강한 수종을 심어야 한다. 강가에는 둑을 쌓고 보완림을 조성하며 해안가에는 해풍 막을 방풍림을 조성해야 한다. 식수원이나 용수로 쓰이는 강 주변 산은 수원 함량이 좋은 수종을 심어야 하고 양봉 농가가 많은 곳은 밀원식물을 심어야 한다.

수종을 고를 때는 미래 예측도 어느 정도 해야 한다. 산림청은 북한에 경제림·유실수림·연료림을 주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 시점에는 북한의 연료 사정이 좋지 않아 연료림이 절실하다. 앞으로 북한 지역의 무연탄 생산량이 늘거나 러시아에서 송유관을 통해 석유나 천연가스를 들여오게 되면 연료림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경제림을 조성할 때도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 한다. 유실수가 충분히 자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북한 주민들이 베어서 땔감으로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실수는 농약 방제를 자주 해줘야 하는데 이런 농약을 확보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나무는 심는 만큼 관리도 중요하다. 지원 사업으로 심은 숲은 관리가 안 되어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지원 사업을 할 때 대부분 나무 심는 비용만 생각하고 관리 비용은 감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숲 지원단체 활동가는 “기업들이 숲 가꾸기 후원을 할 때 보통 10년을 상정한다. 하지만 나무가 자라는 속도는 더디다. 숲은 10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산림녹화를 할 때는 50~100년 단위의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제공2018년 10월22일 남북 산림협력 협의를 마친 후 남과 북의 대표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산림녹화를 할 때 미래를 본다면 요즘 세대가 산림을 활용하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림을 만든 세대와 산림을 활용하는 세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는 조림의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지금 세대는 산림을 이용하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트레킹 인구가 많은 요즘은 ‘걷기 좋은 숲길’이 각광받는다. 이런 점은 북한 숲을 조성할 때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산림청은 남북 산림협력에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남북 산림협력 청년활동가 캠프’를 열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산림청에서는 기존 정책을 가지고 미래 지향적인 세대에게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남북 산림협력이 청년들에게 필요한 기회를 줄 수 있게 궁리 중이다”라고 말했다.

150여 개 산림지원 단체가 50여 개로 줄어

남북 산림협력을 할 때 북한을 일방적으로 돕는 방식이 아닌 상호 교류의 방식으로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이정민 평화의숲 사무국장은 “한라산 정상부에 구상나무 군락지가 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춥고 고도가 높은 곳으로 대체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못 찾고 있다. 백두산이 적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남북이 서로 식물 유전자원을 나눌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남북 산림협력이 산림청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민간단체들이 소외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전까지 남북 산림협력은 민간단체들이 주도해왔다. 남북 교류단체들이 모여 만든 겨레의숲을 비롯해 평화의숲,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주로 민간단체가 북한에 양묘장 11곳을 조성했고 약 500㏊에 나무를 심었으며 8만㏊ 숲에 병충해 방제 활동을 했다. 민간단체들이 했던 대북 산림협력 경험이 산림청의 남북 산림협력 계획의 근간이 되었다.

민간단체들의 대북 산림지원 활동은 2010년 5·24 대북 조치 이후 대부분 중단되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 이후 남북 교류가 제한되었는데 산림협력은 어느 정도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내려진 5·24 조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민간단체는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산림청이 독자적으로 남북 산림협력을 진행하고 있어서 ‘민간 패싱’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민 사무국장은 “2007년 말까지만 해도 150~160개 단체가 북한 지원활동에 참여했는데 지금은 50여 개 단체로 줄었다. 우리 단체에서도 나 말고는 현장 활동가 중에 북한 사람을 만나본 사람이 거의 없다. 다른 단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숲과 관련해서 노하우가 가장 많은 단체는 산주들의 단체인 산림조합이다.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 회장은 “우리 회원들은 민둥산을 푸른 산으로 만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강원도 철원이나 고성 등 북한과 기후가 비슷한 곳의 산림조합에서 양묘장을 만들어 준비 중이다. 남북 교류가 본격화하면 우리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합원 119명으로 ‘숲 119 구조대’를 꾸려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북 산림협력은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산림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지금 세운 목표가 100년 후에도 유효할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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